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치우지 않는 병...

2015.11.21 19:18

바스터블 조회 수:3946

예전에 외국에서 홈스테이를 한적이 있어요.

꽤 다양한 미국 가정 홈스테이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외국인 홈스테이를 원하는 가정들은 뭔가 가족에 대한 특별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


모지역에 살던 캐롤의 가족도 그랬어요. 호스트 캐롤의 딸은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너무 독특했죠. 원래 목소리가 그렇지 않았대요. 그런데 아프면서 변했다고 하는데 심한 목감기에 걸려 잔뜩 가래를 달고 말하는 목소리

같았어요. 일부로 그렇게 내는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 느낌이 너무 이상했죠.

처음 그 사람에게 놀랬던건 슬쩍 지나가다 본 방의 광경때문에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여자아이였는데...방은 말그대로 동굴이었어요. 제게는 난장판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정말 동굴이요.

유일하게 밖으로 개방된 작은 창문 하나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밀실 같은 방이었죠.

어두운 방안에는 옷가지와 알수없는 가구들이나 종이상자들이 발디딜 틈 없이 빼곡했고 그게 이상한 형태로 늘어져 있었어요. 바닥도 뭔가로 가득차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 방을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반쯤열린 방문으로 그 모습을 보면, 마치 빛이 새 나오는 유일한 창문이 점처럼 느껴지고, 그걸 기준으로 방안을 가득채운 이상한 물건들이 원심력을 가진양 소용돌이 치며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거에요.

질서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워낙 알수없는 물건들이 가득했고 그것들의 빼곡한 모양새가 워낙  밀도  높게 느껴져서, 소용돌이로 디자인된 공간이 구축된 듯한 이상한 착시를 일으키는...

처음 그 모습을 우연스럽게 보고 너무나 뜻밖이고 압도적인 광경에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방을 본적이 없었거든요.


요즘 저희 집이 정말 엉망진창이에요. 오늘도 나오면서 스스로 혀를 차며 나왔어요. 내겐 일말의 위생관념도 없단 말인가. 이 꼴은 뭘까..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치우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님이 있기 때문일거에요. 울며겨자먹기로 목요일 밤부터 게으르게 정리를 시작하죠. 처음엔 스팀청소기 까지 이용하면서 꽤나 정교한 작업을 했는데 근래엔 진공청소기로만 대충 밀고 

끝이에요. 예전엔 빡세게 2시간 딱 하고 마무리 했던 청소가 점차로 너무너무 하기싫어지면서 요즘엔 한 6시간 걸리는것 같아요. 느릿느릿..몸을 비틀며 억지로 하거든요.점점 집안은 더러워지고 있죠.


요즘 정말 청소가 너무너무 싫어요. 어지러진 집안 꼴도 보기 싫은건 매한가지지만 뭔가 정리가 안되요. 쓰레기통을 옆에두고도 책상위에 쓰레기를 가득 쌓아두죠.

문득 방의 상태가 제 정신상태와 기묘하게 싱크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요즘 제가 굉장히 피폐한데 그게 실체화된게 방의 상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예전에는 단지 제가 치우는 버릇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는데 방을 정돈하는게 정말 버릇의 문제인가 하는 점에 의문이 들어요. 

상황이 평행선이 아니라 점점 더 열악해지거든요. 주기적인 청소조차 끔찍히 싫어지고 있죠.


그냥 이대로 집을 버리고 이사가고 싶어요.......


뭔가 정리가 안되는 글이네요...;;

이번주는 방문하는 손님이 없어 일주일넘게 방이 엉망인채로 수습못하고 있거든요..심란해서 이런글 쓰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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