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를 거쳐 폴란드로 온지 육일째입니다. 폴란드의 심장이라 불리는 크라코프에 있는데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가깝다고 해서 오늘 다녀왔어요. 아우슈비츠 수용소 관람투어를 신청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관광상품으로 아유슈비츠라...여타 관광처럼 수익을 위한 투어가 아님에도 낯설었어요.
아침일찍 픽업온 차량을 타니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이어 밝은 노래가 잠시 흘렀구요. 뭐지...하는 사이 아우슈비츠 영상을 틀어주더군요. 여기서부터 투어는 시작되었습니다.
영상을 보다 차창밖을 보다...여러 생각이 스쳤어요. 참혹한 영상을 보며 참혹한 행위를 하는 현재 이스라엘도 겹쳤고요. 회자되지 않는 수많은 대량학살도요. 마음 속에 아우슈비츠 관람에 저항이 꽤 컸었습니다. 한시간여를 달리고 도착한 곳에서 입장 준비를 하고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수용소에 들어갔어요. 맨처음 본 건 아우슈비츠 오페라였어요...이장혁의 노래에도 있죠...오페라를 연주할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눈물의 정체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규정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아니 할 수가 없었어요. 수용소 내부를 안내받으며, 인간의 잔혹함이 얼마나 끔찍하던지요. 그리고 여전히 행해지는 학살들, 잊혀지는 죽음들, 자본이 고도화될수록 교묘해지는 학살의 장치들, 누가 내 목을 조르는지도 모른채 숨막히며 살아가는 사람들, 차별들...
아우슈비츠에서 죽임당한 사진들이 걸려있는데 사진들보기가 어쩜 그렇게 힘든지요. 쌍둥이 사진도 있더라고요. 같은 생김새에, 같은 날 태어나 두 달 간격으로 같은 방식으로 죽임당했을 쌍둥이...서로의 생사도 모른채 벌어진 일이겠죠...그 속에도 삶이 있었기에 그들의 신발과 솔 그릇들도 아기옷들도 인형도 있었어요. 그게 더 보기 더 곤혹스러웠어요...오기 전까진 유대인 학살만 회자되는 게 내심 속상하기도 했어요. 유대인 학살은 계속 확대재생산되서 다양하게 불러오면서 다른 사건을 반복하면 낡고 오래돼 지루한 것으로 치부되는 게 못마땅하기도 했고요...뭐든지 힘겨루기인 것 같아 씁쓸했어요. 그렇게 비교되는 성질이 아닌 건데도요...다녀오고나니 많이 어지럽습니다. 유대인학살을 떠올리며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학살을 멈출 수 있다면 어지러움이 덜할텐데요...
여행 중 여러곳을 다녔지만, 오늘이 가장 힘드네요.
한국가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요. 오늘을 잊지 않게요.
소금광산이나 가려했었는데 폴란드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며칠 더 머무르겠지만 쉬다 떠나야겠어요.
쓰고 싶은 말은 참 많았는데 어쩐지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요.
다음엔 제가 보고 느낀 모든 걸 쓰면 좋겠어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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