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게임계에는 '영화 원작, 캐릭터 기반 게임은 믿고 안 사는 게 낫다'는 속설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죠.

실제로 결과물들이 그랬거든요. 전설의 괴작 G.I. JOE(옛날옛적 추억의 오락실 게임이 아닙니다)를 비롯해서 뭐 제대로 나온 게임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역시나 모두의 우려를 안고 등장한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은 실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배트맨' 이라는 캐릭터와 그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묻어나는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그리고 그 배트맨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한 게임 시스템.

원작 코믹스의 분위기를 제대로 재현해낸 미술 디자인과 세계관.

한 마디로 '캐릭터 게임을 만들려면 이렇게' 라는 모범 답안을 제시한 게임이었고 폭발적인 호평 속에 깜짝 스타로 자리매김합니다.

몇 년 후 나왔던 속편 '배트맨: 아캄 시티' 역시 속편의 한계에 대한 우려를 사뿐히 가라앉히고 또 한 번의 성공작으로 평가 받았구요.

그리고 나름 긴 시간이 흘러 플랫폼 콘솔을 바꿔 드디어 '배트맨: 아캄 나이트'가 발표됩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세계관과 게임 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구세대 플랫폼(PS3, 엑박360)은 사뿐히 즈려밟고 현세대 콘솔과 PC판만 만들겠다고 선언했구요.

또한 '이것은 3부작의 완결편이며 이 이후로 우리는 배트맨 게임을 만들지 않을 것' 이라고 선언해 팬들의 기대를 더더욱 키웠습니다.

그리고 발매일 직전에 공개된 메이져 웹진들의 리뷰 점수는 평균 90을 넘기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 이 게임의 발매일이 바로 어제였습니다만.

모든 게이머들의 축제가 되리라 예상했던 6월 23일은 결과적으로 PS4 게이머들만의 축제가 되었고.

다른 플랫폼 유저들은 전혀 다른 의미의 난장판 축제를 벌이고 있습니다. ㅋㅋㅋ



일단 PC 게이머들 (특히 한국)


일단 발매일인 어제를 손꼽아 기다리던 한국의 게이머들은 대부분 새벽 잠을 설치며 스팀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국내엔 패키지 발매가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플레이가 가능해져야할 그 순간. 스팀 메뉴 화면에 뜬 새로운 메시지는 '7월 16일에 이용 가능합니다.'

7월 16일이면 3주 후인데.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찾아보니 해외 게이머들은 정상적으로 다운로드 중.

빡친 게이머들이 국내 유통사(H2 인터랙티브)에 문의를 하니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도 충격과 공포란다. 일단 알아볼게.' 라는 것이었고.

그 후로도 제작사측에서 별다른 설명은 없는 가운데 정황을 보아하니 7월 16일은 이 게임의 일본 발매일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예전에도 한국에서의 게임 발매일이 일본 발매일에 묶여 늦어지거나 연기된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런 사태가 재발한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하면 한국 게이머가 아니죠. 그동안 숱한 시련에 단련된 스킬을 발휘하여 바로 ip 우회로 해외판을 다운받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받고 실행을 시키니 자막 언어 선택에 한글이 없고. ㅋㅋㅋ 하지만 이렇게 해외판을 다운받을 경우엔 종종 일어나던 일이라 일단 실행을 해 봅니다만.


읭? 발매 하루 전까지 공개되었던 구동 최소 사양이 갑자기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비싼 그래픽 카드 달고 자신만만하게 구동했건만 프레임이 30프레임으로 고정되어 높일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그 프레임이 뚝뚝 떨어집니다?

게다가 그 프레임 떨어지는 그래픽이 PS4판보다 구립니다?

화면이 지지직 떨리고 자꾸 게임 시스템도 아닌 슬로우모션이 걸리는 등등 오만가지 해괴한 일들이 벌어져 게임을 제대로 진행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확인을 해 보니 해외 유저들에게도 같은 증상이 일어나고 있고.

결국 제작사에서 콘솔판에 영혼까지 갈아 넣어 퀄리티를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돈이 덜 되는 PC판은 본인들이 직접 안 만들고 외주 제작사에게 맡긴 걸로 밝혀집니다. ㅋㅋ

그런데 이런 사실을 미리 공개하지 않았었거든요. 허허. 결과적으로 PC 유저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어지고...

이래서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갑자기 뜬 게임 배급사 홍보 담당 전무라는 사람의 멋진 발언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애기들 밖에 없나... 봐봐, 요즘 출시되는 모든 게임들은 출시 때 다 각자 작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고. 네가 스스로 고칠 능력이 안되거나 작은 문제 몇 개 가지고 있는 걸 못 참겠으면, 그냥 패치 될 때까지 몇 주 기다리면 이 작은 문제들은 다 알아서 잘 해결 될 거라고."


이 화려하게 기름을 퍼붇고 이 난장판을 불쇼로 몰아갑니다. ㅋㅋㅋ 이 분 곧 일자리 잃으실 듯.

지금 대규모 환불 내지는 구매 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뭐 워낙 많이 팔리던 게임이고 PS4판은 멀쩡하니 그래도 잘 팔리긴 하겠지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습니다. ㅋㅋ


하지만 이건 사실 오히려 양호한 편이고.

가장 슬픈 건 한국의 엑스박스 원 유저들입니다.


이 게임의 콘솔판 배급은 '인플레이'라는 회사에서 맡았습니다.

근데 이 회사는 좀 유명한 게.

제작사가 알아서 한글 자막을 넣어 둔 게임의 한글 자막 없는 버전을 수입하는 실수(...)를 저질러 놓고는 결국 문제가 되니 제작사에 요청해서 해외판에서도 한글 자막을 없애 버리는 황당한 짓을 저지른 게 이미 두 번이고.

또 기대작의 한국 판권을 사 놓고는 돈 안 되는 국내 엑박 유저들은 아예 무시하고 플스로만 게임을 발매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던 회사죠.


암튼 이 회사에서 올해 3월에 아캄 나이트를 심의 통과시켰는데, 문제는 플스판만 심의를 받았다는 겁니다. ㅋㅋ

그래서 가뜩이나 이런 일을 자주 겪었던 엑박 유저들이 '이러다 발매 안 되는 거 아니냐'며 떨고 있었는데 난데 없이 5월에 엑스박스 원 버전도 심의를 통과시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진행된 예약 판매에선 플스4 버전만 예약을 진행. 엑스박스 원 버전에 대해선 아무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버티다가 어제에 이릅니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엑스박스 원 게이머들은 이 게임이 애초에 제작사가 한글 자막을 만들어 둔 물건이라는 걸 떠올리고 한국 마소, 미국 마소 등에 문의를 해서 '미국 스토어에서 구입해도 한글 자막 나옴'이라는 답을 얻고 인플레이 xxx를 외치며 기쁜 맘으로 구매하게 됩니다만.


안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나오는 한글 자막이 나온다고 응답한 다수의 마소 고객 지원팀도 문제는 문제겠습니다만.

더 큰 문제는 자기들이 직접 심의까지 통과시켜 놓고 발매도 안 하고 심지어 발매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던 유통사겠죠. 이건 무슨 양아치도 아니고;


그리하여 결국 한국의 엑스박스 원 유저들도 PC 유저들과 함께 환불 대열에 동참하여 대 환불 시대를 열려는 찰나...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한국 엑스박스 원 스토어에 아캄 나이트가 등록됩니다! 왜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지만 발매일은 내일! 전세계 유일 6월 24일 발매의 특권!!

영문은 모르겠고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역시 설레는 이 느낌. 한국 스토어에 등록되었고 게임 설명도 한글로 적혀 있으니 한글판일 거야!

라는 설렘을 안고 몇몇 유저들이 편법을 이용해서 한국 스토어 버전을 다운받고 실행!!


영어!!!!!!!!!!!!!!!!!!!!! ㅋㅋㅋㅋㅋ


그리고 깊은 좌절과 분노를 안고 몇몇 유저들이 한국 마소에 연락해서 '도대체 뭐냐. 저거 왜 영문판이냐. 그럼 내일 발매일 되면 그 땐 한글판 나오는 거냐' 등의 문의를 합니다만.

한국 마소의 답변은 놀랍게도 "우리도ㅋㅋ 모름ㅋㅋㅋㅋㅋ".

마소 아시아 지사에서 진행한 일이고 자기들은 모른답니다. 확인도 안 해주겠답니다. ㅋㅋ

그래서 적지 않은 수의 엑스박스 유저들이 '내가 이거 팔아치우고 플스로 게임하고 말지'를 외치며 분노의 몸을 떠는 아름다운 밤... 이라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ㅋ


암튼 워낙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무더기로 발생해서 예약 특전으로 준 할리퀸 플레이 DLC의 플레잉 타임이 무려 14분에 이른다는 사소한 부분 같은 건 까이지도 않네요.


그간 늘 훌륭한 게임들 만들고 그걸 훌륭하게 서비스해서 사람들에게 칭송받던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한 방에, 단 하룻 동안 역대급 뻘짓 몇 년치를 시전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만.


어쨌든 한국의 극소수인 패키지 게임 유저들 중에서도 다시 극소수에 들어가는 엑스박스 원 유저인 저는 이렇게 잉여롭게 분노하며 이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ㅋㅋㅋ


아.


역시 한국에선 그냥 닥치고 플슨가봐요. 

하고 싶은 게임들이 별로 없어서 싸고 성능 좋다는 플스는 접어두고 엑박을 선택했건만. 이건 뭐 한국에서 윈도우폰 쓰는 것보다 (쓰고 있습니다ㅋ) 몇 배는 힘드네요. orz

그 와중에 '게임 자체는 정말 재밌다'는 얘기들이 들려서 3배로 슬픕니다. ㅋㅋㅋ



+ 이 모든 사태를 간략하게 정리한 게시물이 보이길래 링크해봅니다.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pc/27/read?articleId=1765875&bbsId=G003&itemGroupId=1&pageIndex=1

정말 어떻게 이게 다 하루에 일어나는지 원. ㅋㅋ 미치겠네요.


++ 당연한 수순으로 이 영상이 출동했습니다. 역시 하루만이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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