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철치난 취미 처분합니다.

2013.01.02 04:03

daisy 조회 수:3397

안녕하세요. 듀게에 첫글을 쓰는 떨리는 순간이네요. 세상에서 글 잘쓰고 노래 잘 만드는 사람이 제일 부러운지라 겸손하게 메모장에 쓰고 옮겨봅니다.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몇달간 부지런히 살림들을 처분했어요. 말끔히 정리된 집에서 살고자 노력하는일이 요 근래의 유일한 취미거든요. 
옷가지와 소품은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고, 책들은 중고로 올리고, 안팔리는 만화들은 결국 쓸쓸하게 재활용 수거일에 안녕하고 말았지요,

그러다보니 지난 십수년간, 아니 제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들과 결국 마주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곤란하기 짝이 없어요. 오래된 아이들은 겨우 추억거리만 남아 있지만 근래 10년여의 것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결과물 없이 그저 찌끄래기만 남아서 자리만 꽉꽉 채우고있어요.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이런식으로 쌓이다보면 30년 뒤엔 50평도 부족할거에요.
정리 비법을 다룬 책들에서는 지난 1년간 찾지 않은 물건들은 버리라지만, 버리고 버려도 결국 남는 아이들이 있지요. 이런 아이들이 차곡차곡 앞으로 30-40년간 쌓일거란 생각을 하니 약간 무섭기까지 해요. 결국 보지 않을거라면, 버리는게 맞는걸까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결국 그때 뿐이라는 말인데 이게 의미가 있는건지 의문이 들어요. 

친구네 집에서 발견한 20년 전에 유행했던 책으로 가득한 책꽂이가 얼마나 허름한지요. 내가 왜샀나 싶은 cd와 인형들은 어찌해야 하는 걸까요. 나이가 들 수록 제 문화적 소양은 얇팍해져 가는게 확실하고요. 원없이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듣던 어릴때가 그립지만, 지금 제가 백수가 된다한들 그때만큼 열심히 읽지 않으리란 것도 맞지요. 또다시 보지 않을거라는것도요.

전 또 이와중에 또 부지런히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어요.
다들 철지난 취미들을 어떻게 처분하시나요. 

긴 바낭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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