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박찬욱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데...올드보이 시절 강혜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신인까지 나온대서..깐에서 난리났을때부터 오늘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엄청 기대에 쩔며...스포일러따위에 희생당하지 않게 개봉날 봤습니다.

2. 내용은 대략...일제강점기,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고 후지와라 백작(앗..나도 백작인데 ㅋ)으로 신분을 위장한 남자가 그녀에게 접근하는데, 혼자가는 게 아니라, 전설적인 여도적의 자식 숙희를 그녀의 하녀로 밀어넣어, 히데코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서, 둘이 같이 몰래 도망가서 결혼하면, 백작은 그녈 정신병원에 집어넣고, 숙희는 커미션을 받는...그런 음모로 시작되는데

3. 여기서부터는 스포 겸 감상입니다....

4. 1-3부로 구성된 영화는 흐름이 참 빠릅니다(오프닝 타이틀 따윈 개나 줘버려..바로 시작합니다..1장 찍고)

1부는 숙희의 시선인데, 전설적인 여도적이었는데 딱 한번 잡혀서 목매달려 죽으면서도 숙희를 낳고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엄마처럼..본인 자신도 씩씩하고 당당한 처자입니다. 백작의 제안에도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딜을 또 거는..식민지 시대의 여인상으로 보이지 않을만큼(사실 잘못된 교육탓에 생각을 못하고 살았지, 이런 여성들 많았을 거라 추측)멋진 캐릭이어서 좋았어요

2부는 히데코의 시선인데, 엄청난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가하는 비정상적인 사람들 속에 살다보니, 살짝 똘끼가 있는 머리 좋은 캐릭이더군요..엄마가 자신을 낳고 죽었기에 모성이란 걸 경험해본 적이 없는데, 가장 가까운 친족인 이모는 정신이 나간 채로 변태 이모부와 변태 이모부의 전부인과 살고 있으니..그 다음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모까지 죽어서 온통 남인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니..제대로 감정이란 걸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상태인데 거기에 변태적인 남자는 어렸을때부터 봐와서..진짜 저렇게 큰 것만 해도 기적적인 캐릭인거죠..웬만큼 비뚤어진다해도 이해될 만큼 괜찮은 캐릭을 잘 만든 것 같아요..1부 끝에 살짝 뒤통수를 친 후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막나가니까 아우 새롭더군요..1부에서 보여준 건 연기를 연기하는..아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감독이나 작가나...전 정말 잘 쌓여진 사연을 가진 캐릭을 보면 흥미가 넘쳐요..이렇게 재미있는 여여 캐릭들을 한국영화에서 만난 건,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2부에서 좀 아쉬운건..백작+히데코의 음모 설명씬...백작 너무 많이 나와요..둘이 짜고 고스톱 치는 거 알겠다구요..내가 보고싶던 건 1부에서와 같은 숙희와 히데코의 시선교환이었는데..

3부는 근데 좀 헷갈려요..어찌됐든 숙희는 동선이 없어졌는데, 히데코 혼자서 이끌어야 정상인 내용같은데, 감독은 쓸데없이 "남자"도 많이 다뤄서..다 보고 나니까, 좀 허탈하더라구요.. 어차피 쓰다버릴 남자 캐릭이면 3부는 좀 더 히데코에 집중되게 만들면 좋았을 것 같은데, 2부에서 충분히 충분히 겪은 변태 이모부와 사기꾼 백작 이야길 열심히 끌고가는 건 좀 낭비였다고 생각해요..그리고 특히 마지막 환희의 섹스신..그건 진짜 욕먹어 싸다고 생각해요..섹스신은 솔직히 둘이 처음 맺어진 그거 하나로도 충분했는데...거기에 대체 뭔생각으로 두 사람이 야설에 나온 방법대로 섹스를 하고 싶어할거라고 생각한건지.."구슬"을 마지막에 들이민 건..그건 솔직히 별로였어요..

5.그래도 그나마 고마운건...남자 감독들 요즘 경향대로 이도저도 아닌 폭발해서 산산히 부서지는 플롯이 아닌..행복한 결말이라 좋았어요
박 감독말대로, 너무 불쌍한 인생을 산 히데코는 행복해져야해요..그게 남자이든 여자이든 뭔 상관이에요..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거지..

6.아 그리고, 그것도 좋았어요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흔하디 흔한 방식이 아닌, 대단히 감각적이면서..대단히 한국적인(숙희가 아씨 붙들고 엉엉울면서 고백하는 건 우리나라 외엔 아무도 이해 못할 거 같아요..아 숙희.....)

7. 히데코역의 김민희는 단순히 섹스신의 과감함으로 치부되기엔 너무 멋진 연기를 보여줬어요..숙희가 반할 수 밖에 없는 걸 그대로 보여준 냉미녀 그자체..아마 크리스탈을 보는 소녀팬들의 느낌이 이러할 것 같기도..그녀만의 독특한 눈매는 정말 무한한 표정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거의 모든 씬에 나오면서도 지겨운 모습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자신이 사랑하는 하녀가 헛소리를 할때 때리면서 눈물 흘리는 연기는 가슴이 저릿저릿


8. 그리고 역시 우리의 김태리양...남자아이같은 면이 얼굴에 살짝 있어서 삐진 연기는 정말 대박...히데코가 귀여워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게 콩콩거리는 귀요미였네요..섹스신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적극적으로 붙어서 둘의 첫 섹스신때 둘이 사랑에 빠졌다는 걸 완벽히 이해시켜주더라구요..내내 상여자스러움을 넘어선 보이쉬한 톰보이스러운 매력이 좋은 연기..

근데 역시 제게 최고의 연기는 히데코 아가씨 죽지마세요 하며 엉엉울때............너무너무 사랑스러운데 풀샷이어서 아쉬웠어요


9. 결론적으로, 수많았던 야설 낭독회씬 좀 치고, 마지막 섹스신 치고, 2부의 음모 설명씬 좀 쳐냈으면 좀 더 쌈빡하고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어찌됐든 전 재밌었어요..아무래도 이렇게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건 두 여주의 케미가 정말 좋았던 것때문?

10. 빼먹었는데, 문소리씨의 이모연기 후덜덜..하여간 이 영화는 여자 배우들은 다 잘하고 좋은 장면 보여줬어요

11. 일본어가 많이 나오는데, 어쩌다보니 일본친구가 많았던 제가 듣기엔 그냥 한국사람이 일본어하는 느낌이었어요..일본어 연기는 실망..


12. 남장이 잘 어울리던 김민희양...잘난 사람은 성별을 뛰어넘는구나라는 감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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