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여신 콘서트하면 보통 무엇을 기대할까요?

파격+엽기+강력한 무대연출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거에요.

그렇지만 이번 공연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호들갑스럽게 뜬 기사에 턱 없이 못 미칠 정도로

무난하고 안전한 공연이였어요. 도대체 왜 19금? 이런 생각만 들었어요. 한 15세 정도가 적절할텐데.

 

가가여신답지않게 등장만 신선하고 나머지는 여타 팝가수의 새앨범투어와 대동소이하게

"앨범신곡 줄줄이-기존 히트곡 줄줄이- 발라드로 넘어갔다가- 분위기 방방 띄우는 댄스곡 한번 더 하며 마무리"

라는 아주 전형적이면서 안전한 세트리스트를 안무+노래로 단촐하게 꾸몄습니다.

 

처음에 조명이 켜지고 고딕성이 등장할 때만 해도 '저기서 가가여신님이 무슨 또라이짓을 벌이실까~'하며 두근대던

마음은 끝내 허무한 기대로 끝났습니다. 그냥 무대 여기저기 위로 올라가서 노래하는게 다 였고 무대 자체를

이용한 연출은 '전혀' 없더군요. 그냥 성이 반으로 갈라지는게 신기했다는 것 정도.

 

기사로 보면 사람을 믹서기에 넣고 갈고, 총을 쏘고, 자궁에서 깨어나고, 오토바이에서 여성 백댄서랑 놀고

꽤 과격할꺼 같은데 실제로 보면 그다지... 그냥 다들 무난한 정도였어요.

 

좋았던 점은 역시나 가가다운 엄청난 라이브실력과 춤실력. 가수로서의 기본기 자체였습니다. 예상외로.

물론 가가 잘하는건 알고 있었지만 엽기적인걸 기대하고 갔었기에 기본기 자체가 가장 돋보인게 의외였어요.

엄청나게 뛰고 소리지르고 춤추고 하면서 계속 라이브를 하는데 어떻게 음정 한번 엇나가질 않네요.

 

그리고 관중 장악력 정말 대단하고 팬서비스 죽이고 아주 멀리서 면봉보다 작은 크기로 보이는데도

광채랑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스크린을 보지 않고도 누가 가가인지 그냥  보여요.

그냥 걸어다닐 때도 넘쳐나는 자신감이 아주 섹시했구요. 한국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도 좋았어요.

다만 한국어를 단 한마디도 안한다는건 약간 아쉬웠네요. 영어로 계속 뭐라뭐라 하는데 미안한데

절반쯤은 못 알아먹었어요.

 

 

전혀 계열이 다른 가수인데 아무로나미에의 콘서트와 굉장히 유사한 분위기였어요.

노래와 춤 그 기본 자체에 충실한 공연. 그 기본이 굉장히 출중했기에 그 점을 중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공연이겠지만 가가라는 브랜드상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는 없네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대만족이긴 했습니다. 다만 기대했던대로 마돈나의 girlie show와 같은

공연 역사에 남을만한 공연은 확실히 아니였어요. 대세인 팝가수의 모범적으로 성실하게

만든 콘서트 정도라 생각하시면 될꺼라 봅니다.

 

마지막 사족으로

가가가 브라자랑 레깅스 입고 뛰어다니면서 관객들한테 감사를 표현하고 노래를 부르던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였어요. 정말 관객에 대한(몬스터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느껴졌네요.

한참 멀리서 봤는데도 관객을 향한 진정한 사랑,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몬스터들의 가가 사랑도 만만치 않았지만.

 

사족 하나만 더,

음향 진짜 그지 같아요. 무슨 늘어난 테이프를 스피커로 빵빵하게 울려가며 재생하는 느낌.

소리가 째지고 탁하고 뭉개지고 시끄럽기만 하고. 음향간 비율도 안 맞고. 엄청난 악조건 속에서 끄떡없이 라이브하는

가가여신이 놀라웠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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