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내부자, 007스포)

2015.11.22 17:16

여은성 조회 수:1467


  1.이번 007을 보면서 의문을 해소했어요. 실바와 퀀텀조직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가 궁금했거든요. 어차피 그들은 스펙터라는 지주회사의 직원일 뿐이더군요.


 ...그러면 대체 스펙터의 보스는 얼마나 대단한 인물일까? 하는 새로운 의문이 들었어요. 의사결정그룹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사람이 보스던데 나라면 도저히 그런 초월적인 캐릭터를 그려낼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인물을 상대로 본드가 승리하게 만든다? 흠. 나에게 그런 각본을 써보라고 시키면 안한다고 할 거예요. 자신이 없으니까요.


 아무리 봐도 이건 불가능해요. 르쉬프르나 그린, 실바가 가진 에고의 크기를 보면 누군가의 부하 정도는 될 수 있어도 누군가의 부하의 부하로 사는 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가 등장한다니, 너무 기대가 되어서 안 볼 수가 없었어요.


 

 2.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 보스는 부하를 보내는 것 말곤 딱히 하는 게 없었어요. 하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죠. 다른 중간보스들도 처음부터 본드를 찾아가서 주먹질을 하진 않았으니까 참을성 있게 기다렸어요. 


 극중 인물들이 '본드 본부는 자네를 도울 수 없어'같은 말을 할 때 왜 저렇게 심각하지? 싶었어요. 본부가 본드를 도울 수 없는 건 그냥 늘 있던 일이잖아요. 본드는 몇 가지 퀘스트를 수락하고 보상도 받고 하며 최종보스를 드디어 만나게 되는데...


 최종보스는 여전히 아무것도 안 해요. 뺀질거리던 미스터그린조차도 막판에는 도끼질을 했잖아요. 주먹질 한 번이나 총질 한 번 정도는 해야 할 타이밍이 한참 지났는데 끝까지 아무것도 안 하더군요. 뭔가 인상적이고 싶어하는 듯한 말이나 쇼맨쉽을 몇 번 선보이다가 결국 잡혀 버리죠. 이 인간이 어떻게 저런 거대 조직을 구축하고 그 조직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어요. 내가 스펙터의 조직원이라면 회의 장면에서 오버하우저가 등장할 때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3.사실, 오버하우저가 운석드립을 칠 때쯤 저는 이랬어요. '아...이놈은 보스가 아니구나. 보스는 분명 따로 있는 게 틀림없어 이런 놈이 보스일 리가 없어.'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 쯤 모니카벨루치가 최종보스임이 드러나면서 속편 예고를 때릴 줄 알았는데...그런 건 없었어요. 휴. 제가 영화사 간부였다면 재촬영을 지시해서 심문실에 갇힌 오버하우저에게 암살자를 보내는 모니카벨루치 장면을 마지막에 넣으라고 했을 거예요. 


 운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버하우저는 마치 세상에서 혼자만 삼국지를 읽은 줄 아는 초딩이 지식을 과시하는 것 같았어요.



 4.흠.



 5.내부자들은 볼 계획이 없었지만...어쩔 수 없이 봐야 했어요. 오래 전에 읽은 듀나님의 3-10 투유마 리뷰를 떠올리게 했어요. 이병헌의 캐릭터를 보니, 3-10투유마 리뷰에서 벤에 대해 말한 '관객에게 아양을 떠는'이란 표현이 말이죠. 기사에서는 이병헌이 악역연기를 잘했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린지...이병헌은 악역이 아니죠. 이병헌의 손이 잘린 건 밸런스 패치예요. 그 능력치에 오른손까지 있었다면 이병헌은 내부자들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을 거예요.



 6.굳이 평가하라면 이병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깡패'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극 후반에 살인청부와 성폭행 혐의가 씌워지는데, 놀라운 건 이게 사실이 아니예요!


 그리고 뒤집어 보면 몇십년동안 깡패생활을 하면서 살인청부와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건. 이병헌이 정말 단 한번이라도 살인청부와 성폭행을 했다면 그냥 그걸 걸고 넘어지면 되지, 없는 혐의를 만들어내는 귀찮은 짓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 정도면 깡패생활을 하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했다고 자부해도 될 거예요 이병헌은. 


 하긴 그러니까 몰락했어도 부하들에게서 대접받는 정도의 포스는 남아있는 거겠죠.


 휴.


 특히 마지막에 6개월만에 감옥에서 나온 건 리얼리즘의 극치예요. 저렇게 착한 사람이면 도주도 하고 도끼로 사람 손 좀 잘랐어도 오래 수감되면 안되는거죠. 언제 기회가 되면 어둠의이지스+내부자들 팬픽을 써보고 싶네요.



 7.캡틴아메리카2의 세계는 모두가 쉐보레를 타고 다니는 이상한 세상이었는데 내부자들의 세계는 회장들이 샬루트21을 마시는 이상한 세상이더군요. 샬루트 38은 병모양이다른 걸로 아는데...아닌가요? 샬루트38이었나? 샬루트 38은 바가격이 너무 심해서 실제로 시켜본 적이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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