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니 더 소중했던 시간들

2015.10.01 13:43

Mott 조회 수: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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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두어 개 관련 글이 올라왔는데요, 저도 본조비 내한공연에 다녀왔어요.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는 밴드예요.

그냥 Living on a prayer와 같은 히트곡을 좀 좋아하는 정도죠.

Always나 Bed of roses 같은 락발라드는 또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그리고 앨리 맥빌에 나올 때에도 괜찮았고,

무슨 소품 같은 영화에 나왔을 때에도 본 것 같은데 지금 IMDB를 뒤져도 무슨 영화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내한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 생각이 났어요.

오래된 락밴드를 좋아하거든요.

본조비를 막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해서 갈 생각 있냐고 했는데 가고 싶다고 해서, 회사 후배까지 같이 끌어들여 예매를 했습니다.

(티켓링크... 잊지 않을테다 -_-)


사실 당일에 되어도 그냥저냥 마음이 막 들뜨진 않더라고요.

공연 1시간 전 정도에 도착해서 손목밴드를 받아 차고 공연장 주변을 막 돌아다니니까 그 때부터 좀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어린 분들도 많았고 외국인들도 종종 보였어요.


근데 같이 오기로 한 후배가 차가 많이 막혀 공연 시간을 조금 넘어 도착했어요.

경험상 내한공연은 오프닝 밴드가 따로 있는 경우도 많고 특히 평일의 경우 정시에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여유 만만했죠.

급하게 손목밴드를 지급 받게 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 같이 들어가고 있는 분들도 많았어요 - 

존 본조비의 노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서야 막 뛰었어요. 스탠딩이라 대충 막 들어가서 같이 즐겼죠.


모르는 노래도 많았지만 충분히 즐거웠어요.

소리도 열심히 지르고 신날 때에는 방방 뛰고!

팬클럽이 나눠준 종이피켓도 열심히 들었고 스마트폰 라이트 이벤트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그런 이벤트로 다른 관객들과 일체감을 느끼는 게 참 오랜만이었어요.

본조비도 모두 그렇게 열심히 맞춰 보여주는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게 보였고요.


거의 멘트 없이 스물 몇 곡을 내리 달렸습니다.

다른 공연에서는 부르지 않았던 곡을 몇 곡 앙코르에서 부르고 몇 년간 부르지 않던 Always를 마지막으로 불렀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이상하게 끝나고 나서 더 생각이 많이 나는 공연이었어요.

모르는 노래가 많은 공연은 끝나고 나서는 빠르게 잊혀지던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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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당일 다음 날, 온 가족이 에버랜드로 출동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를 위해서였죠.

동생과 올케, 그리고 엄마, 아빠, 저까지, 그 꼬맹이 하나만을 위해 아침을 먹고 바로 집을 나섰어요.

사실 저는 이런 나들이에 잘 안 가는 편이지만 동생이 전 날 '다같이 가서 한번 다같이 고생해보자'고 하길래 원래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갔더랬죠.

동생이 그렇게 가족 다 같이 어딜 가자고 잘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물론 조카가 태어나고는 많이 달라졌지만요.

 

에버랜드, 저는 처음 가는 것이었습니다... 

네,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조카와 저는 에버랜드 첫체험을 같이 한 셈이지요.

어릴 적 자연농원 시절에는 몇 번 갔던 게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에버랜드는 정말 처음이었어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오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외국인도 많았고요.

그리고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놀랐어요.

그냥 입장권이 4만 원, 자유이용권이 4만 8천 원. -_-

할인되는 카드가 많긴 하지만 카드당 1인만 할인되는 게 원칙이라 사람 수대로 카드가 있어야 모두 할인을 받을 수 있죠.

그래서 할인 카드 확인하고 어쩌고 하느라 이용권 사는 데에만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어요.


우여곡절 끝에 입장한 그 곳은, 역시 잘해놓긴 잘해놨더라고요. 

난생 처음 보는 광경들에 조카는 눈이 돌아가고요. ^^

그 와중에 조카를 데리고 있는 올케와 기브스를 푼 다리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동생, 그리고 엄마, 아빠를 대신해 제가 음료수며 먹을 음식이며 사다 날랐고,

아이폰이 사진과 동영상이 잘 나온다는 이유로 유일하게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 제가 찍사도 맡았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이제 막 뛰어다니기 시작한 조카 중심이었어요.

우리가 탄 놀이기구는 케이블카와 토마스 기차(?)가 전부였고, 동물 좀 구경하고, 마지막에 유아용 놀이기구에 조카를 몇 번 태웠죠.


햇빛이 너무 강하게 내리쬐어서 땀도 무지하게 흘리고, 

아이스크림 사준다는 약속 때문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찾아 먼저 뛰어가서 줄서서 사서 가는데 

일행을 잃어버려 아이스크림이 운동화 위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고도 한참 후에야 겨우 만나 반만 남은 아이스크림을 조카에게 먹이고,

혼자 유아용 놀이기구에 올라타서 이것저것 만지고 노는 조카 사진이랑 동영상을 찍느라 아주 바빴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주로 들리는 T익스프레스 등에 눈이 잠깐씩 돌아가긴 했지만 즐거웠어요.


그냥 조카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데 너무너무 예쁘고요. 

지켜보고만 있어도 막 웃음이 났어요.

아마 우리 가족 다들 그랬을 겁니다. 그냥 어른들은 조카를 구경하러 간 셈이었어요.   

아직도 심심하면 붕붕카를 탄 조카를 찍은 동영상을 꺼내보곤 합니다.

(붕붕카 운전 시작하면 나오는 노래 다 외웠어요;;)


조카 덕분에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아기 사진이나 얘기들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연배가 비슷한 아기들이 몇 있더라고요.


이 날의 기억도 막 뛰어다녀서 정신 없던 그때 당시보다 지나가고 난 지금이 더 생각납니다.


유명하다는 놀이기구 하나도 못 타고 자유이용권은 왜 끊은 건지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원래 사파리를 보려고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깔끔하게 포기했어요)

지나고 나니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 조카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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