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농담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바로 자기 정체성을 살짝 비하하는 건데요. 예컨대, 일이 급해서 회사복도에서 막 뛰어가다보면 (네, 미국 회사에서도 드물지만 이런 경우가 있습니...) "워워워 뛰지마! 너 그리고 오늘 커피도 더이상 마시지마" 하고 저지하는 동료 직원이 있어요. 그러면 저는 절대 지지않고 "나는 절대 최강 성격급한 한국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다! 계속 뛰어다닐거야! 커피도 100잔 더 마실거야!" 하고 답해줍니다.


회사에 커밍아웃한 직원이 몇 명 있고 당연한 말이지만 다 제각각입니다. 그 중에 한 남자애랑 어제 잡담을 했는데, 얘랑 대화하면 높은 비율로 대화가 개그로 반전됩니다.


얘: 지난주에 웨스트첼시의 식당에 갔는데 맛있긴 해도 엄청 비쌌음. 아, 웨이터들은 다 모델이었어.

나: 음식이랑 드링크 설명은 잘해줬어?

얘: 그게 뭐가 중요해? 다 모델이었다구!

나: 음 나는 좀 중요하다고 보는...

얘: 그건 네가 게이가 아니라서 그런거임.


정체성 개그(?)를 좋아하는 건 여러 선결조건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에요. 어느정도 친분이 있고, 친분이 있어도 얘가 내 정체성에 어느 정도 이해가 있어야만 비로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웃게되니깐요. 뭐 그렇습니다. 바낭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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