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5.30 15:22

여은성 조회 수:676


 1.근처에 홍익궁중육개장이 생겨서 점심에 나갔다 왔어요. 예전같으면 보쌈무침이나 만두를 시키거나 각각 다른메뉴를 하나씩 주문해서 먹었을텐데 육개장 한그릇만 먹으니 배불렀어요.



 2.들어오니 장중에 +10%정도까지 갔던 종목이 -9%로 끝나있었어요. 예전같으면 뭘 던지거나 쌍욕을 했을 텐데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어요. 성질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그냥 에너지가 떨어져서 그런 거예요. 육개장 한그릇에 배가 불러버리는 사람이 된 것 처럼요.


 이제는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도 '죽으면 되지.'라고 여기곤 하거든요.



 3.현대 사회에서의 죽음은 어느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죽음의 과정이라는 게 시작되는 시기가 있다고 봐요. 어디까지가 성장이고 어디까지가 노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걸로는 목표 실현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순간 이미 죽은 거고 남은 인생은 죽음을 기다릴 뿐이라고 봐요. 그 때야말로 죽음을 수단화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때죠.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라는 종류의 말에 공감한다는 건 아니예요. 꿈을 가지는 것과 현실적으로 목표 실현의 가능성을 계산하는 건 천지 차이라고 보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목표의 스케일을 낮게 조정하고는 있지만 아직 목표 자체는 남아있어서 노력하며 살고 있는 중이예요.


 

 4.휴.



 5.하지만 뭐 목표를 이뤄 봤자 모래와 먼지가 되기 전에 왕좌에 한번 앉아 보느냐, 그냥 모래먼지가 되느냐의 차이 정도죠. 그걸 생각하면 결국 제일 좋은 선택은 놀러 나가는 거예요. 앞으로 꺼져갈 에너지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날은 그래도 오늘이니까요.



 6.나가면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거든요. 친구끼리는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테고 뭘 해도 괜찮겠지만 친구가 아닌 사람끼리는 할 게 하나밖에 없어요. '기죽이기'죠. 기죽이기란 건 내가 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차피 누군가에 의해 시작하게 될 거란 걸 알게 됐어요.



 7.그러면 친구를 만나거나 만들면 될 거아닌가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그것도 잘 안 돼요. 어떤 사람과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면 친구로 있는 기간은 아주 짧아요. 그리고 지긋지긋한 놈이 되는 거죠. 1-가까워진다 2-아주 잠깐 친구가 된다 3-지긋지긋해진다의 과정이 점점 빠르게 진행돼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마 어른이 된 뒤에 만난 사람이라서일 거라고 여기게 됐어요. 너무 단정적이긴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친구를 사귈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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