편애의 기억(위탄 감상문?)

2011.03.19 04:42

rijn 조회 수:1757

이은미씨의 권리세양 사랑과 김윤아씨의 백세은양에 대한 무한 믿음이 공감을 사지 못하는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 "그게 뭔지 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위기의 탄생을 진지하게 볼 계획은 아니었으나 매 회를 시청하고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문득 어릴적에 국민학교에서 선생님께 받았던 혹은 받지 못했던 편애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선생님께 참 예쁨받는 어린이었는데 딱히 고분고분하다거나 외모에서 빛이 난다거나 똑뿌러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참고로 어머니가 학교 일에 신경을 쓰는 집안 아이도 아니었구요. 

하여간 이 친구와 6학년 방학을 계기로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 저는 "국민학생 역사의 마지막 획을 탐구생활 최우수상의 영예로 장식하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탐구생활과 일기쓰기에 쏟았습니다. (그 때 일기에는 탐구생활 미션을 수행하며 겪었던 수많은 과학적 시행착오와 좌절 그리고 성공의 희열로 도배가;;;)

아침 열시엔가 하는 탐구생활 라디오 청취는 기본이요, 13번 교육방송 채널의 열렬한 애청자였으며 실험에 필요한 리트머스지는 책에서 시키는대로 당연히 만들었으며 화목한가족여행이었나 하여튼 탐구생활 외의 과제는 우리 집안은 화목하지 못하니 빵점이라며 어머니의 가슴에 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부모님은 이혼부부)

불타는 탐구열로 방학을 보람있게 보낸 저와 제 친구는 거의 판박이와도 같은 탐구생활을 제출했지요.

지금 생각해도 백과사전 분량의 지식이 축적된 어마어마한 대작이었다는 사족을 붙이고 싶습니다.

드디어 방학숙제 수상식이 열리던 날...

가작이 지나가고 장려상이 지나가고 우수상이 지나가고... 저는 "이러다 내가 최우수 받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문득 불안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친한 친구가, 저와 판박이 탐구생활을 했던 그 친구가 최우수상자로 호명되고 저는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저희 선생님께서 강력추천하여 전학년 최우수작이 되었다고 해요. 그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셨고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위기의 탄생에 대해 쓰다보니 너무 멀리 왔군요.

하여간에 그 친구를 보시던 담임 선생님의 격려와 호감의 눈빛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왜였을까?" 라는 의문을 꽤 오래 가지고 있었는데 살다보니 제가 예상치 못하게 이유없이 편애의 수혜자가 되어보기도 하면서 답 아닌 답을 얻게 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느낌에 의해서 누군가에게(그 누군가가 아랫사람이라면 애정을 전달하기 더 쉬워지죠) 좋은 감정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객관화하기가 쉽지 않아서 누구에게 설명도 않되고 말로 풀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내 눈에 들면 그저 예쁜거죠.


저번주 방시혁 멘토편에서의 데이비드 오 또한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어요. 인기 가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인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저에게는 방시혁씨가 보내는  애정의 눈길이 강렬하게 느껴졌거든요. 반대로 이미소양의 경우에는 단점이 많이 보였음에도 제가 선생님이었다면 더 키워주고싶은 그런 인상이었어요. 이미소가 제 눈에 예쁜거죠^^.

겸손을 넘어 지나치게 기죽어있는 모습이 방시혁같은 선생님은 싫었을 거에요.


몸담고 있던 직장을 작년에 떠나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 여기 저기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분위기와 대우를 알고 경악하게 된 곳에서는 저에게 한없는 애정의 눈빛을 보내고(다른 경쟁자들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곳에서는 저를 탈락시키네요. 그래서 위기의 탄생 탈락 멘티들을 보며 격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먼산)

다음주에 제가 원하는 곳에서 면접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면접관들의 편애를 받아서 본선진출의 눈물을 흘려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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