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실망이네요

2016.07.17 23:57

menaceT 조회 수:2128

일단 기존의 연상호 영화들도 그렇게 일상에서 흔히 쓰이지 않을 법한 단어나 문장들로 이뤄진 대사들이 뭔가 붕뜬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성우들의 연기가 거슬렸던 적도 적지 않고요. 그런데 이게 실사 영화로 오니까 심각하게 두드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상호의 연기 지도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도 정말 나빠요.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 중 손꼽을 만큼 음악이 나빴습니다. 음악 자체로도, 음악의 사용 양상에서도.


액션에 있어서 몇몇 아이디어는 꽤 인상적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월드워Z를 인상적으로 본 건지 좀비가 좁은 목 같은 데서 덩어리를 이루었다가 퉁겨져 나오는 특정 움직임이 너무 자주 나오더라고요. 저런 움직임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데서도 그저 시각적인 스펙터클을 위해 그런 움직임들을 부러 넣는다고 할까요. 또한 몇몇 연출은 정말 심각하게 구립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 그 플래시백은 정말 참기가 힘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이런 단면적인 캐릭터들, 일차원적인 은유들로 이야기를 어영부영 끌고 가는 건, 기존 연상호 영화를 보면서 기대했던 그런 그림이 아니지요. 예전엔 끌고 가는 동력에 있어서 작위적인 구석들이 있어도, 그렇게 꾸역꾸역 이야기를 깊은 지점까지 이끌어 보는 이를 결국 감탄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면, 이번엔 그냥 작위적이고 얕습니다.


이게 차라리 연상호의 신작이 아니라, 단순히 어떤 신인 감독이 만든 한국형 좀비 영화의 첫 신호탄 정도였다면 꽤 호평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상호의 신작으로는, 저는 그닥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힘듭니다. 대충 CJ발 기획 영화 정도의 완성도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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