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딴지놓는 사람들)

2022.03.01 18:07

안유미 조회 수:633


 1.이런 놈들이 있어요. 열심히 현재를, 현실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오면 꼭 그거에 딴지를 놓는 놈들 말이죠. 노력에 대해 얘기하고 커리어에 대해 얘기하고 부동산 얘기 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도인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데 너희들 행복하니?'라고 질문해오는 부류들 말이죠. 아래쪽 c님이 쓴 글에서 다루는 사람들과 비슷한 부류죠.


 후진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이런 장면에서 한참 부동산 얘기에 몰두하던 사람들이 무슨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허를 찔린 것처럼 '그렇지! 니말이 맞아. 우리 이런 얘기는 그만 하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대화하자꾸나.'라는 반응을 하는 클리셰로 흘러가곤 해요. 마치 돈이나 부동산 얘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형이하학적이고 헛된 가치를 쫓는 사람들인 것처럼 묘사하는 흐름으로 말이죠.


 나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말고도 이런 놈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강남에는 별로 없고 보통 홍대 쪽에 많이 서식해요. 머리와 콧수염을 이상하게 기르고 허세랑 기세만큼은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부류들이죠.



 2.그런데 저런 질문은 사실 행복에 대한 질문이 아니예요. 저런 질문을 맥락없이, 느닷없이 해오는 놈들은 그런 주제에 전혀 관심이 없거든요. 그냥 그 자리의 분위기가 자신이 주도할 수 없는 흐름으로 흘러간다 싶으면 그 자리의 맥을 끊고 자신이 주인공 행세를 해보려는 얕은 수작이죠. 


 갑자기 자신은 돈이나 성공, 부동산 같은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 형이상학적인 사람으로 포지션을 잡고 열띤 대화를 이어가던 사람들에겐 뜬금없는 검증을 요구하는 대화법인 거니까요. 나는 저런 놈들을 매우 극혐해요. 


 그런 대화를 하고 싶으면 뜬구름 잡는 대화나 하는 곳에 가서 지들끼리 기싸움 하면 되는 거거든요. 왜 그런 자리가 아닌 곳에 와서 TPO를 망치면서까지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건지.



 3.이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나도 이리저리 다녀보니 어떤 자리의 대화의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존재감을 발산하려는 건 매우 안좋은 짓이라는 걸 거듭 깨닫게 됐죠. 만화 얘기하는 자리에서는 만화 얘기를 하면 되고 정치 얘기하는 자리에서는 정치 얘기를 하면 돼요. 


 물론 그런 대화도 너무 깊어지면 또다시 각자가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기도 해요. 왜냐면 어차피 사적인 자리는 조화롭게 흘러가기 힘들어요. 결국 존재감과 주도권에 관한 자리가 되어버리거든요.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이성에게 어필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자리가 되어버리고요.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정치인 후원회를 만들어서 정치인을 후원할 것도 아니고 환경보호단체에 큰 돈을 기부할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큰 스케일을 논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란 말이예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떠한 대화를 하면서 상대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올려치려는 시도를 매 분, 매초마다 시도하곤 하죠. 그 자리의 대화주제를 바꿔가면서 말이죠.


 

 4.휴.



 5.그래서 듀게에 전에 썼듯이 나는 잠재력이 없거나 성공하지 않은 사람은 잘 만나지 않아요. 잠재력이 있는 사람과 만나면 미래에 대한 구상이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성공한 사람과 만나면 자기과시를 해도 자신이 해낸 것, 자신이 가진 것을 토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고요. 그렇게 건전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성공이라는 게 그렇거든요. 확실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대신에 한계 또한 명확해요. 100억만큼 성공한 사람은 200억만큼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할 수 없고 200억만큼 돈번 사람은 300억 부자 행세는 못 해요. 그래서 내가 돈을 좋아하는 거죠. 돈으로는 자신이 가진 것만큼만 나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잠재력이 없거나 성공을 못 한 사람들-그들 중 일부분-은 무제한으로 나대는 습성이 있단 말이예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확실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주제로 대화가 흘러갈 수밖에 없어요. 정치나 인권, 환경문제 같은 것들 말이죠.



 6.그야 물론 그런 건 좋아요. 그런 문제에 신경쓰지 않는 것보다는 신경쓰는 게 나은 것이니까요. 그러나...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런 류의 대화가 시작되면 느닷없이 상대를 검증하려 들고 자신을 올려치려고 들고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일어나요. 


 성공에 대해 말할 때는 개인이 달성한 한계 안에서만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을 올려치는 것도, 남을 깎아내리는 것도 어느 선에서 멈추곤 해요. 그러나 자신이 달성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대화가 시작되면 그 대화는 매우 추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단 말이죠.



 7.그렇기 때문에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스스로 함부로 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 느닷없이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는 듯한 권한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자신은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게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물론 이건 페미니즘의 문제는 아니예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문제인거죠. 그런 사람들은 어차피 지금 유행하는 게 히피문화면 히피 행세를 했을 거예요. 지금 유행하는 게 나치즘이었으면 나치당 당원 행세를 했을 거고요. 지금 홍위병이 득세하고 있었으면 스스로 홍위병을 자처했겠죠. 어차피 상대를 문제삼으려고 페미니즘을 써먹는 그런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는 아닌 거예요.


 

 8.나는 이 게시판에서 자신과 맞지 않으면 느닷없이 일베 딱지를 상대에게 붙이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나는 그런 건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면 상대에게 일베냐고 묻는 순간 느닷없이 그사람은 상대를 일베인지 아닌지 단 한마디로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몰이당한 상대는 느닷없이 자신이 일베가 아니라는 해명을 하기 위해 열 마디를 해야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죠. 왜냐하면 프레임이 그러니까요. 일베라는 건 그만큼 이미지가 안좋은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이 일베가 아니라는 걸 쩔쩔매며 해명해야만 하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단어, 그런 프레임을 꺼내드는 것 자체를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마음먹고 있어요. 그것이 아무리 나를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죠.



 9.느닷없이 행복 얘기를 꺼내들거나 느닷없이 페미니즘 얘기를 꺼내들거나 느닷없이 환경문제를 꺼내들거나 느닷없이 일베몰이를 하려들거나 느닷없이 동물보호를 꺼내드는 것. 마치 자신은 그런 것에 관심이 있고 상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한심한 사람인 것처럼 포지션을 잡는 것. 사실 그런 대화가 시작되어버리면 각자나 개인같은 건 없어요. 그냥 프레임과 기싸움만 존재하는 거죠. 



 10.나는 평생을 그런 인간들을 많이 봤어요. 맥락없이 급발진하며 상대가 동의하지 않은 것을 꺼내들고 들먹이면서 우위를 점해보려는 사람들 말이죠.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그들을 관찰해 보니 조금 가엾기도 해요. 그렇게 존재감을 발산하고 싶어하는데 성공을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동원하는 거니까요. 그런 인간들은 약간이라도 성공했다면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면서 살았겠죠.



 11.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우 성공하고 싶어요. 왜냐면 원하는 만큼 성공하지 못 하면 나조차도 '내 것이 아닌 것들을 주워다 쓰는 사람'이 되어버릴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물론 나대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굳이 나대면서 살 거라면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며 나대는 사람이 되고 싶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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