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사랑)

2016.08.15 12:26

여은성 조회 수:925


 1.언젠가 썼던 딸에 대한 꿈을 꾼 다음부터는 딸에 대해 가끔 생각하곤 해요. 약간 이상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말로 그 아이를 사랑하거든요. 딸을 낳기도 전에 어떻게 딸을 사랑할 수 있느냐고 어이없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을 해주고 있는 거예요. 


 낳지 않는 거요. 나는 정말로 딸을 현실 세계에서 만나보고 싶지만 내가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낳는 건 정말 잔혹한 일인 것 같아요. 좋은 세상 또는 좋은 아버지 둘 중 하나는 만나게 해줘야 할 텐데 둘 다 불가능이죠. 



 2.현실 세계에 없는 소릴 했으니 현실 세계에 있는 녀석에 대한 소리를 해 보죠. Q요. 


 지난 일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몇 번인가 뵌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어제 내게 말했어요. '형이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한 얘기 중에 30%가 그 사람 얘기인거 알아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초등학교 2학년 이후 정말 오랜만에 설레임이나 기대감 같은 고조된 느낌을 누군가에게 느끼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됐어요. 기분이 좋아서 그날 당장 Q를 만나려 했지만...파토나버려서 새벽까지 폭주하긴 했지만요. Q에게 고조된 느낌을 느끼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나중에 써 볼께요.



 3.나는 사람들을 천체에 비유하곤 해요. 항성과 행성으로요. 하지만 누구든 항성의 일면이나 행성의 일면을 가지고 살아가죠. 언제나 항성이거나 언제나 행성 노릇만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상황이 그들에게 어딘가에서는 항성을 연기하도록 하고 어딘가에서는 행성을 연기하도록 만드는 거죠. 


 그래서 돈이 많거나 좀 잘나가거나 하는 사람들을 꼭 항성형 인간으로 분류하지는 않아요. 큰 덩치를 갖추고 밝은 빛을 내며 항성 행세를 하는 어떤 놈들은 어떤 다른 항성 앞에서는 더더욱 보잘것없는 행성이 되어버리거든요. 어차피 행성일 뿐인 그들이 가진 돈이나 소소한 권력은 스스로 내뿜는 빛이 아닌, 다른 항성이 비춰주는 빛을 받아 반사할 뿐인 거죠. 


 그래서 스펙이나 사이즈보다는 태생적으로 항성의 천성을 타고난 사람을 항성으로 분류하는 편이예요. 자신이 누군가의 주위를 돌며 살아가는 걸 참지 못하는 기질 말이죠. 붙박이별로 살면서 자신의 항성계에 들어온 모두를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하도록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요.


 그런 녀석들은 나쁜 녀석일 때도 있고 나쁘지 않은 녀석일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악의 구분이 흐릿한 편이예요. 대체로 자신의 행성들에게는 못되게 굴지 않거든요. 자신의 항성계에 있는 행성들에게 그들이 있어야 할 위치나 공전 주기, 항성으로부터의 거리를 일일이 지정해 주고 자신이 뿜어내는 빛과 중력과의 상호작용을 충실히 수행하는 행성들에게는 관대하죠. 때론 그들을 위해 눈물흘려 주기도 해요.



 4.휴.



 5.나는 한때 Q가 별로였어요. Q가 대체 어떤 항성의 빛을 반사하고 살길래 저토록 나댈 수 있는지 궁금했죠. 그래서 그녀의 항성이 뭔지(누구인지) 알아내려고 꽤 노력을 했는데...최근엔 결국 Q가 가지고 있는 빛과 중력은 누군가의 걸 빌려온 게 아니라 그 자신의 것일 거라고 인정하게 됐어요. 문득...


 '이거 설마 Q가 악당이 아니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Q가 했던 말들을 다시 하나하나 되짚어 보니 비열한 말이나 인격을 모욕하는 발언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하나 하나 객관적으로 따져보니 폭언의 레벨이 누가 더 높냐고 한다면 그건 여은성이지 Q라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본다면요.


 휴.


 사랑의 감정에 대해 써보려고 했는데 한계가 온 것 같네요. 너무 졸려요. 어차피 길어질 것 같으니 이쯤에서 끊고 다시 다음에 써보죠.



 6.생각해보니 좀 웃기네요. 저런 비유법을 쓸 필요도 없이 그냥 Q에게 가서 '네 빽이 누구냐? 누가 뒤에 있어야 그렇게까지 설칠 수 있는 거냐.'라는 직관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럼 Q는 시원스럽게 가르쳐 줬을 거예요. 


 하긴 대답을 들어 봤자 믿지 않았을 테니 무의미했겠네요. Q가 '난 그런 거 없어.'라고 말해봐야 당시의 나는 의심했을 테니까요.



 7.마치기 전에...다시 생각해보니 딸을 낳지 않는 건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아닌거네요. 유일하게 좋은 일이거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2
104130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2] 쿠융 2011.03.20 1103
104129 찰스다윈과 종의기원에 대해 쉽게 설명된 책 추천해주세요~ [4] 츠키아카리 2011.03.20 1326
104128 프랑스의 창작집단 CFSL에서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그림을 수집합니다. 여기 그림들. [3] nishi 2011.03.20 1521
104127 키보드 되는 아이패드 케이스 (zaggmate) [4] at the most 2011.03.20 2547
104126 <49일> 감상...아닌 배우들 잡담 [1] 라라라 2011.03.20 1872
104125 [공연 후기]2011년 3월 11일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의 쎄시봉 콘서트 [2] 젤리야 2011.03.20 3172
104124 [듀나in] 피죤의 핵심기능은 뭘까요? [12] clutter 2011.03.20 3251
104123 조용원 가끔영화 2011.03.20 2167
104122 저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반대합니다. [19] at the most 2011.03.20 4989
104121 [고양이] 잠오는 고양이들 [3] 여름문 2011.03.20 14490
104120 주말징크스 생길 지경 [1] 사람 2011.03.20 1196
104119 필라테스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4] Gaudi 2011.03.20 3129
104118 어제 정형돈 핸드폰 [6] 시실리아 2011.03.20 4490
104117 배수아씨의 최근 근황이 궁금한데 아시는분? [2] 재클린 2011.03.20 2415
104116 이창동 감독 <시> 블루레이 제작 검토 설문 [1] hobbit 2011.03.20 1397
104115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발췌 [5] 브랫 2011.03.20 2111
104114 복거일의 <이념의 힘> + 힙합 자유주의자 [4] catgotmy 2011.03.20 1463
104113 MBC '나는 가수다' 같이 보아요! [106] 고인돌 2011.03.20 4685
104112 [펌] 기상천외 아이디어 디자인들 [2] 01410 2011.03.20 2141
104111 무엇이 문제일까요(소개팅 관련 바낭..) [7] 클로버 2011.03.20 27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