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월요일 새벽인것 같아요. 열린 베란다 문을 통해 사라졌다고 여겨진, 그러니까 제가 잠자는 사이에 사라진 고양이를 이틀째 되는 오늘, 찾았습니다.


어제 주변을 둘러보다..이 환경은 도저히 내가 어떻게 뒤져볼만한 곳이 아니다.고 여겼고, 오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고양이 탐정을 불렀어요.


예전에 제가 이런 글을 적은적이 있어요.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B%B0%94%EC%8A%A4%ED%84%B0%EB%B8%94&page=3&document_srl=11550183


고양이 탐정 김봉규씨에 대한 이야기였죠.

드디어 그분을 대면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전화번호가 011로 시작되는...이거 그대로 쓸까? 싶은 그 번호로 메세지를 남겼는데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특유의 빠르고 더듬는 목소리로...


밤에 와서 주변을 둘러보고, 최악의 상황이라며 절 다그쳤는데..인터넷의 어떤 공포글들에 비해 그 정서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굉장히 쉽게 흥분하시고, 겁을 주는 얘기들을 많이 하시긴 하지만..뭐...딱히 거북스러운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이틀이 지났는데 다행히 고양이는 주변에 있었어요.제가 사는 건물 주변. 확실히 경력이 있으신 분이라 바로 알더라고요. 고양이가 있을법한 포인트들..

어제 제가 가서 한번씩 둘러봤던 것 같은데 놓친건지, 오늘 새롭게 온건지 건물 뒷담 사이로 쭉 비집고 들어가서 나오는 후미진 곳에서 숨어있었어요. 잠자코...


저보고 따라오지 말라고 거기서 자기 가방 가지고 기다리라고 하고서 탐정은 후레쉬를 들고 여기저기를 찾다가 갑자기 온화해진 표정으로 제게 와서 고양이를 잡는법을 대뜸 알려주더라고요. 바닥에 직접 무릎을 꿇고...몇분간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고양이에게

다가가는 법, 잡아서 케이지에 놓는 법, 유인하는 법등을 알려주더니..아비시니안 계열로 보이는 고양이를 찾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분의 코치를 받고 직접 그 후미진 곳으로 제가 들어가서 아예 양반다리로 앉아서 슬금슬금 엉덩이로 움직이며 접근해서 간식으로 유도하기도 하고, 계속 이름을 부르면서 결국 끌어 안아 케이지에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아예 앉지 않고, 쭈그려 앉아서 이동했더니 멀리서 코치하며 지켜보던 탐정님께서 갑자기 그 밤중에 마구마구 소리를 지르며 절 윽박질러대서 깜짝 놀라긴 했지만..그러다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가면 상황이 어려워짐을 아시니 그러신거겠죠.

좀 놀랐지만 이해가능한 상황이었어요.


어쨌든 꽤나 큰 돈을 들였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고양이를 찾고 다시 집에 들어와서 절 붙들고 자기를 제외하고 모든 고양이 탐정이라는 사람들은 사이비다.를 1시간 가량 훈계하시고 가셨어요. 난 빨리 우리 고양이 보고 싶은데..자꾸 말이 길어지니 좀 답답했지만...고양이 찾아줬는데 그정도야..

생각보다 평범하고, 이해가능한 사람이더라고요. 전 뭔가 문학속의 괴짜를 생각했었나봅니다.


아무튼 5층에서 뛰어내린듯 싶은 고양이는 다리를 절고, 입주변이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헐어 있고..뭔가 불편한 곳이 많아보여요. 항문낭이 생긴것도 같고요..


집앞 24시간 동물병원에 일단 데려가야 겠어요.탐정님은 지금 가봐야 의미없다. 내일 원장 나올 시간에 가라셨지만..전 지금 안가면 답답해 미칠것 같아서..


이글을 쓰는 동안..탐정님과 1시간 얘기하는 동안 충분히 안정도 취했을테니 저는 이만 뿅!


아무튼, 그동안 몇개 글을 올리며 조언해주시고, 위로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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