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에서 픽사를 인수하여 나온 "인사이드 아웃"은 이번 여름에 꼭 봐도 될만한 작품입니다. 작년부터인가, 티저 광고 흘리는 기술을 보아하니 디즈니 쪽에서 이 작품에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지간히 작품에 확신이 없으면 이런 식으로 마케팅 못할 텐데... 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그러나 하고 궁금하기도 했죠. 예전에 망한 디즈니 만화영화/영화를 보면, 티저 광고부터가 "우린 이미 망했어...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야"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인사이드 아웃"은 "이건 된다고 봐"하는 감각이 꽉 차있더군요. 실제로 월스트릿저널이나 라튼 토마토 등 리뷰도 칭찬 일색입니다. 저는 보다가 울기도 했습니다. 아마 순익도 상당히 낼 듯 하네요.


하나 저와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이 영화에 대해서 회의적이더군요. "인사이드 아웃"은 아시다시피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기쁨, 슬픔, 혐오, 걱정, 분노를 나눠서 보여줍니다. 열한살 소녀의 머릿속에도 복잡한 생각이 오가고 있고, 어린 십대 (early teen)에게도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있다는 걸 보여주죠. 


그러나, 이 영화는 "나"라는 주체와 "나의 분노" "나의 혐오"등 부정적인 감정을 떼어놓음으로서, 내가 나를 콘트롤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핑계를 만들어준다는 게 제 친구의 생각입니다. 자기자신을 분류해서 대상화하고, 이 행동은 내 탓이 아니야. 내 안의 분노때문이야 라고 말해치운다는 것이죠. 마치 '술이 웬수지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냐' 하는 식으로 말이예요. 나의 희/로가 내 안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인격체라면, 나 자신은 나를 어떻게 통제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소녀는 "엄마가 다정하게 말했기 때문에" 화를 죽이고, "아빠가 화를 냈기 때문에" 화를 냅니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은 나의 성격탓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라는 식이죠. 


한가지 눈여겨볼만한 것은 각 캐릭터마다 주가 되는 감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엄마 감정그룹의 보스는 슬픔이고, 아빠 감정그룹의 보스는 분노로 보이더군요. 소녀 감정그룹의 보스는 기쁨입니다. 즉 모든 감정이 동등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영화 자체는 완성도가 좋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열한살 소년소녀들의 교육에 좋을 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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