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3 20:56
영화적 표현에서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은 무조건적으로 배제되고 배척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관객의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간과할 수 만은 없을겁니다. 특히나 실제 사건을 '직접적'으로(모티브만 따온 게 아니라) 다루는 영화의 경우 자극적인 표현 방식이 해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 영화 '귀향'의 경우 작중 소재에 대한 묘사 방식으로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제목이 같은 'Coming Home'이나 'Volver'가 해당 소재에 대해 직접적인 묘사를 최대한 배제한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죠. (전자는 베트남 전을 다룬 작품이지만 전장의 전투 시퀀스는 전혀 묘사되지 않았고, 후자는 강간, 살인, 시체 유기 등의 설정이 나오지만 자극적으로 재현하지 않았습니다.)
'한공주'의 경우는 엄밀히 따지면 특정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그 사건의 모티브만 따왔고, 문제의 그 시퀀스도 엄밀히 따지면 직접적으로 묘사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 방식에 대해 비판이 없진 않았습니다.
아예 창작인 '돌이킬 수 없는', '마터스', '세르비안 필름'(이 영화를 보고 세르비아의 현실 비판이니 어쩌니 하는 평은 전혀 공감가지 않습니다. 그럴 목적도 아닌 것 같고요.) 등의 영화들은 극단적인 내용을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호적으로 본 사람도 있지만 비우호적으로 본 사람도 많습니다.
이에 비해 2015년작 '스포트라이트'와 '룸'은 좋은 평가를 받았죠. 두 영화 모두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전자는 실화, 후자는 소설을 각색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대사로 언급만 하거나, 소품을 이용해 최대한 자극을 줄였습니다. 분명 차분하고 사려 깊은 태도고 두 영화에서는 성공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화들이 '스포트라이트'나 '룸'처럼 자극성을 최소화 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드레스드 투 킬'의 자극적이고 관음적인 시퀀스들을 직접적이지 않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대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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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해롤드와 쿠마' 1편에서 해롤드와 쿠마의 옆집 친구 앤디와 세스는 영화 기프트(샘 레이미 감독)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세스: "Sorry, kids. We ain't goin' nowhere. We're watching The Gift. Supposedly Katie Holmes shows her titties in this movie."
앤디: Katie Holmes is a nice, respectable, wholesome girl... and I'm gonna see her boobs.
'사고친 후에'에서는 벤과 친구들은 영화 속 노출 씬 정보 사이트를 만들고자 합니다. '와일드 씽'의 니브 캠벨과 드니즈 리처즈의 그 씬이 언급되는건 덤입니다. 물론 선점 사이트가 있어서 포기했지만요.
한국 웹에서도 x분 y초 하는 식의 유사 형태가 있습니다.
위의 경우들은 길티 플레저로 용인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영화의 특정 부분을 포르노적으로 소비하는 점에서 관객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포르노라면 포르노의 목적 자체가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것이니까 문제가 될 게 없지만요.
문제는 포르노적으로 소비하면 명백하게 안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특정 영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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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mie Dearest'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고전 배우 조운 크로포드와 양녀 크리스티나 크로포드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조운 크로포드는 좋은 엄마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입니다.
명백하게 조운 크로포드의 자녀 학대를 보여주는 시퀀스입니다. No Wire Hangers로 유명한 이 시퀀스가 컬트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Mommie Dearest'에서 자녀 학대에 대한 묘사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데, 심각함보다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저도 이 시퀀스를 길티 플레저로 즐기긴 했는데, "No Wire Hangers!" 이후로는 보기 불편해지는게 사실입니다.
영화의 특정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2017.01.13 21:35
2017.01.14 02:05
어차피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요, 정답이나 옳은 소비방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비되는 방향이 영화랑 대략 잘 맞아서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감독이 그 장면을 잘 연출한 것이겠고
소비되는 방향이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려서 감상 도중 다른 생각이 들게 만든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연출일 수 도 있겠죠.
2017.05.26 16:16
남이사 AV를 보고 오열을 하든 시스터액트를 보고 수녀를 망상하면 자위를 하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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