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표현에서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은 무조건적으로 배제되고 배척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관객의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간과할 수 만은 없을겁니다. 특히나 실제 사건을 '직접적'으로(모티브만 따온 게 아니라) 다루는 영화의 경우 자극적인 표현 방식이 해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 영화 '귀향'의 경우 작중 소재에 대한 묘사 방식으로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제목이 같은 'Coming Home'이나 'Volver'가 해당 소재에 대해 직접적인 묘사를 최대한 배제한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죠. (전자는 베트남 전을 다룬 작품이지만 전장의 전투 시퀀스는 전혀 묘사되지 않았고, 후자는 강간, 살인, 시체 유기 등의 설정이 나오지만 자극적으로 재현하지 않았습니다.)


'한공주'의 경우는 엄밀히 따지면 특정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그 사건의 모티브만 따왔고, 문제의 그 시퀀스도 엄밀히 따지면 직접적으로 묘사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 방식에 대해 비판이 없진 않았습니다.


아예 창작인 '돌이킬 수 없는', '마터스', '세르비안 필름'(이 영화를 보고 세르비아의 현실 비판이니 어쩌니 하는 평은 전혀 공감가지 않습니다. 그럴 목적도 아닌 것 같고요.) 등의 영화들은 극단적인 내용을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호적으로 본 사람도 있지만 비우호적으로 본 사람도 많습니다.


이에 비해 2015년작 '스포트라이트'와 '룸'은 좋은 평가를 받았죠. 두 영화 모두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전자는 실화, 후자는 소설을 각색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대사로 언급만 하거나, 소품을 이용해 최대한 자극을 줄였습니다. 분명 차분하고 사려 깊은 태도고 두 영화에서는 성공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화들이 '스포트라이트'나 '룸'처럼 자극성을 최소화 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드레스드 투 킬'의 자극적이고 관음적인 시퀀스들을 직접적이지 않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대체할 수 있겠습니까?


--------------------------------------------------------------------


한편 영화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해롤드와 쿠마' 1편에서 해롤드와 쿠마의 옆집 친구 앤디와 세스는 영화 기프트(샘 레이미 감독)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세스: "Sorry, kids. We ain't goin' nowhere. We're watching The Gift. Supposedly Katie Holmes shows her titties in this movie."

앤디: Katie Holmes is a nice, respectable, wholesome girl... and I'm gonna see her boobs.


'사고친 후에'에서는 벤과 친구들은 영화 속 노출 씬 정보 사이트를 만들고자 합니다.  '와일드 씽'의 니브 캠벨과 드니즈 리처즈의 그 씬이 언급되는건 덤입니다. 물론 선점 사이트가 있어서 포기했지만요.


한국 웹에서도 x분 y초 하는 식의 유사 형태가 있습니다.


위의 경우들은 길티 플레저로 용인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영화의 특정 부분을 포르노적으로 소비하는 점에서 관객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포르노라면 포르노의 목적 자체가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것이니까 문제가 될 게 없지만요.


문제는 포르노적으로 소비하면 명백하게 안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특정 영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


'Mommie Dearest'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고전 배우 조운 크로포드와 양녀 크리스티나 크로포드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조운 크로포드는 좋은 엄마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입니다. 



명백하게 조운 크로포드의 자녀 학대를 보여주는 시퀀스입니다. No Wire Hangers로 유명한 이 시퀀스가 컬트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Mommie Dearest'에서 자녀 학대에 대한 묘사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데, 심각함보다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저도 이 시퀀스를 길티 플레저로 즐기긴 했는데, "No Wire Hangers!" 이후로는 보기 불편해지는게 사실입니다.


영화의 특정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184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368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44706
103011 아마존에 책을 주문했는데 1달이 지나도 배달이 안되네요. [5] 산호초2010 2017.04.02 1346
103010 반기문 > 황교안 > 안희정 > 안철수 , 벼랑끝에 몰린 보수진영의 발악 [11] soboo 2017.04.02 2860
103009 잠시 동안 잠잠히 있겠습니다 [12] 조성용 2017.04.02 1996
103008 후보 별 미세먼지 공약 [4] 회사원A 2017.04.02 1335
103007 오늘도 아가씨 [4] 샌드맨 2017.04.02 587
103006 이번 공각기동대가 아바론보다 낫나요? [10] 밀키웨이 2017.04.02 1094
103005 오사카 3박4일 여행 문의 [9] 영화처럼 2017.04.02 1334
103004 무한도전 국민위원... [6] 영화처럼 2017.04.01 2411
103003 만우절 웃기는 가끔영화 2017.04.01 606
103002 아재파탈 가끔영화 2017.04.01 774
103001 노무현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10] 아이비에프 2017.04.01 3494
103000 오랜만의 근황 + 마지막(?) 색연필 그림 [8] 샌드맨 2017.04.01 1127
102999 G6를 샀어요 [2] 메피스토 2017.03.31 1381
102998 '송 투 송' 한국 개봉 언제일지 아는 분 계신가요? [3] 프랜시스 2017.03.31 728
102997 마성의 남자 문재인... [1] 도야지 2017.03.31 1390
102996 솔직히 반문연대는 코미디 아닌가요? [8] 새벽하늘 2017.03.31 1694
102995 IT 티져 예고편이 나왔었군요 부기우기 2017.03.31 469
102994 이만희 감독의 휴일 [1] 가끔영화 2017.03.31 523
102993 [바낭] 개인적인 이번 대선의 재미(?) 포인트 [11] 로이배티 2017.03.31 1982
102992 문재인 시대가 왔다 eltee 2017.03.31 10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