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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트 코베인: 몽타주 오브 헥]

  브렛 모건의 다큐멘터리 [커트 코베인: 몽타주 오브 헥]은 커트 코베인의 짧은 인생과 경력을 가까이서 들여다봅니다. 물론 코베인의 사망 이후로 그에 관한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들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본 다큐멘터리는 커트니 러브를 비롯한 코베인 가족 일원들의 협조와 지지 아래 상당한 양의 미공개 기록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그 결과물은 코베인이나 그의 밴드 너바나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도(예, 저도 그 속물들 중 한 명입니다) 매우 흥미진진한 예술가의 초상입니다. 자료화면과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 그리고 코베인이 생전에 남긴 기록들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면서 다큐멘터리는 재능 넘쳤던 예술가였지만 동시에 문제 많은 인간이었던 코베인을 꾸밈없이 그려가고, 간간히 곁들여지는 애니메이션 장면들은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못지않은 강렬한 순간들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는 정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본인보다 훨씬 더 오래 살겠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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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스]

   어느 한 기업의 영업부 과장이 여느 때처럼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후 갑자기 자신의 가족을 몰살해버리는 일이 터집니다. 사건 직후 사라진 그의 행방에 관한 단서를 잡기 위해 형사들이 바로 그 다음날 아침에 오니 영업부서 분위기는 뒤숭숭해지는데, 인턴 직원인 미례를 비롯한 부서의 몇몇 사람들은 뭔가를 알고 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형사들에게 털어놓지 않습니다. 그에 상관없이 계속 이어져가는 일상 속에서 분위기는 어느 정도 누그러지지만, 회사 건물 안 어딘가에 과장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져 가면서 사원들의 야근 시간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보시다시피 [오피스]는 익숙한 호러 장르 설정의 변주인데, 영화는 [불신지옥]처럼 각박한 현실 속의 호러를 포착하면서 긴장감을 쌓아가고, 고아성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도 적절한 캐스팅 아래 좋은 연기로 영화를 지탱합니다. 결말에 가서 많이 덜컹거리고 나중에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구석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장점들이 좀 더 많습니다. (***)   


 P.S.

 [소수의견]과 본 영화로 김의성은 올해의 비호감 조연 배우로 기억되겠군요(좋은 의미에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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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바웃 리키]

  낮에는 대형 마트 계산대 직원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동네 술집에서 자신의 밴드와 공연하곤 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경력이 언젠가 트이길 꿈꾸는 중년 아줌마 린다에게 어느 날 전남편 피트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그녀의 딸인 줄리가 최근에 결혼 파탄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 후 여전히 우울증에 빠져 있는데, 피트는 린다에게 줄리 곁에 잠시 좀 있어줄 것을 부탁합니다. 옛날에 떠난 이후로 가족과 별다른 연락도 안 했으니 그다지 내키지가 않지만, 린다는 피트의 요청을 결국 받아들이고, 그녀는 당연히 줄리뿐만 아니라 그녀의 다른 자식들과도 부딪히지요.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상투적이고 평탄하지만, 메릴 스트립이야 늘 그래왔던 것처럼 또 다른 좋은 연기를 선사하고 그러기 때문에 [어바웃 리키]는 어느 정도 볼만한 가족 음악 영화입니다. 상영 시간이야 잘 흘러갔지만 스트립을 비롯한 여러 상당한 실력 있는 사람들이 뭉쳐서 나온 결과물치곤 밋밋한 편이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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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또 다른 마블 코믹스 슈퍼히어로 영화라서 별 다른 기대가 안 갔었지만, [앤트맨]은 의외로 재미와 매력을 잘 갖춘 좋은 기성품입니다. 주인공 기원담으로써 여러 장르 공식들을 당연히 거쳐 가지만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영리하고 귀여운 면들을 보이기도 하는 가운데 배우들도 자신들 역할들을 많이 즐기고 있고, 예정된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들에서도 영화는 재치를 발휘합니다. 이 시리즈를 다른 마블 코믹스 시리즈들과 엮으려고 하는 건 여전히 별로 기대가 가지 않지만, 이 정도면 좋은 속편을 기대할 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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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든]

  영국에선 [X+Y]란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나중에 미국에선 [A Brilliant Young Mind]란 제목으로 개봉된 [네이든]은 감독 모건 매튜스가 2007년에 내놓은 다큐멘터리 [Beautiful Young Minds]에 부분적으로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는 2006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여러 영국 수학 영재들이 대회를 앞두고 준비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그 중 한 명인 다니엘 라이트윙의 실화로부터 영화의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주인공 이름부터 다른 본 영화가 얼마나 실화에 가까운 지는 몰라도 (듣자하니 라이트윙의 부모는 영화와 달리 두 분 다 멀쩡하게 살아있답니다), 일단 영화는 척 봐도 눈에 띠는 허구적 요소들이 많은 가운데 비교적 평탄하게 흘러가는 편입니다. 평범하긴 해도 좋은 배우들이 잘 받쳐주는 편이지요. 전반적으로 볼 때, 제 생애 최악의 경험들 중 하나를 제공했던 [내 이름은 칸]보다 상대적으로 보기 편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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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미국 캘리포니아 컴턴 출신 힙합 그룹 N.W.A.의 짧은 흥망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반부에선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 그리고 이지-E를 중심으로 해서 N.W.A.가 80년대 후반에 어떻게 빠르게 상승 곡선을 탔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운데, 후반부는 90대 초반에 돈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으로 이들이 갈라지고 충돌하는 모습을 담고 있지요. 강렬한 공연 장면들을 통해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드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출연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와 함께 영화는 2시간 넘는 상영 시간 동안 매끈하게 잘 굴러갑니다. 닥터 드레와 아이스 큐브가 눈을 부릅뜨고 살아 있는 가운데 제작에 참여 했으니 별 놀랄 것도 없이 영화는 전기 영화로써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만큼이나 여러 모로 부정직하고 안전한 티가 나지만, 음악 영화로썬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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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시선]

  두말하지 않겠습니다. [액트 오브 킬링]을 보셨다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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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팅게일]

  HBO TV 영화 [나이팅게일]은 상영 시간 내내 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주인공 한 명에게만 집중합니다. 전날 밤에 군대 시절 친구를 초대하는 걸 두고 같이 사는 어머니와 상당히 험하게 싸운 뒤, 주인공은 다음 날 아침 기분이 좀 나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자신의 친구를 조만간 저녁 식사에 초대할 걸 기대합니다. 하지만, 도입부 장면에서 보여 지다시피 그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는 어느 심각한 상황과 함께 이미 내리막길을 걸어가고 있지요. 시점을 거의 집 안에 한정시키면서 주인공에게 밀착해 있는 동안, 영화는 가면 갈수록 고립되어가는 그의 모습을 쌓여가는 긴장감과 함께 그려내고, 최근 [셀마]에서 호연을 보여준 데이빗 오옐로오의 원맨쇼 연기는 영화를 든든히 지탱합니다. 전반적으로 한 단순한 설정을 우직히 밀고 가는 연극적 소품이지만, 영화는 출연 배우가 자신의 기량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오옐로오는 그 기회를 확실하게 활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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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시]

  얼마 전 에미상을 받은 HBO TV 영화 [베시]는 1920-30년대 동안 활동했던 유명한 미국 블루스 가수 베시 스미스의 전기 영화입니다. 여느 음악 전기 영화들처럼, 영화는 그녀의 어려운 시절을 시작으로 해서 그녀가 경력 전환점을 맞이한 후 이런 저런 일들 겪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이야기가 너무 헐겁고 느슨하다는 인상이 간간히 드는 가운데 조연 캐릭터들의 묘사는 대부분 평면적이지만, 퀸 라티파가 근사하면서도 당당하게 연기하는 베시 스미스는 생생한 입체적 캐릭터로 다가옵니다. 라티파의 주위를 맴도는 조연들을 보면 여기저기서 봤던 배우들이 눈에 띠는데, [프레셔스]에서의 그 혐오스럽게 강렬한 열연으로 오스카를 받았던 모니크가 가장 두드러진 가운데 마이클 K. 윌리엄스와 찰스 S. 더튼과 같은 믿음직한 조연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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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작년에 나온 [메이즈 러너]를 전 딱히 좋아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설정을 비롯한 장점들도 꽤 있었던 편이라서 그에 이어 나올 속편에서 시리즈가 좀 더 발전할 수 있길 바랐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은 전편이 미로에서 나온 순간부터 나왔었던 실망을 반복하는 가운데, [헝거 게임] 시리즈를 비롯한 다른 많은 디스토피아 관련 SF 영화들에서 우리가 이미 접했던 것들만 보여줍니다. 소재들이 신선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잘 굴렸다면 괜찮았겠지만, 영화 속의 상투적인 이야기 전개와 밋밋한 캐릭터들을 보면서 전 지루해져만 갔습니다. 당연히 내년에 이 삼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나오겠지만, 제발 [헝거 게임] 시리즈처럼 괜히 1,2부로 만들지 않기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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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아버지와 아들 간의 애증 섞인 대립에 관한 보편적 가족 드라마로써 [사도]는 어느 정도 먹히는 편입니다. 외적으로 볼 때 영화는 잘 만든 시대극 드라마이고, 처음엔 좀 의구심이 들었던 송강호와 유아인의 캐스팅은 생각보다 많이 적절한 가운데 두 배우들뿐만 아니라 문근영을 비롯한 다른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막장 궁중 비극이었던 실화와 영화의 비교적 양순한 멜로드라마적 접근 방식은 이들의 어색한 조합 속에서 상영 시간 내내 화면 안과 밖에서 충돌하고, 쓸데없는 에필로그 장면을 비롯해서 영화엔 사족부린 구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띱니다. 영화 묘사대로였다면 실화 당사자들이 과연 그 정도까지 막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고, 영화는 그에 대한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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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사피엔자]

  [라 사피엔자]의 주인공 알렉상드르는 건축가로써 상당한 명성을 쌓아왔지만, 항상 실용성을 앞세워왔던 그의 경력에 뭔가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내 알리에노의 말을 따라 그는 아내와 함께 로마에 있는 17세기 건축물들을 보러 여행을 떠나는데, 이탈리아 국경 도시 스트레사에 잠시 들르는 도중에 그들은 젊은 두 남매 고프레도와 라비아나와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알리에노가 병약한 라비아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알렉상드르는 아내 대신 고프레드와 함께 여행을 계속하고 우린 여러 유명한 17세기 건축물들을 그들과 함께 감상하게 됩니다. 느긋한 흐름 속에서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들의 외관과 내관을 보는 재미가 상당한 가운데, 감독 유진 레비는 배우들이 진지한 양식화된 연기를 하는 동안 실실 쪼갤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간간히 집어넣기도 합니다. [뮤지엄 아워스]처럼 이야기보다 분위기와 풍경에 더 중점을 두는 예술영화인 걸 고려하시면 많이 즐길 수 있으실 겁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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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

  올해 초에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후보에 오르기 한 빔 벤더스와 줄리아누 히베이루 살가두의 공동 감독 작품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은 살가두의 아버지인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1970년대에 사진 촬영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경제학자로써의 경력을 뒤로 하고 그가 어떻게 사진작가 경력을 쌓아왔는지를 듣는 동안, 우린 그가 세계 곳곳을 누비는 동안 찍은 여러 많은 사진들을 보게 되는데, 영화는 이 사진들을 가까이 접하는 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그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은 여전히 담담하면서도 생생한 삶의 모습들을 전달하는가 하면, 기아와 분쟁 속에서 고생하는 난민들을 찍은 사진들은 보다 보면 그들의 비참한 상황들이 절절히 다가오고, 걸프전 직후 쿠웨이트 유전 지역에서 찍은 사진들은 살 떨리는 파괴적 아름다움을 뿜어내기도 합니다. 그런 동안 인간이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를 정말 많이 목격해 온 그가 인간에 대한 회의를 표명하는 게 그리 놀랍지 않지만, 2000년대 초에 고향으로 돌아온 후 그는 또 하나의 인생/경력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었고, 결말에서 보여주는 그의 작은 노력의 성과는 무척 감동적입니다. 그런 가운데 그는 다시 얻은 열정과 함께 새 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끝냈는데, 노년 사진작가에 관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 [빌 커닝햄 뉴욕]의 거리 사진가 주인공처럼 이분도 평생 카메라 버튼 누르면서 살아가시겠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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