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짓은 이미 충분합니다

2011.08.30 18:02

메피스토 조회 수:1085

* 아까 언급했던 얘기와 동일한 맥락에서, 곽노현에 대한 제 생각은 두가지입니다. 아니. 그냥 한가지라고 해두죠. 바보같다.

 

첫번째.  이렇게 쉽게 '돈'과 관련된 문제를 들통나게 처리하는것이 바보같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그와는 별개로, 바보 아군은 강대한 적만큼이나 위험합니다. 적에게 '바보'가 있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말입니다.

 

 

* 어떤분들은 심지어 '그게 무슨 문제거리가 되느냐?'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런데  그 얘긴 앞뒤가 바뀐 얘기입니다.

 

문제거리가 되는게 아니라면, 애시당초 검찰에서 물고늘어지지도 않았을겁니다. 선의건 선의 할애비건 그런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법에 위배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심지어 그것도 아니죠(상관없다는건 아닙니다. 법에 위배된다면 더 이상 볼것도 없습니다). 물고늘어짐의 목적이 이미지 타격이건, 실제적인 법적 처벌이건, 결국 검찰이나 한나라당이 공세적 입장을 펼치는건 그게 '문제거리'이고 먹힐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타이밍이 기가막힌다느니하는 류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일련의 사건 자체가 '진보', 혹은 비한나라당이라 불려지는 진영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거꾸로 증명하는 샘입니다.

 

공직에 있는 인간이

 

"나는 법적으로 당당하다"

 

하나만을 모든 행위의 실행근거로 삼는 것 처럼 바보같은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정치인을 비난할때 쿨하게 법적측면만을 따지나요. 그러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적어도 전 아닙니다. 실제적인 법뿐만 아니라 도덕적 흠결사항, 루머, 실언, 이미지...모든걸 다 따집니다. 정치인들이 미쳤다고 이미지 메이킹이라는걸 하겠습니까. 

 

곽노현은 뺴도박도 못하는 공인입니다. 연예인의 뻘짓을 두고 공인의 태도 운운하는게 아니라, 그냥 공인이라는겁니다. 연예인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그가 벌이는 모든 중대한, 사소한 일들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인은 도덕적, 법적 심판대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그게 공인의 고갱님인 국민의 클레임이건, 찌라시의 섹스스캔들기사건, 경쟁 정치인의 정략이건 뭐건 말입니다. 그리고 당사자에겐 그걸 신경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적어도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는 비난받고 비판받고 쓰레기라고 욕을 먹어 마땅한 일입니다. 없던 일을 만들어서 뒤집어 씌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반대로, 그런 '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명타를 먹을 수도 있는 빈틈을 보여주는걸 칭찬해주고픈 생각도 없습니다. 

 

곽노현은 이미 인정을 한 상황입니다. 누가 원하지도 않는 뭔가를 던져주고 갔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변에 가까운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빌려 사고를 친게 아니라, 본인의 선택과 의지로 일이 벌어진 샘입니다. 적어도 현재 드러난 '사실'은 그렇죠. 그게 무언가의 댓가가 아니라 '선의'라고 하고 있을뿐이죠. 결국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뻘짓은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그래서 전 이 상황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고 짜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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