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5 15:06
엊그제 유튜브에서 조세프 본 스턴버그 Josef von Sternberg 감독의 무성영화를 몇 편 봤는데
최후의 명령(The Last Command, 1928)이 참 인상 깊었어요. https://youtu.be/V6YrAGVHE9A
이 영화는 헐리우드에서 러시아 혁명에 관한 영화를 찍으려는 감독이 출연할 배우를 찾는 와중에
자기가 러시아 황제의 사촌이자 군대를 이끄는 장군이었다고 소개해 놓은 노인의 지원서를 발견하고
이 노인에게 장군 역을 맡겨 영화의 몇 장면을 찍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이 노인의 과거사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죠.
혁명으로 인해 사회적 지위를 잃고 사랑하는 여인도 잃고 몰락하게 된 이야기.
주인공 노인 역을 맡은 에밀 야닝스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더군요. 그럴만한 연기였어요.
얼굴 표정만으로 이렇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배우는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이 배우는 몸 자체가 연기인 것 같아요.
같은 감독의 영화 The Blue Angel(1930)에서도 술집 가수인 마를리네 디트리히에게 빠져 몰락하는 노인 역을 맡아서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는데 <최후의 명령>에서도 그와 비슷한, 어쩌면 더 강한 인상을 준 것 같기도 해요.
이 영화를 본 후 에밀 야닝스가 나온 영화들을 찾아보다가 무르나우 감독의 The Last Laugh(1924)도 찾아봤죠.
https://youtu.be/8WRnD4DZxE0 (대사가 없는 게 정말 맘에 들어요. 몸짓과 표정으로만 보여주는 진정한 무성영화)
무르나우 감독의 이 영화는 장면 장면들을 굉장히 멋있게 찍었고 초반의 이야기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호텔의 멋쟁이 도어맨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노인이 비 오는 날 지쳐서 잠깐 쉬는데 이 모습이 마침 호텔 매니저의
눈에 띄는 바람에 이 노인은 화장실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업무로 떨어지게 되죠. (세면대 옆에서 수건을 들고 대기하는)
그런데 이 영화는 진행될수록 주인공의 감정이 계속 과잉되는 느낌이고 제 취향보다는 꽤 센티멘탈하게 제시되어서
오히려 별로 마음이 아프지 않았어요. 뭐랄까 영화 자체가 이미 노인의 처지를 몹시 가슴 아파하고 있으니
보고 있던 저는 뭘 저렇게까지 슬퍼하나, 화장실 시중을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절망하는 노인의 시각에
감독이 저렇게 전폭적으로 동의해도 되는가 하는 약간 의아한 마음으로 보게 되더군요. ^^
(그래도 에밀 야닝스는 정말 멋있어요. 으쓱으쓱 구레나룻을 다듬는 모습도, 도어맨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도.
뚱뚱한 할아버지를 보며 멋있다고 느낄 줄 정말 몰랐죠.)
어쨌든 <최후의 명령>을 보고 몰락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느꼈던 비극적인 감정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도 찾아봤어요. 모르고 묻어놨었는데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일본식으로 각색한 영화더군요.
재미있게 잘 보았고 리어 왕에 해당하는 역을 연기한 배우의 표정이나 연기도 에밀 야닝스 못지 않게 상당히 인상적이긴 했는데
이 영화에서 노인의 몰락은 좀 인과응보적인 측면이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비극적인 느낌을 받지는 못했어요.
노년의 몰락 혹은 쇠락은 젊은 날의 고뇌나 절망과는 다르게 인생의 끝이 보이는 시점,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시점에서의
비참함을 보여줘서 그런지 저를 더 슬프고 숙연하게 만들어요.
이상하죠. 비참한 상태에 빠진, 결국 그런 상태에서 죽게 될 노인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름답게 느껴지고 그런 영화에 매혹된다는 게...
이제까지 노인의 몰락/쇠락을 보여준 영화 중에 어떤 게 인상적이었나 생각해 보니 <선셋 대로>가 생각나더군요.
이 영화를 본 후에도 이상하게 비극적인 느낌에 휩싸여 있었죠.
<그랜 토리노>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노인 캐릭터를
너무 쿨하고 멋있게 만들어 놔서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했지만 영화 자체에서 비극적인 느낌을 받진 못했어요.
최근에 본 <유스>에서의 마이클 케인도 매력적인 할아버지이긴 했지만 그다지 몰락한 캐릭터는 아니라서 그런지
쓸쓸하긴 했지만 비극적인 느낌은 아니었고요.
생각해 보면 이성적이고 지적인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에서 그렇게 비극적인 감흥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몸은 노쇠했지만 이상한 정열을 갖고 있는 캐릭터, 그냥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를 어찌할 수 없었던 캐릭터에서
뭔가 비극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은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순식간에 세상이 그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비극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가끔 세상은 이상하게 공평한 것 같아요. 자신의 정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몰락해 가는 이상한 인간들을 볼 때에만,
아무 잘못 없이 순식간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볼 때에만 느껴지는 이상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있는 걸 보면요.
노년의 쇠락 혹은 몰락을 보여주는 영화를 알고 계신가요??
비극적인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지금 살고 있는 삶이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기도 하니 같이 봐요. ^^
2016.06.05 15:13
2016.06.05 15:34
<미스터 홈즈>는 노년의 셜록 홈즈를 그린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노년의 쇠락을 보여주는 영화였군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 탐정이 늙어가는 모습은 어떤 것일지 갑자기 막 궁금해졌어요.
<신과 괴물들>은 영화 <프랑켄슈타인, 1931>을 만들었던 감독의 노년을 다룬 영화인데 무성공포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아주 재밌게 보여줬던 기억이 나요. (기억력이 나빠 제대로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
이 영화를 보고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봐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 보고 있네요. ^^
2016.06.05 15:37
2016.06.05 16:06
90이 넘었다니 더 궁금하네요. 이제까지 90세가 넘는 노인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홈즈 역을 맡은 이언 맥켈런이 실제로는 아직 80세도 안 된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저는 어릴 때 얇은 50권짜리 셜록 홈즈 추리소설집을 재밌게 읽으면서도
책도 몇 권 안 나온 괴도 루팡이 더 좋았는데 늙은 모습을 보면서는 어떤 느낌일지... ^^
그나저나 왓슨 박사가 떠나고 없다는 건 좀 아쉽네요....
2016.06.05 23:37
그 영화 맞아요. 우리가 아는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를 창조한 제임스 웨일 감독의 노년을 다룬 영화요. <미스터 홈즈>나 이 영화나 이언 맥켈런이 주역을 맡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노인이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이고, 노인을 보살피는 가정부, 그의 대화 상대인 젊은이 혹은 소년...여러 모로 거울상 같은 영화예요(같이 보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 영화랄까?) 저도 그 영화 보고 제임스 웨일 영화가 궁금했는데 아직까지 못 봤네요.
2016.06.06 00:34
이제 여름도 시작되었으니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를 몇 편 봐야겠어요. ^^
최근에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아내 3부작을 재미있게 봐서 아내가 나오는 영화에 몹시 좋은
인상을 받은데다 Bride of Frankenstein(1935)은 Frankenstein(1931)을 뛰어넘는 훌륭한 속편으로
평가 받는 것 같으니 아무래도 이걸 먼저 볼 수밖에 없겠어요. ^^
The Invisible Man(1933)도 올여름 특선 공포영화로 지정해서 한번 볼까 하고요.
The Man in the Iron Mask(1939)도 제가 좋아하는 비극적인 얘기여서 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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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한글자막) 1부: https://youtu.be/g1dRqJJkfU4
2부: https://youtu.be/sMLhCu4_mr4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1부: https://youtu.be/iXKo_xkN9kE
(한글자막) 2부: https://youtu.be/pJJ288ocgI8
드라큘라 (한글자막) 1부: https://youtu.be/Ne-ahNldGtE
토드브라우닝 감독 2부: https://youtu.be/JpCRlMjTA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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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봤는데 둘다 참 재밌었어요. 저는 헐크같이
사랑받지 못하는 괴물 이야기에 좀 약해서... ^^ 그런데 <프랑켄슈타인>이 이야기는
더 깔끔한데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좀 더 비극적인 분위기여서 더 마음이 가긴 해요.
의외로 신부가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게 함정이긴 한데 결말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니
중요하다면 중요하달 수도 있지만... 그저 불쌍한 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뿐 ㅠㅠ
세상 일이 참 뜻대로 안 된다니까요. 과학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2016.06.05 15:14
<선셋 대로>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걸작이죠.
2016.06.05 15:49
저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나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이중배상> 같은
영화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선셋 대로>, <The Lost Weekend>, <Ace in the Hole> 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 감독을 다시 보게 됐어요. ^^
2016.06.05 16:32
2016.06.05 17:10
저는 <아무르>를 보기 전부터 영화 포스터 사진이 참 좋았어요. ^^
영화에서 나오던 음악도 좋았고요.
Krystian Zimerman - Impromptu Op. 90 No. 3 (Schubert)
2016.06.05 17:28
비토리오 데 시카 <움베르토 D>
2016.06.05 17:38
오옷 <움베르토 D>도 제 하드에서 썩어가고 있었는데 노년의 쇠락을 보여주는 영화라니
갑자기 봐야겠다는 동기 유발이 되네요. ^^ <미스터 홈즈>는 아직 인터넷에 없어서
<움베르토 D>가 오늘 저녁에 볼 영화로 선정되었습니다. ^^
2016.06.05 18:02
봐야 할 영화가 많이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
분명히 홍보된 주제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저는 황금연못이 그랬어요.
시종 짜증을 내는 헨리 폰다의 모습이 제 주변 노인들과 너무 비슷하더군요. 초반부에서 자기 과거 사진을 보며 서글퍼 하는 장면, 길을 잃고 겁에 질린 장면들은 그냥 생활공포영화였어요.
2016.06.05 19:46
공원에서 산책하고 돌아왔는데 댓글이 또 있어서 신나요. ^^
저는 까칠하면서 유머 감각 넘치는 할아버지들한테 좀 약해서 <그랜 토리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황금 연못>의 헨리 폰다에게도 상당히 매력을 느끼긴 했어요. (물론 뒤로 갈수록 헨리 폰다는 좀 심하긴
했지만) 너그럽고 사랑이 많은 캐서린 헵번이 곁에 없었다면 인생 참 외롭게 살았을 할아버진데
운이 좋았죠. ^^ 갑자기 우디 앨런도 꼬장꼬장하고 예민한 할아버지 역으로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중년까지만 연기를 했는지 할아버지 역은 기억이 안 나네요.
2016.06.05 22:16
저도 연기하는 우디 앨런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황금 연못의 헨리 폰다한테도 마음이 무지 갔어요. 짜증은 전혀 안 났어서(?) 다른 분들 반응에 놀램 ㅋㅎㅎ
우디 앨런은 <스쿠프>에 나온 할배 연기 참 좋았는데 예민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혼자 뭐라고 꽁알꽁알 혼잣말하는 스타일로 ㅎㅎㅎ
2016.06.05 23:24
Scoop에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네요. O.O <매치 포인트>도 아주 재밌게 봤는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저도 심약하고 불안하지만 지적이고 유머감각 넘치는 우디 앨런의 꽁알꽁알 혼잣말을 재밌어해서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요. ^^
2016.06.05 19:25
댓글에 언급된 영화 중 '미스터 홈즈' 보고 싶네요. 선셋대로와 아무르 중엔 어느 것이 더 슬픈가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네요. 제 생각엔 노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 같지만, 기억에 있어서는 공평할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라서 사실은 매우 잔인한 것 같습니다.
2016.06.05 20:19
과거에 좋은 시절, 멋진 경험을 가졌던 사람도 한때 가질 수 있었던 그것을 행복하게 기억하느냐,
아니면 지금 내가 갖고 있지 못해서,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억울하고 한스럽게
기억하느냐, 이렇게 과거를 대하는 태도에서 다를 것 같고, 그런 태도에 따라 동일한 경험이 행복한
기억이 될 수도, 아니면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것보다 본인을 더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거저 주었고 (노력해서 얻은 것조차 사실은 거저 받은 두뇌나 신체적 능력 등에
기반한 것이 많고) 그것은 세월을 통해 언제라도 회수될 수 있는 것임을 기억한다면, 과거의 좋은 경험은
어쩌다 내가 운좋게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고 고맙고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운이 나빠서 삶에서 아무런 좋은 기억도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건 어떡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2016.06.05 23:18
보통은 좋았던 기억은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때의 좋은 순간이라도 잘 누리고 간직하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삶은 순간 순간인 것 같은데 돌아보면 과정이기도 하니까.. 괜히 엄한 댓글을 달아서 ㅋㅋ 저도 드디어 영화가 하나 생각났어요. '세상의 모든 계절', 보고 나서 뭔가 오싹했던 기억이 납니다.
2016.06.05 23:36
엄한 댓글이라뇨!!! 덕분에 저도 안 돌아가는 머리를 쥐어짜가며 생각이란 걸 좀 해봤는데요. ^^
<세상의 모든 계절>은 사실 본문글 쓸 때부터 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영화였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쇠락이나 몰락이라기보다는 원래부터 그런 캐릭터였고 늙어서도 쭈~욱
그런 캐릭터라는 게 오히려 더 비극적이어서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요. ㅠㅠ
저는 늙어서 이 아줌마 같은 민폐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좀 있어서 영화 보면서 더 오싹했어요. ^^
누가 절 좋아한다고 착각도 잘 하고, 마음도 쉽게 주고, 상대방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나면 엄청 슬퍼하고 뭐 그런 쉬운 성격이라... ^^
2016.06.05 19:57
노년까진 아닌데 '나이듦'과 그에 대비되는 젊음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담담히 그려낸 <클라우드 오브 실스마리아>가 좋았어요.
2016.06.05 21:01
그 영화 참 재미있게 봤어요. 배우나 가수 같은 직업이 한 사람의 쇠락/몰락을 보여주기에
참 적절한 직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갑자기 드니 라방이 끊임없이 다른 역할을
했던 영화 <홀리 모터스>도 생각나고요. 운동선수도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노쇠를
경험하게 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실제 신체 나이보다도 훨씬 더 빨리 노화를 경험하는
어찌보면 굉장히 슬픈 직업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아, 좀 있으면 프랑스 오픈 테니스 결승전 하는군요.
테니스 선수는 서른 넘으면 거의 환갑으로 취급되죠. 피겨 선수는 25살이 환갑인 것 같기도 하고 ^^
2016.06.05 21:2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토미 리 존스 도 생각나네요
2016.06.05 22:19
갑자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토미 리 존스가 말했던,
당시에 두어 번 들어보면서도 뭔 소린지 모르겠던 대사를 지금 들어보면 혹시 이해할까
하고 찾아봤는데 지금 들어봐도 (영어대사도 찾아 읽어봤는데도) 여전히 모르겠네요. ^^
2016.06.05 22:08
2016.06.05 22:37
저도 <유스> 보면서 계속 웃었어요. 미스 유니버스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옛날 여자에 대해
할아버지가 미련을 못 버리고 계속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딸의 남편의 외도 사건도 그렇고,
웃음을 주는 대화의 연속이었죠. ^^ 늙으면 꼭 유머감각 넘치는 할머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게 한 영화였어요. ^^
그렇지만 딸이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상처도 그렇고 주인공이 아내에게 주었던 상처도 그렇고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서 깨닫게 되는 진실은 좀 슬퍼요.
모르고 지나온 그 세월들을 도로 물릴 수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
아, 갑자기 <45년 후>가 생각나네요.
2016.06.05 22:15
<선셋 대로> 하면 <베이비 제인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였나요, 한글 제목이 아리까리하지만 베티 데이비스 나오는 그 영화가 생각나네요.
에밀 야닝스 나오는 영화들처럼 처량한 느낌보다는 신경증적인 느낌이 훨씬 강하지만요.
2016.06.05 23:05
오늘은 웬일로 댓글에 제가 봤던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제가 영화를 제법 많이 본 사람 같아요. ^O^
<What Ever Happened to Baby Jane?>은 중년에 접어든 두 자매의 이야기라 더 섬뜩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계속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살아가면 나이가 들어서 맨정신이기
힘들 걸요. ^^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서 점점 미쳐가는 사람을 보여주는 영화도
상당히 비극적일 것 같은데 이런 영화 어디 더 없는지 찾아봐야겠어요. ^^
2016.06.06 08:27
2016.06.06 10:38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 공원에서 얼굴 하얗게 칠하고 춤추는 소녀가 나왔던 기억이 나요. ^^
생각해 보니 자식들 집에 찾아갔는데 별로 환대받지 못했던 게 <동경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고요.
전에 오즈 감독의 늦봄(Late Spring)과 초여름(Early Summer)을 봤는데 올여름에 늦가을(Late Autumn)과
꽁치의 맛(An Autumn Afternoon)을 보고 가을까지 끝낼 수 있으려나요. ^^
저는 오즈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되는 날이 일 년에 며칠 없는데 올해 안에
초봄(Early Spring)과 여름의 끝(The End of Summer)을 보고 계절을 완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사실 얼마 전에 오즈 감독의 무성영화도 좀 찾았는데 이건 아예 음악조차 없어서 보기가 겁나더군요. ^^
언젠가 독자적으로 음악을 준비해서 틀어놓고 봐야겠어요. (정신이 맑아지는 바흐의 피아노곡으로 ^^)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 분은 그냥 보시면 효과가 있을 듯...
Walk Cheerfully(1930) 이런 명랑한 제목이라니 궁금한데 무음 영화 https://youtu.be/4qtwWRws6BU
That Night's Wife(1930) 오즈의 아내는 어떤지 궁금한데 무음 https://youtu.be/ifFCoovW_bw
Tokyo Chorus(1931) 제목은 합창인데 무음 https://youtu.be/zhQnBVWg3-s
I Was Born, but...(1932) 제목이 완전 제 취향인데 무음 https://youtu.be/ZKzY57gXxAs
지나가는 마음 Passing Fancy(1933) 한글 제목이 제 취향인데 무음 https://youtu.be/6pvQeDriEZ8
비상선의 여자 Dragnet Girl(1933) 제목이 화끈해서 맘에 드는데 무음 https://youtu.be/V1pgPsYm_8U
There Was a Father(1942) 제목이 근사한데 다행히 "유성"영화 https://youtu.be/EWG7EY-M5f0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왜 오즈 감독은 겨울 영화는 만들지 않은 것인지...
다른 계절 영화는 두 편씩 만들면서 말이죠.
어떤 음악을 틀어놓고 오즈 감독의 무성영화를 볼까 궁리하고 있자니 갑자기 유성영화보다 무성영화를
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 삐리리 오지만 한글자막으로 찾아놓았던 유성영화도 몇 편~
늦봄 (한글자막) 1부: https://youtu.be/ks_1ZWLYRfg
2부: https://youtu.be/BtNJzRZ9JrU
늦가을 (한글자막) 1부: https://youtu.be/BYOAy7d7gn4
2부: https://youtu.be/T1FddYSZLDM
2016.06.06 21:01
장 이모우 감독의 [인생]이 떠오르는군요.
말씀하셨던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순식간에 세상이 그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이 영화처럼 맞춤인 것도 없습니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도 빼놓을 수 없죠.
언제까지나 꼳꼳하실것 같던 제시카 텐디 여사에게 치매가 찾아오던 순간의 가슴아픈 기억은 모든 사람에게 현실적이라 더욱 먹먹하네요.
그리고 이 분야의 고전으로 찰리 채플린의 [라임 라이트]가 있습니다.
2016.06.06 22:31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중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대부분 봤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생>은 안 본 것 같아요. (아니면 보고도 새까맣게 잊어버려서 다시 봐도 재밌거나 ^^)
영어자막이지만 유튜브에 있어서 보려고 가져왔어요. https://youtu.be/ZB7HYhUpDz8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재밌게 본 것 같은데 오래 돼서 내용이 가물가물하네요.
<라임라이트>에 제가 좋아하는 버스터 키튼이 엑스트라로 불쌍하게 나온다고 해서
마음 아파서 아직까지 못 보고 있었는데 이제 한번 볼 때가 된 것 같긴 해요. ㅠㅠ
이 영화도 유튜브에 있어서 보려고 가져왔고요. https://youtu.be/CtagtYl_b4E
갑자기 <마지막 황제>가 생각났어요. 늙어서의 몰락은 아니었지만 황제에서 노동자로의
충격적인 신분 이동이었죠. 치매에 걸린 아내가 나오는 <Away from Her>도 생각나고요.
Joan Morris - After the Ball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제시카 탠디 여사가 불렀다는데 그건 못 찾겠네요.
이 노래를 들으니 <무도회의 수첩>도 생각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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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영화 <미스터 홈즈>와 같은 감독의 <신과 괴물들Gods and Mon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