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닝: 왕좌의 게임 원작인 얼불노를 5권까지 다 본 입장에서 최대한 드라마에 아직 나오지 않은 내용은 스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책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얼불노는 기본적으로 각 챕터마다 어느 한 개인의 시점을 취하여 그들이 겪는 사건과 생각을 고스란히 알게 해줍니다. POV 캐릭터라고 하는데 말하자면 해당 챕터의 주인공인 셈이고 나아가 책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아무래도 독자들은 이들 POV 캐릭터의 눈으로 얼불노의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생각을 읽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보다 이들 POV 캐릭터들에 더 강하게 이입을 하고, 그래서 이들이 대체적으로는 캐릭터들 중 가장 인기가 많기도 하죠. (케이틀린, 산사 지못미)

 

여하튼 그래서 1권의 POV 캐릭터는 누군가 하면

에다드 스타크,
케이틀린 스타크,
브렌 스타크,
산사 스타크,
아리아 스타크,
존 스노우,
티리온 라니스터
데너리스 타가리엔

 

이렇게 8명입니다. 당연히 이들을 중심으로 주요 사건들이 전개가 되고요. 이들 중 진 주인공처럼 보였던 에다드 스타크가 끔살을 당하는 충격 이후, 2권의 POV 캐릭터는


티리온 라니스터
아리아 스타크
존 스노우
산사 스타크
브렌 스타크
케이틀린 스타크
테온 그레이조이
데너리스 타가리엔
다보스 씨워스(양파기사)

 

이렇게가 되었습니다. 작고하신 숀 빈...이 아니라 네드 스타크가 빠진 자리에 테온 그레이조이와 양파기사가 들어간 것을 빼면 1권의 8명 중 7명이 여전히  POV 캐릭터죠. 말할 필요도 없이 일반적으로 이런 시리즈 물에서 주인공은 중간에 갑툭튀 한 인물 보다는 1권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중심 인물로 끝까지 끌고 나가지 7권 중 4권에서 갑자기 해리가 죽어버리고 시리우스 블랙이 새 주인공으로 나선다거나 하지는 않죠. 그렇다 보니 네드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때문에 더더욱 대다수의 독자들은 (좋아하는 캐릭터와는 별개로) 1권부터 꾸준히  POV 캐릭터이던 스타크 가문의 아이들, 그리고 티리온 라니스터와 데너리스 까지를 주인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3권에 들면 제이미 라니스터와 브리엔 등이 POV 캐릭터로 등장하기는 하는데 이들은 흥미로운 캐릭터이고 특히 제이미는 인기도 많아졌지만 주인공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양파 기사도 계속해서 비중이 늘고 있지만 역시 중요한 조연 정도로 밖에는 안보이고, 테온 그레이조이는 그냥 처참하죠. 4권과 5권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POV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역시 1권부터의 진 주인공 느낌 캐릭터(스타크 아이들과 티리온, 데너리스)들을 대체하기엔 부족하고요.

 

그런데 5시즌 시작하기도 전, 4시즌 말이 되면 살아남아 있는 POV 캐릭터들 중 아리아는 암살자 수업을 받으러 바다 건너 브라보스로 넘어가고 브렌은 역시 얼음벽 건너에서 퍼스트 칠드런한테 드루이드 수업(?)을 받게 됩니다. 가장 인기 많은 티리온도 아버지를 석궁으로 쏘아 죽이고는 바다를 건너가고, 그나마 존 스노우가 7왕국과 야만의 경계 지역인 얼음장벽을 지키고 있으니 반쯤 걸쳐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나이트워치 자체가 7왕국과는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는 곳이죠. 1권의  POV 캐릭터 중 7왕국의 정치적 소용돌이 가운데 남아있는 인물은 이제 산사 혼자인 셈인데, 물론 리틀핑거의 교육(?)으로 성장으로 하고는 있는 듯 하지만 아직까의 역할로 봐서 산사를 주인공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마틴 영감이 이 여인을 가지고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는 또 모르지만요.

 

여하튼 그래서 현 상황은, 원래 바다 건너에서 시작한 데너리스는 제외하더라도 주인공들이 모두 원래 스토리의 중심이던 웨스터로스 대륙의 7왕국 영토를 떠났습니다. 사실 드라마 3시즌의 책 3권의 전반부, 4시즌은 스토리상 책 3권의 후반부와 4권의 일부를 다루고 있는데 긴박하고 사건이 많아 2시즌으로 나누어지기에 충분했던 3권과 달리 4권은 뭔가 별 일이 없고 POV 캐릭터도 거의 주변 인물들에 배정되어 있습니다. 4권의 제목이 A Feast for Crows인 것은 3권의 피의 결혼식에서 롭과 케이틀린 스타크 및 북쪽의 영주들 다수가 학살당한 것도 모잘라 킹즈랜딩에서도 쓰레기왕 조프리와 타이윈 라니스터 등이 죽고 바리스가 잠적하는 등 굵직한 인물들 다수가 죽거나 사라진 이후의 웨스터로스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인물들간의 아웅다웅을, 사자나 늑대가 지나간 이후 남은 시체들을 뜯는 까마귀들에 비유한 것이겠죠. 그래서 다수의  POV 캐릭터들이 흥미도가 떨어지는 기타 인물들인 것이기는 한데 덕분에 집중도가 떨어져서인지 드라마에서도 A Feast for Crows에 해당하는 내용은 3권의 후반부를 다루는 4시즌과 5권을 다루는 5시즌에 분산 배치 해버리는 결과로. 그리고 사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을 이후던 축이 킹즈랜딩과 7왕국에서 긴박하게 벌어지던 전쟁과 암투, 사건들이었던 만큼 5권은 많은 부분 이 축을 벗어나게 되니까,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는 보지만 전반적으로는 1~3권에 비해서 재미가 덜하긴 합니다. 4권이야 거의 잠시 쉬며 숨 고르고 가는 권 취급이고.
 

왕좌의 게임 5시즌이 5권의 내용을 어디까지 다룰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책의 내용을 거의 따라잡은 상황에서, 책 6권이 먼저 나오든 드라마 6시즌이 먼저 나오든 분명한 것은 7왕국의 영역을 떠난 소위 진 주인공들이 웨스터로스로 다시 돌아올 때가 슬슬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데너리스가 겪는 시련도 어떻게 보면 결국 에오스에서 벌이던 노예해방 전쟁을 포기하고 웨스터로스로 넘어가도록 하기 위한 포석일테고 말이죠. 물론 마틴 염감탱이라면 걍 데너리스를 용 한끼 식사로 갑자기 던져주고, 아리아는 암살자 수업 받다가 독 잘못 마셔서 죽고, 티리온은 지나가던 강도한테 썰리고 끝낼 수도 있습니다만, 이들을 살려 둔다는 전제 하에, 6권 중반부 정도가 되면 1권의 잔존(?) POV 캐릭터들이 다시 7왕국으로 넘어가면서, 뭔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맹맹해진 킹즈랜딩과 7왕국에 다시 불을 댕기겠죠. 아더들과도 충돌하고. 계획대로면 7권이 끝인데 남은 두권에서 이게 다 정리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결론은 책 빨리 쓰시라고요, 마틴 영감님 ㅠㅠ

 

* 참고로 이 영감이 팬들에게, 자꾸 책 빨리 쓰라고 보채면 티리온 죽여버린다고 그랬답니다. 으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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