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보고 왔어요

2016.08.13 01:31

게으른냐옹 조회 수:1391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고등학교때 집근처 언덕 꼭대기에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살던 동네는 서울에서 공기가 제일 맑다는 촌(?)동네였기때문에 어렸을때 집 마당 평상에 누워서 별 관측을 할 수 있었어요. 은하수가 보일정도는 아니어도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백조자리 페가수스 자리 겨울에는 오리온자리 같은 큼지막하고 멋진 별자리들을 가슴 두근 거리면서 보곤 했었죠. 고등학교 때 봤던 유성우는 꽤나 멋졌어요. 불꽃놀이 처럼 한번에 터지는 건 아니었지만 지그시 쳐다보고 있으면 2~3분에 한 번 쯤은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는 별똥별을 볼 수 있었죠. 별똥별이 꼭 위에서 아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오늘밤 그 유성우가 있다고 해서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오밤중에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집근처 대학교의 작은 천문대를 찾아갔습니다. 밤 12시가 가까운 시각이라 나름 편안한 관측을 예상했는데 웬걸. 천문대 앞의 작은 주차장부터 사람들로 바글바글...ㅋㅋ

아.. 동네 학부모님들의 교육열을 제가 과소평가 했네요. 여기저기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관측하는 가족들로 천문대 주변은 만원이었어요 ㅎㅎ

저희도 주섬주섬 돗자리 펴고 별똥별을 열심히 찾는데 생각보다 너무 밝더라구요. 방향이나 천문대 주변은 조명이 없는데 정작 문을 걸어 잠근 천문대는 왜 이리 온통 불을 다 켜 놓은 건지. 불 좀 꺼달라고 이리 저리 전화를 해 봐도 당연히 아무도 안 받구요. 포기하고 돗자리에 누웠는데 생각보다 안 보였어요. 그래도 집근처 공원보다는 별이 두배는 잘 보이긴 했어요. 백조자리며 카시오페이아 자리도 눈으로 확인이 가능 하더군요. 한시간동안 있는데 저만 한눈팔다가 몇개 놓치고 한시 다돼서 긴꼬리를 가진 별똥별 딱 하나를 보고 왔습니다. 한시간 동안 사람들이 다같이 동시에 본 건 3~4개가 정도 였던 것같아요.

서울도 아니라 경기권이지만 별을 본다는게 정말 이렇게 희귀한 일이 되었네요.

아이에게 엄마아빠랑 별을 보러 온 기억이 추억이 되길 바랬는데 정작 아니는 거기서 만난 동네친구와 터닝메카드 놀이 하다 온게 더 재미났을 뿐이고.
이래저래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그래도 제가 평생 본 유성중에 제일 크고 가깝게 보인 유성이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으려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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