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2015.07.12 13:37

올렉 조회 수:3414

'가난까지 상품화'…쪽방촌 괭이부리마을의 눈물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70296&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기사는 쪽방촌으로 유명한 괭이부리마을에 '체험관'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지자체의 계획을 거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 내에 나와있는 일화가 참 거시기한데, 주민 중 한 분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유치원 버스 4대가 와서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 

괭이부리마을을 '관광'하고, 한 아이가 '공부 열심히 안하면 이런데 산대'라는 말을 한 것을 듣고 얼굴을 붉히셨다는.. 


뭐하는 짓인가 싶어요. 


저는 대학 진학하고나서 '내가 가난한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때까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본격적으로 대학에 가면서 나보다 경제적 형편이 좋은 집 사람들, 특히 부모님의 직업이 그럴싸한 전문직인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인 것 같습니다.


소득분위.. 뭐 이런식으로 정확하게 아는건 아니지만 제 부모님의 경제력은 중산층에 약간 못미치는 정도거나 (의외로) 중산층이 아닐까? 라고 생각됩니다.

자식이 물려받을 빚이 없고 서울내에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일단 저는 (경제적 측면에서) 부모님을 존경해요.


단지 자식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한다는 개념이 별로 없으시고(한국의 다른 부모들 보다는?), 저도 성인 이후(사실 이전에도) 용돈 받아 본 적이 손에 꼽아서

저 개인으로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항상 많이 쪼들려온 것이 맞는 것 같아요. 

특히 대학 졸업 후 취업 - 저축 같은 테크를 타지 못한 예술계 사람이고, 언제나 단기적인 알바자리를 전전하며 

월 소득 100과 0을 오가는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실제 생활 수준이나 소득 수준의 측면에서도 물론 빈곤하겠지만, 심리적인 가난, 불안감 같은게 더 큰 케이스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제 경제적은 불안감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측면이 있는데,

부모님-특히 어머니가 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아끼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안달복달하고, 쓸 것도 안쓰면서 아끼는 사람이라

(학창시절 문제집 사는데 쓰는 돈이나 고등학교 등록금까지 잔소리하고 아까워하는 분이셨어서..)

저도 금전관리 능력은 없으면서 그냥 돈이 부족한것 같으면 마냥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찌되었든 이것도 풍족하지 못해서 생긴 특성이니 가난에 의한 것이 맞나 싶기도 하구요. 

 

특히 예술계 대학이라는 좁은 사회에 한정하면, 저는 명백히 제일 가난한 사람이 되는데요. 

이 때의 기분이 참 묘해요. 지금 전문성을 갈고 닦는 일이 미래의 수익이나 소득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느긋한 얼굴로 취미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또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학업을 해나가는데

저는 때마다 초조한 기분으로 같은 일을 해나가야 하고.. 


교수들은 정말 '가난'이라는 것에 관심도, 지식도 없는 이들만을 선발해 둔 것같은 분위기로 

제 수준의 가난(?)이 작업이나 미래의 계획(유학이나, 국제 미술제 관람 등)에 방해(?)가 되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하거나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기 보다 

그냥 자연스레 어떤 결격사유로 생각하는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있다보니 저는 실제 제 자신이 가난한 정도보다 뭔가 더 억울하고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어 점점 더 비굴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새 일거리를 찾게 되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 기분이 더 상향세를 타면 부모에게 당연한듯 의지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보다 낫다,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으면 된거다, 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이건 때때로 제 스스로 저의 '가난(?)'을 차별화의 요소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제가 이런 발상을 조금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저의 경제적 쪼들림이 되물림과 같은, 피치못할 구조적 상황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기 보다

저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좀 해보면, 저 자신의 상황과 기사의 상황을 딱히 연관지으려는 것은 아니고요, 

그냥 한 사람의 경제적 어려움 - 가난 - 이 당사자와 타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느냐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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