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6 00:56
디즈니에서 픽사를 인수하여 나온 "인사이드 아웃"은 이번 여름에 꼭 봐도 될만한 작품입니다. 작년부터인가, 티저 광고 흘리는 기술을 보아하니 디즈니 쪽에서 이 작품에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지간히 작품에 확신이 없으면 이런 식으로 마케팅 못할 텐데... 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그러나 하고 궁금하기도 했죠. 예전에 망한 디즈니 만화영화/영화를 보면, 티저 광고부터가 "우린 이미 망했어...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야"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인사이드 아웃"은 "이건 된다고 봐"하는 감각이 꽉 차있더군요. 실제로 월스트릿저널이나 라튼 토마토 등 리뷰도 칭찬 일색입니다. 저는 보다가 울기도 했습니다. 아마 순익도 상당히 낼 듯 하네요.
하나 저와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이 영화에 대해서 회의적이더군요. "인사이드 아웃"은 아시다시피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기쁨, 슬픔, 혐오, 걱정, 분노를 나눠서 보여줍니다. 열한살 소녀의 머릿속에도 복잡한 생각이 오가고 있고, 어린 십대 (early teen)에게도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있다는 걸 보여주죠.
그러나, 이 영화는 "나"라는 주체와 "나의 분노" "나의 혐오"등 부정적인 감정을 떼어놓음으로서, 내가 나를 콘트롤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핑계를 만들어준다는 게 제 친구의 생각입니다. 자기자신을 분류해서 대상화하고, 이 행동은 내 탓이 아니야. 내 안의 분노때문이야 라고 말해치운다는 것이죠. 마치 '술이 웬수지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냐' 하는 식으로 말이예요. 나의 희/로가 내 안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인격체라면, 나 자신은 나를 어떻게 통제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소녀는 "엄마가 다정하게 말했기 때문에" 화를 죽이고, "아빠가 화를 냈기 때문에" 화를 냅니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은 나의 성격탓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라는 식이죠.
한가지 눈여겨볼만한 것은 각 캐릭터마다 주가 되는 감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엄마 감정그룹의 보스는 슬픔이고, 아빠 감정그룹의 보스는 분노로 보이더군요. 소녀 감정그룹의 보스는 기쁨입니다. 즉 모든 감정이 동등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영화 자체는 완성도가 좋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열한살 소년소녀들의 교육에 좋을 지는 모르겠네요.
2015.06.26 03:20
2015.06.26 04:17
어른들이 열한살 소년소녀의 교육에 뭐가 좋은지 안좋은지 판단할 필요가 왜 없죠?
영화에서 잠재의식은 따로 영역을 지어서 보여줍니다.
2015.06.26 05:19
저도 그럼님의 시선하고 비슷합니다. 다섯 감정들은 독자적인 인격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고요. 한발짝 떨어져서 라일리를 돕는 느낌? 전 조이나, 다른 감정들이 라일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부모의 시점을 느꼈어요. 라일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고, 라일리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딱 라일리가 원하는 그 결과를 항상 불러오지만은 않는거요.
전 무엇보다 인상적인게, 새로 생긴 코어 메모리나, 쌓이는 기억들의 색이 예전처럼 노란색만이 아닌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것입니다. 보다 복잡한 감성으로 나아가는 성장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고 보아서요.
그리고 십대 초중반 아이들의 교육 문제 보단 어린 아이들이 보기엔 이 영화는 좀 재미없을 수 있겠다 생각은 했어요. 아이보단 어른을 위한 영화 같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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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글 쓰신 분의 생각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그냥 '좋은게 좋은게' 아니라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감정들도 자기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한다는 그런 이야기로 봤습니다. 그리고 이게 일반적인 해석이겠지요.
그리고 그 다섯 감정들은 절대로 독자적인 인격을 가진 주체들이 아닌 듯 합니다. 그보다는 평소 인식을 못하는 잠재의식 그런 것이겠지요. 그리고 말씀하셨다시피 내가 내 감정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고 자꾸 가르치려고 드는 것에 대한 세련된 반박으로 봐야지요.
가령 Joy가 주도를 하는 것은 언제나 긍정적이고 행복한 생각만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강박하던 Riley의 평소 성격 때문이고 Joy가 Sadness를 받아들이는 것은 Riley가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열고 현실을 받아들여서 진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보여준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열한살 아이한테 부모의 태도는 아직까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영화내에서 벌어지는 것은 부모의 영향으로 형성되었던 유아기의 무언가가 주체적인 다른 것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긴 저도 영화를 보면서 십대 초중반 아이들은 어떻게 이 영화를 볼까 궁금하게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어른들이야 Bing Bong의 영웅적인 활약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면 되겠지만서도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 어른들이 열한살 소년소녀의 교육에 뭐가 좋은지 안좋은지를 섣불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성경책같은 것보다는 훨씬 더 교육적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