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교사

2015.07.14 00:40

말하는작은개 조회 수:1329

마구 화를 내면서 잠이 들었어요.

그 여파일까.

꿈에 들어갔는데.

제가 약혼자가 있고 처음 보는 친구들이 있는 거에요.

그래서 그곳이 꿈이라는 걸 알았죠. 마음대로 행동했어요. 약혼자한테 꾀병도 부려보고, 욕도 해보고, 하지말라는 짓도 위험한 짓도 해보고. 일부러. 약올려주려고.

약혼자는 저에게 무심했어요. 제가 어떤짓을 하든 평온한 얼굴로 고요히 바라보았죠. 그점이 짜증났어요. 가면을 쓴 것처럼 얼굴표정에 변화가 없었고 항상 평화로운 표정이었죠. 다소는 귀찮다는 듯한.

저는 그때 약혼자의 집에 살고 있었는데,  화가 나서 방으로 걸어가 약혼자의 화장대를 집어던지고 망가뜨렸어요. 유리가 깨지고 향수물이 쏟아졌어요.

약혼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쳐다보고는, "나, 좀 잘게."라고 말하더니 화장대 옆 침대속으로 쏙 들어가버렸어요.

허망한 상황에 향수물이 뚝뚝 떨어지는 양손을 늘어뜨리고는 자고 있는 그를 응시하다가 거실로 나왔죠.

거실에는 친척이 있었어요. 친척은 어떤 특수업계에 종사하고 있었어요. 제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새어나가는 셈이니 거짓말을 해볼게요, 예를 들어서 그가 유치원교사라고 하죠. 저는 유치원교사가 아니고.

친척이 저를 가만보더니 말했어요.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지 않는다면 넌 후회하게 될거야."

저는 실제 그 직업, 즉 예시로는 유치원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다가 포기한 케이스였죠. 그런데 이제와서 그런말을 하다니! 아직은 기회가 있는건가 하는 생각과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불안감이 소용돌이처럼 마음에 믹스되어 휘몰아쳤어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힘없이 말했어요. 그는 반박했어요.

"아냐, 아직 할 수 있어."

그리고는 그는 유치원교사가 되기 위한 학교에 추천서를 써줄수 있다고 했어요. 블라블라... 어쨌든 그와 이야기하다가 듀게를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떤 유저가 저를 저격하신 거였죠. 그유저는 장문의 글을 썼어요. 유치원교사를 하고싶지 않다면 모르나 마음 속에 미련이 있는 상태로서는 이 시간이 지나간뒤, 수년뒤에 땅을 치고 후회하고 절망하게 될 것이라고, 현명하게 생각해보라고, 그러면서 이미 포기하고 더이상 시도를 하지 않는 저에 대해서 정중한 어투로 예의를 갖춰 힐난했어요. 댓글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꿈이란 걸 알고있었지만, 꿀같은 제안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고 힐난하는 태도에 기분이 나쁘기도 했어요. 내 일인데. 복잡한 생각속에 있었기 떄문에, 그리고 상대방은 예를 갖췄으므로 반박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쪽지가 날아왔어요. "마음 상하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말작개씨의 인생을 향한 대응이 옳은 방향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비행기에서 내려서 막 쪽지를 보내는데... 쓸데없다고 생각하시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같은 내용이었는데 조금 더 불쾌하게 하는 꼰대의 요소들을 집어넣어 중요한 핵심이 가려지고, 분노가 팍 치솟는 그런 쪽지가 연속으로 2개 왔어요. 인터넷이었지만, 상대방을 붙잡고 짤짤 흔들고 싶었죠.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은 고맙지만 태도에 참을 수 없었던 거 같아요.


뭔데 참견하세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요?


물론 답장을 쓸때는 정갈하게 진심을 조금 뺐어요.


...음. 한편으로는 꿈에서는 삶을 열심히 살수있을것 같았어요. 유치원교사를 준비한다고 해도 할 수 있을 거 같았죠. 그 사람의 말처럼. 하지만 일어나니 현실감이 돌아오는데, 형체가 보이지 않는 아주아주 무거운 유령이 얼굴에 달라붙어서 물에 흠뻑 젖은 휴지처럼 축 처지게 하는 기분이죠. 꿈에서처럼 생각만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강한 욕구가 있어야 행동을 할 수 있죠. 리스크도 고려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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