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ine21.com/news/view/?idx=2&mag_id=85573

 

 

http://www.cine21.com/news/view/?idx=2&mag_id=85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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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현장에 있었고 지금은 다른 업에 종사하지만 그때 맺었던 인연으로

가끔 그바닥 소식은 듣습니다. 원래 이쪽 사람들의 상당수가 거칠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어서

자연스레 일하는 모습도 좀 거친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왜 이 사실이 이제야

공론화되기 시작하는지는 참....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참지않고 쫄지않고 조금씩

목소리를 내니 참 감개무량하네요.

 

프리부터 참여하다보니 벼라별 양아치들, 사기꾼들, 주잡한 인간들 다 겪어봤지만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들이 넘치는 곳이예요.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몸담기엔

너무나 많은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나마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저런 내면화된 '마초이즘'과 '여성혐오'에 열악한 환경까지 더해지니

그저 일시켜주고 밥먹여주면 장땡이니 입닥쳐라는 식의 그 근본적인 마인드는 여전한가봅니다.

 

여성스탭들 가지고 희롱하는건 예사고 여자배우들 특히 힘없는 조단역이나 보출들한테 하는

짓거리들 생각하면 아주 가관이죠. 영화제작현장 자체가 일종의 작은사회라서 일단

한번 진행이 되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을 봐야하는 곳이라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트러블은 그때그때 무마하고 결국 제작이 완료되면 입 삭 닦고 나몰라라 하는 그런 식의 반복.

 

허리디스크가 올 정도로 몸이 망가졌지만 제작부에서 스탭들 보험은 들어놨으니 일단 촬영 끝나면

해결해주겠다 해놓고 끝나니 흐지부지.....거기다 늘어지는 보촬에 잔금도 안주고 그거 빌미삼아서

결국 촬영 쫑하고 대충 빠이빠이~. 심지어는 밥차, 식당 밥값까지 떼먹은 제작자도 있으니

성희롱, 성추행 그까이꺼 뭐 먹는거임? 이딴식의 태도가 나오는건 당연하겠죠.

 

좁디 좁은 바닥에 촬영 끝나면 뒷풀이로 술자리가 이어지고 여기서 나오는 얘기는 딱 두가지예요.

영화얘기, 업계사람들얘기. 맘에 안드는 사람 안주삼아 씹어대는건 그냥 일상이니 여기에

오르내린 스탭들 배우들, 특히 힘없는 서드, 막내들, 조단역들은 그냥 '싸가지없는 새끼', '연기도 몸도 엉망인 거지같는 X' 되는거죠.

 

현장에서의 합이 예민하다보니 일단 확인절차없이 소문만 안좋으면 금방 매장되고 설사 일을 같이한다해도

끝없는 수군거림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요즘은 대학이나 여타 영화인력 양성기관들이 들어났다해도

일단 현장가면 오야지들 보기에는 그냥 애기수준이니 학교물 싹 빼고 현장물이 들어야하죠.

 

촬영팀들이 서로 뷰파인더로 여배우들 여자스탭들 서로 돌려보는건 그냥 현장에서 시간남을때하는 소일거리이고

조명장비 나르느라 피곤에 쩔고 짜증에 받힌 조명부들도 뒤에 앉아 누구하나 잡아서 씹는건 현장의 일상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내용이 대부분 지금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예요.

그나마 여배우, 여자스탭들은 여기저기 술자리 불려가서 짖궂은 장난에 적당히 맞춰야하기까지 하니

참 그래도 버티는거 보면 용하기도 하고 기사 내용대로 스스로 쎈척하면서 나갈수 밖에 없기도 하구요.

 

뭐 제작현장만 그런건 아니고 언론도 마찬가지긴 합니다. 현장 취재오거나 영화제 파티때 사람들 행동하는거 보면

저런 짓거리를 하고도 참 글은 멀쩡히 잘쓰는구나 싶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인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의 작품과 인격을 어느정도 동일시해서 인간적으로 흠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참 순진한건지

아니면 영화가 좋으니 모든게 용서된다는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일말의 연관성도 없습니다. 그냥 영화는 영화고 사람은 사람일 뿐이죠.

정말로 멋지고 감동적이고 심지어 진보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기까지 한 영화도 현장에선 쌍욕에

비인격적 대우가 난무하니.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환경을 자신이 연출하는데 이용해먹기까지 하니까요.

 

일례로 일상의 구질구질함과 먹물들의 허위의식을 잘 까발리는 모 감독 역시 이미 소문은 익히 들어서 잘 아실테니까요.

그래도 그 양반은 자기가 어떤 인간인지 감추거나 포장하려는 들지 않으니까요. 그런 자신의 찌질함가지 영화로 써먹으니.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너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 계속 펼쳐지니 견디기 힘들다 결국 한예종의 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로

현장을 떠나버렸습니다. 나도 잘하면 굶어죽을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가장 싫었던건 그 속에서 벌이지는 쥐꼬리같은

권력으로 아귀다툼하는거였어요.

 

'너 같은거 하나는 마음만 먹으면 이 바닥에서 매장시켜버릴수있다.' ,'그딴 마인드로 이 바닥에서 일할생각말아라.' 뭐

레파토리죠. 일도 일이지만 그런식으로 오야지들 비위맞춰주고 수발들고 하는게 도저히 못해먹겠더군요.

대한민국 영화판이 그런식의 도제관계로 굴러가는 곳이라는거 알고 왔지만서도. 반세기 넘게.

 

푼돈 먹을려고 이런저런 단편 만든거 대충 짜깁기해서 지원금 타내고 제작하지도 못할 작품 PPT만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투자받을려 사기치고 어디가서 누구 캐스팅을 하네 누가 제작지원을 하네 하면서 공짜밥, 공짜술 얻어먹는거도 못할짓이었습니다.

 

작품은 안하면서 허구헌날 시나리오쓰네, 취재를하네 하면서 허송세월하고 나이는 들대로 든 꼰대 감독들 천지죠.

술자리는 어찌나 좋아들 하는지 온갖 가오 개폼 다잡고 배우들 누구연락해서 나오라할까 소리나 하고 동석한

스탭, 배우, 기자, 영화사직원 등등 여자만 있으면 개같이 껄떡대고.

 

아무튼 그때는 철저한 을중의 을이라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구나 하는 무력감이 가장 컷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건 지금도 가끔 예전에 모셨던? 모 감독이나 이 바닥 관계자들을 만나는데 이제 제가 다른일을 하고 있으니

예전처럼 그런 고압적 태도를 못취하더군요. 저도 예전처럼 저자세로 나가지도 않구요. 다시 현장와서 일해볼 생각없냐고

하니 저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가서 조감독은 못하겠다 차라리 나중에 제 사업이 더 번창하면 그때 제작쪽 일을 해보려고

한다라고 얘길했더니 좀 놀라긴 한 모양이더군요.

 

현장에서 얼굴 시커멓게 박박기던놈이 자기돈으로 나중에 영화한다는 소리로 들렸겠죠. 뭐 고까웠을수도 있고 아니면

나중에 자기 영화 하나 하는데 소액 투자라도 좀 해라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행히 영 엉망인 사람만 있는건 아닌게 서울에서 알게된 한 동생도 현장의 열악함과 부조리함에 잠시 떠났다가 지금은

다시 복귀를 했다더군요. 그 친구랑 술잔을 기울이며 했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우리 개같은 영화는 만들어도 개같이 영화를 만들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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