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한 체제가 얼마나 한심하다는 것은 구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의 행태가 얼마나 짜증스러운가를 논하는 것도 시간 낭비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외교는 그들의 이익과 그들이 처한 포지션, 상대가 취할 반응과 대안을 조합하여 항상 창의적이고 기발한 (그들의 입장에서) 카드를 내밀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태도는 그들의 내부 속사정을 알수 없는 한국과 제 3국의 입장에선 북한의 강온의 극단을 넘나드는 반응은 매우 당혹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2.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북한의 전술적 대응은 매우 변화무쌍하지만 북한 외교는 전략적으로 20년이상 단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점에서 매우 일관되어 보입니다. 그  단 하나의 목적이란  "미국과의 수교 및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입니다.  북한의 유화와 강경의 극단을 오가는 대응은 이 한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그들 입장에서)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90년 구 사회주의 국가가 갑자기 몰락하고 나서 북한의 충격이 어땠을까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남북격차는 점점 벌어져 "남조선해방"따윈 먼 옛날의 추억일 뿐입니다.  때마침 닥친 홍수와 기근으로 북한사회는 최악을 맞았습니다.  아무도 기댈 곳 없고, 어렵기 그지 없는 상황에선 북한의 항구적 체제 보장을 위해선 북한의 파워엘리트들의 최대의 당면 과제는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이며 그들(미국)의 판단에 따라 자신들의 존립이 좌우될 수 있는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을 아시아의 보통국가로 인정받아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  

 

3. 체제 보장을 위해선 외교관계를 정상화해야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대화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북한의 경수로, 핵개발, 남북화해, 최근의 도발, 모두가 사실은 미국과 대화할 기회를 갖기 위해 북한이 만들어 낸 카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0년대, 경수로건설 및 중유 공급계약의 체결, 올브라이트의 평양방문으로 북한은 이 목표의 성공을 거의 성취할 뻔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북한은 밍기적 거렸고, 미국의 정권이 예상과는 달리 공화당으로 넘어가면서 그 기회를 날렸습니다.  DJ가 천추의 한으로 생각하는 일이었습니다.  북한이 막판에 조금만 욕심을 덜 부렸다면, 조금만 일을 서둘렀다면, 클린턴 임기내에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때 정식 수교가 되었더라면 한반도의 외교 군사 지형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수 있었습니다.

 

4. 부시의 집권후에도 북한은 초기의 강경책을 핵개발로 맞받아 치면서, 부시의 집권 2기에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만,  별로 대화는 진척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민주당으로 미국의 정권은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초기 정부는 다른 정부들이 그랬듯이 다시 강경책으로 돌아섰습니다.  북한의 최근 도발은 바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로 갖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말씀드린대로 누가 보더라도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였고, 북핵에 대해서도 미국이 한반도에 대해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북한의 전술적 판단일 겁니다.  북한의 전술은 그들의 입장에선 영리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미국을 향한 전술 때문에 우리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생명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전체 한국사람들은 불안에 떱니다.

 

5. 북한의 외교를 쭉 얘기하면서 여기에 남한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남한의 상당한 군사력도 실질적으로 그 통제가 미국에 있는 상태에선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독립변수로서의 가치는 0입니다.   미군의 군사력은 너무나 무섭지만 최근의 미국의 국내문제(최악의 국내경기,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이익도 전혀 없는 이 지역에서 전면적 군사행동을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바로 뒤엔 중국이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쳐들어갈 수 있는 이라크나 이란이 아닙니다.  미국에게 북한은 내일이 바빠서 신경쓸 수 없는 좀 마음에 안드는 악당일 뿐입니다.

 

6. 북한은 이런 상황의 타개를 원합니다.  그 타개책은 이번 도발과 같이 어떻게든 미국과 대화할 빌미를 만드는 겁니다.  지금 상황은 북한이 할 수 있는 도발의 범위가 매우 넓은 상황입니다.   한국과의 관계가 냉각되어도 어차피 경협은 물건너 갔고,  중국을 통해 경협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김정은이 전면에 나서면서 한국에 마음놓고 한방씩 먹여도 상대가 어쩔 수 없으니,  국내 정치적으로 김정은의 면목도 섭니다.  지금은 한국이 북한에 계속 뺨을 맞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정말 한국 여론이 험악해져 전면전이 날 정도 수준의 도발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모해 보이는 북한이지만 외교에 있어선 분명히 그 선의 한계를 알고 움직였습니다.

 

7.  이명박 정부이래 햇빛정책은 전면 부정되었습니다.  강공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북한에 강공을 한 건 전혀 없고,  계속 뺨만 얻어맞고 있습니다. 강공책은 주둥이로만 이루어지고 있고, 북한은 한국을 (정치 외교적으로)우습게 봅니다.  나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상대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계속 받게 되면, 더 이상 않 받고는 살기 힘듭니다.  햇볕정책은 평화를 위해 북한에 무언가를 주자는 게 아니라, 남한이 북한에게 아쉬운 존재가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자는 정책으로 이해합니다.  평화의 확대는 당연히 따라 오는 부록이고요. 

 

  8.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대로 북한은 국지적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지적 도발을 해야할 인센티브도 있으며, 이를 실행하고 치뤄야 할 리스크(전면전의 가능성)는 과거에 비해 매우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이 수도권에 타격을 가하는 수준까지는 모험을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만, 미국의 힘이 지금보다도 더 많이 빠진다면 알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전작권도 없는 우리는 그냥 계속 뺨만 맞아야 되고요. 

 

9.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리 머리에 폭탄이 터지면 어떻게 행동하나를 걱정할게 아니라,  우리의 정부에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지금이라도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경협을 다시 확대해서, 북한이 우리에게 아쉬운 게 생기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견인하는 일입니다.  이게 안되면 우리는 우리 머리에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서 살아가야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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