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CUT


화면이 예쁘다. 50년대 에스콰이어 잡지의 예쁜 화보 수백장을 2시간 동안 본 기분이다. 이미 영상미 있는 영화들

- 벨벳 골드마인, 파 프롬 헤븐 - 을 만들었던 토드 헤인즈가 감독이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여성간의 사랑도 그냥 일반적인 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라고 했고, 

실제 영화에서도 그렇게 보여준다. 대부분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과한 남성성, 단발머리에 피어싱에 거친 말, 

그리고 모형 성기를 착용하고 섹스를 할 것 같은 느낌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스치듯 지나가 한 눈에 반한 여성스럽고 우아하기 그지 없는 두 여성이 만나서 '아름답게' 애무하고 키스하고, 같이 여행을 다닌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하게 그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점에서 동성애에 무지한 일반 관객들도 거부감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케이트 블란쳇의 지나친 우아함보다는 루니 마라의 유리 같은 소녀가 예쁘게 보였고, 

루니 마라는 이 영화로 칸느 여우주연상을 탔다. 반면 미국의 시상식에서는 케이트 블란쳇을 여우주연상 후보에 넣었고, 

루니 마라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넣었다. 둘 다 상은 못 탔다.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굉장히 외로운 여성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결혼하고 애도 낳은 일반인데, 

그녀의 표현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테레즈(루니 마라)를 보고 진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캐롤을 어떻게 봐야할지 약간 반반이다. 

당시 50년대는 동성애라는 게 뭘까? 라고 궁금증만 있었을 뿐, 딱히 혐오라는 게 생기지도 않았을 정도의 낯설고 '그냥 그렇다더라' 정도의 시대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숨고 살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 캐롤은 이성애로서 결혼을 했다. 

캐롤이 진짜 동성애자라면 동정심이 가고, 이성애자였고 정말 자신의 처지가 외로워서 한 순진한 소녀와 잠시 사랑을 한 거라면 잘 모르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캐롤을 빗취로 그리진 않았고, 순수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감독은 일부러 영화를 몽글몽글 흐릿하게 찍은 것 같다. 현대적인 HD 고화질 디지털 느낌이 아니라, 

옛날 영화처럼 픽셀이 큰 느낌이다. 그래서 더 '그림 같다'.


영화 마지막은 데자뷰를 그린 것 같던데, 그래서, 해피엔딩인건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게 무한 반복이라면 해피엔딩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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