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5 00:32
챈들러가 히치콕에게 보낸 편지글을 보다가
예전에 돌려받지 못한 책이 생각났습니다.
학부시절에 친구들과 영화 스터디를 하면서 교재로 썼던 '영화의 이해'
책을 다 끝내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봐야지 했던 책인데
당시의 남자친구가 왜 빌려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데
(전공도 달랐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도 아니었고... , 이유는 모르겠네요)
암튼, 빌려갔어요. 그리고는 몇 번인가 제가 돌려달라고 했던 거 같은데
잊어버렸는지 돌려받지 못했어요.
헤어지고 나서도 그 책이 몇 번 생각나긴 했는데
어렵사리 헤어져서 책 때문에 다시 만나고 싶진 않았지요.
내가 아꼈던 책들이 내 손에 돌아오진 않았을 때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아... 그 책들은 과연 새로운 주인의 손에서 아낌을 받고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내게 의미있는 거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조금 다른 거지만, 같은 맥락에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할 때에는 신중을 기하는 편입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주고 나서도 내내 신경이 쓰일 것 같으면 선물하지 않는 편이죠.
그래서 내게 가치 중립적인 것들을 선물하는 일들이
어른이 되면서 점점 빈번해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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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얘기지만, 상대방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서 관심도 없는 책을 빌리거나 억지로 빌려주는 일도 있습니다.
역시 돌려받지(주지) 못한 책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선물하는 횟수는 줄면서 상대방 취향이나 필요가 아닌 내 취향의 선물을 고집하는 이기적인 사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