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과 유슬림 사태 단상

2015.11.20 19:19

분덜리히 조회 수:2089

http://m.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6778

정희진씨가 10월 중순 PD저널에 올렸던 '유슬림'이라는 글이 뒤늦게 화제가 되는 거 같아요.

한국의 특정 남성을 비꼴 때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유슬림이라는 용어 사용이 불편하단 내용입니다. 서구의 시각을 빌려와 무슬림을 동시 폄하하는 폭력이 느껴진다는 게 요지인 거 같고요.

정희진씨답게 언어 사용에 있어 신중을 기하라며 기계적 중립을 요구합니다.
여성혐오가 비단 무슬림 뿐 아니라 일상화된 폭력이니 굳이 무슬림을 끌고 올 이유가 없으며, 무슬림은 서구 제국주의에 희생되었던 약자기 때문에 성찰없이 끌어쓰는 건 폭력적이라고 보는 것이 정희진씨의 논리구요.

트윗에서의 반발은 거셉니다. 일단 무슬림은 일상적인 여성혐오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에 한국의 여성혐오 행태를 비꼬기에 알맞으니 끌어 쓸만하다는 거고, 무슬림은 극악무도한 놈들이라 결코 서구의 희생양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반대 논리입니다.
그들은 무슬림의 폭력성을 끝도 없이 나열하며 증명하려고 합니다.

정희진씨가 우려하는 바가 뭔지는 알 것 같습니다. 근데 앞서 말한대로 기계적 중립에 대한 요구라 좀 피곤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흥미로운 건 반응들이 형성하는 맥락입니다.
사실 정희진씨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내면서 2,30대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 교주와 같은 위치에 있었잖아요.
그런 교주에게 부정당한 교인들이 역성혁명을 일으키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요?

이건 소위 꿘저씨, 진보저씨 들이라 불리는 386에 대한 비난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진보를 표방한 386들이 젠더 이슈에 무감각하고 논평을 극히 아낀다는 점에서, 때로는 맨스플레인을 시전하며 가르치려고만 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우군은 개뿔이라고 외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희진씨의 칼럼은 상당히 상징적인 것 같습니다. 페미교주가 '서구의 식민의식'이라는 꿘스런 용어로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칼끝을 겨누었기 때문이죠.

장동민 사태 때 월장 용사 진중권에게 가해진 비판과 고종석의 엠마 왓슨 편지 사태, 이번 정희진의 유슬림 사태까지 보면 이들이 먹은 비아냥과 욕이 상당합니다.
대놓고 여성혐오한 인사들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을 것 같구요. 얼핏 보기에는 세대교체 열망처럼 보이고 실제 운동을 압도하는 인상도 받을 때가 있습니다.

386들이 보다 논쟁해줬으면 좋겠는데 잘 응하지는 않더군요. 그나마 진중권씨가 키워 본능으로 응대는 해줬는데 좀 싱거웠죠. 평소에 절대 건드리지 않는 이슈로 여성 운동을 꼽았던 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건지.

어쨌든 들썩들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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