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4 00:21
쎈 영화들 취향이라 온갖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화를 많이 봐와서 왠만한 수준에는 자극이 안오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수라는 선을 좀 넘었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고어 영화 수준이더라'는 말은 틀렸어요. 고어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그런데 폭력.. 정말 야수적인 폭력 극한의 짜증과 분노와 궁지에 몰렸을때의 그런
현실감있는 폭력을 묘사하는데 있어서는 제가 보아온 어떤 영화보다 강렬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알고 갔기 때문에 예상은 했는데 초반부터 미친듯이 드라이브를 거는데.... 어 이거 뭐지?
싶더라고요. 아니 초반부터 이렇게 쎄면 영화를 어떻게 이어갈려고?... 이런느낌? 등장인물 모두가 자제력을 상실했고 누군가 한번 건드려주길 바라는 폭탄같은 인간들입니다. 모든 대사가
악다구니와 상욕과 짜증과 분노의 연속이에요. 끊임없이 힘과 힘으로 붙어서 위아래 선을 긋고 누군가에게 갈리고 또 누군가를 갈고.....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뭐랄까 메갈용어를 쓰자면 한남들이 몰리고 몰려서 야수적인 폭력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너무 잘 묘사한거 같달까요? 뭐 그건 인간....남성이라면 누구나 손톱
만큼이라도 가지고 있는건데 한국적인 특성이랄까? 그런게 정말 잘 드러났달까? 아 물론 그런 영화들은 많고도 많았습니다. 많이들 이야기 하는 것처럼 배우들도 자기가 이전에 몇번이나
맡았던 역할의 재탕이죠...그런데 안지루했던건 그걸 극한까지 밀어붙였다는 느낌이 들어서에요. 이 영화를 안좋게 봤어도 다들 칭찬하는 카체이스장면이 상징적이죠. 이 영화가 뭘 보여주고
싶은지 딱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한마디로 수많은 폭력적인 갱스터물이 있지만 이건 딱 한국에서만 나올수 있는 영화가 아닐런지.
그리고 촬영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카메라만 멋지게 돌아가면 다른게 다 후져도 용서되는 사람인데 정말 촬영이 너무 탁월했어요.'한국영화 치고'가 아니라 그냥 대단했어요.
앞서도 말한 카체이스 장면의 듣도보도못한 앵글도 그렇지만 주지훈과 정우성의 격투장면도 정말 놀라웠고 음향...타격감도 정말 좋아서 영화속의 폭력이 스크린을 찢어발기고 현실로 퍽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다 좋았습니다. 저는 의외인게 정우성이 혼자 망쳤다는 이야기가 많던데 제가 볼땐 아주 적절하게 잘 했다고 생각되는데.... 여기치이고 저기치이고 완전 x된 인간 쓰레기
의 얼굴을 잘 표현했어요. 정우성이 껍데기는 참 멋지지만 어딘가 루저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딱 그렇게 보였어요. 그리고 황정민은 달콤한인생부터 계속 보여준 양아치
캐릭터를 또! 했는데 그래도 전혀 지루하게 안보일만큼 잘 했어요. 특히 그 하의실종장면은 감탄이 나왔습니다...
다만 단점을 꼽자면 끝도없고 공격받을 부분이 많은 영화라는것에는 동의합니다. 정서가 낡았다는것도 그렇구요. 무엇보다 나레이션과 음악의 사용이 정말 확 깼는데... 아이구 아재요ㅠ
이런느낌. 하지만 여러방면으로 부족하지만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친 영화 저는 좋아하는 편이라 대단히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악취미랄수도 있는데 막판에
차승미가 죽을까봐 조마조마했는데(아무래도 여자 캐릭터라 뭔가 그렇게 됬나봐요) 결국엔 가차없이 총맞아 죽는걸보니까 '아 그래 이게 맞는거야' 뭐 이랬습니다. 폭력은 여자라고 비켜
가는게 아니니까요...
2016.10.04 01:45
2016.10.04 14:52
제가 느낀 것과 많이 비슷하네요! ㅎㅎ 근데 모두들 손에 손잡고 혹평을 쏟아내서 좀 어리둥절 했달까요.
정우성은 어수룩한 매력이 이 영화랑 잘 맞았던것 같아요. 욕을 못해서 이렇게 욕을 먹다니 ㅜㅜ
전 아픈 아내설정이 영 마음에 안들었어요. 그리고 두 악당을 소개팅해주는 장면에서 읭? 했고요. ㅎㅎ
하지만 결국, 전반적으로 끝까지 가는 힘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단합해서 욕먹을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2016.10.04 18:21
2016.10.04 19:03
정우성이 그옛날 홍콩느와르에 최적인 배우인건 맞는데 아수라가 홍콩느와르의 계보에 있는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홍콩느와르면 어둠의 세계에 있더라도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주인공이 있고 낭만적인 정서가 있죠. 그런데 아수라엔 그런거 없죠. 정우성 포함 모두가 쓰레기고 낭만성따윈 없잖아요. (나레이션은 좀 걷어내고!) 그리고 폭력장면 묘사가 샘페킨파-오우삼으로 이어지는 그런 라인의 쾌감을 주는 연출도 아닙니다. 물론 만든사람들 나이대를 생각하면 홍콩느와르의 영향을 다 부정할순 없겠지만 이건 그냥 이제 한국영화의 한 축? 정체성?이 되버린 한국 폭력물의 익스트림 버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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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가 너무 낡아서 그렇지 좋게 보면 좋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맞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