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9.30 13:33

여은성 조회 수:1123


 1.언젠가 썼듯이 나는 재수없는 녀석이예요. 재수없는 녀석과 재수없게 여겨지는 녀석은 사실 다른 거지만 결국 타인에게는 같게 인식되니 어떻게 표기하든 상관없겠죠. 



 2.'왜 이런 소릴 하는 거지? 새벽감성으로 쓰는 자기고백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예요. 내가 재수없는 녀석인 건 절대 내 탓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재수없는 녀석인 게 전혀 부끄럽지가 않아요. 그냥 자연스러운 원형의 모습인 내가 우연히 재수없는 녀석인 거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썼듯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기분나쁘고 얄팍한 사람이라는 걸요. 괜히 다른 사람 흉내를 내봤자 도금이 벗겨지면 실망만이 돌아온다는 걸 잘 알게 됐어요.



 3.하지만 최근 몇년간은 약간 착각을 하고 살았어요.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은성씨는 정말 착해. 착하다고.'라는 말을 해줬거든요. 물론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요. 하지만 어쩐지...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딱히 나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느날 어떤 사장-솔직히 말해주는-에게 물었어요. 여기서는 좋은 사람 취급을 받는데 밖에서는 영 아니라고요. 그러자 사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물었어요. 혹시 여기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밖에서 만난 사람을 대하냐고요. 그렇다고 했어요. 사장이 그러면 혹시 처음 만난 날, 처음 대면한 순간부터 그러느냐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했어요. 그러자 사장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은성씨가 참 착하긴 해. 하지만 가끔 말이 너무 포악해.'


 이 세상의 수많은 단어들 중 '포악하다'라는 말로 설명되어보기는 처음이었어요. 포악하다...이건 사실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잖아요. 정확히 어떤 뉘앙스로 쓰이는지는 아마 그 말을 쓴 사람만이 알 거예요. 



 4.휴.



 5.이 시간은 재수없는 녀석들에겐 좋은 시간이 아니예요. 지겹고 지루한 시간이거든요.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제 재수없는 사람을 상대해 주지 않게 됐고, 어제 재수없는 사람을 상대해 줬던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니까요. 나야 근면하고 성실하니까 어제 놀고도 이 시간에 깨어있지만요. 어쨌든...지금은 나를 상대해 줄 만한 사람들이 일어나는 걸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예요.


 

 6.지겹고 지루하다면 뭔가...결혼이나 육아나 그런 걸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투덜거리는 것보단 그게 낫지 않냐고요. 확실히 결혼이나 육아 활동을 하면 지겹거나 지루하긴 않을거예요. 24시간 내내 짜증내느라 지겹거나 지루해할 틈이 없겠죠. 그리고 나는 잘 알죠. 짜증나는 것보다는 지겹거나 지루한 게 훨씬 낫다는 거요. 지겹거나 지루하다는 이유로 발을 들여선 안 될 곳에 들이는 실수는 하지 않을 거예요. 


 듀게에 글을 쓰는 동안 인생이 지겹다는 말은 많이 썼지만 인생이 짜증난다는 말은 딱히 쓴 적 없는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하긴, 짜증났으면 일기를 쓰는 대신 그냥 죽었겠죠.



 7.위에 '새벽감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느날 새벽에 들어와서 쓰던 글을 이어서 쓰는 글이라 그래요. 지금 시점으로 고칠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 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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