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4.25 04:32

여은성 조회 수:1533


  1.사랑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정확히는,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나에게 주는 것보다 더한 헌신을 줘 본 적이 없어요. 왜냐면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그 헌신을 헌신+@로 돌려받을 수 없다면 매우 화가 날 거라는 결론뿐이었거든요. 사랑이나 헌신은 돈 같은 거라서, 이자 쳐서 돌려받을 수 없다면 절대 주지 않을 그런 거라고 아직까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헌신을 돌려받지 못하고 그저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쁜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한데 사실 그럴 거 같진 않아요. 나의 사랑의 감정에는 총량이 분명 존재하고 그 감정의 거의 대부분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아니까요.



 연애든, 결혼이든, 우정이든 그것이 실패했을 때가 되서야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했던 것이 사실 그 사람에게 사랑받는 자기자신이라는 걸 깨닫는 게 아닐까 싶어요...물론 다른 사람의 감정은 잘 몰라서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요. 그렇지만 나도 인간이니 다른 사람의 감정도 그런식으로 가동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satc의 사만다의 '난 너를 사랑하긴 해. 한데 너를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더 사랑해'라는 말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타적인 사람이 되려는 노력 같아요. 그건 아무리 남을 좋아해 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감정이라는 걸 분명히 깨닫게 된 사람이 아직 그걸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인 것 같아요.




  2.예전엔 하루키 부부의 태어날 아이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을 봤을 때, 그냥 애 키우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뭐 저런 말을 하나? 싶었어요. 아무리 따져 봐도, 하루키 부부가 부모라면 가질 수 있는 부모 중에서는 탑 오브 탑 아니겠어요? 하루키 부부조차 아이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을 정도면 이 세상에 아이를 낳아도 좋을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역시 인생이란 아무리 좋은 부모의 아이로 태어날 수 있더라도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나은 거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살아요. 국가에게 들을 때도 있고 주위 사람에게 들을 때도 있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감사해야 할 건 하나도 없는거예요. 온 힘을 다하면 뭔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1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2의 에너지를 쓰는 거잖아요. 온 힘을 다해 뭔가를 손에 넣어도 고귀한 존재인, 고귀한 존재여야만 하는 내가 마땅히 처음부터 가졌어야 하는 건데 왜 이걸 가지는 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건지 늘 궁금해요. 


 나이가 들수록 그냥 격언이나 관용구로 쓰이는 말들을 경험으로 겪어요. '돈은 목숨보다 귀중하다' '손님은 비와 같다. 첫날에는 고기를, 둘째 날에는 야채를, 셋째 날에는 콩을 대접받는다' '인간은 작은 모욕에는 보복하지만 거대한 모욕에는 감히 보복할 엄두를 못 낸다' 같은 말들이요. 그냥 그렇겠구나, 그럴듯한 격언들이구나 하고 흐리멍텅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던 말들이 경험을 통해 체화될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어요.




 3.이런, 염세적인 이야기만 하게 됐군요. 그런데 현실적인 것이 염세적인 것과 맞닿아 있다고 봐요. 이 세상에 좋은 건 아주 조금 있고 나머지는 나쁜 것들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그 약간의 좋은 것을 차지하고, 그곳에 계속 머무르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죠. 흠...마무리는 작은 일화를 하나 얘기해 보죠.


 예전에 만화방에서 2주일인가 일한 적이 있었죠. 심야였어요. 시급은 천원이었어요. 이건 최저임금과도 거리가 멀고 심야수당과는 아예 관계없는 시급이었어요. 대한민국의 누구도 한밤중에 한시간 천원을 받으며 일하면 안 되는거죠. 하지만 그냥 한번 해 봤어요. 하긴 그래서 2주일만에 그만둔 거겠지만요. 만화방에서 일하는 데 업무 중 하나는 라면 끓이기였죠.


 어느날 라면을 끓였어요. 만들면서 계란이 잘 풀어졌나 하며 한번 더 휘젓고 물 양은 어느정도인가 재며 조금씩 더 넣고 냄비라면의 진수인, '냄비에서 80%완성시키고 불을 끈 후에 남은 열로 20%를 완성시킨다'를 충실히 지키며 만들었어요.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됐지만 왠지 그 순간엔 충실하고 싶었어요. 아마 요리사를 했어도 잘 했을 거예요. 큰 그림은 누구나 그리지만 약간의 차이에서 맛이 갈리는 거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만든 라면을 서빙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어요.


 흠.


 원래라면 다 먹은 걸 확인하고 그릇을 가지러 가야 하는데 그 라면을 먹은 사람이 쟁반을 직접 카운터로 가져왔어요. 그리고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처음 먹어 본다고 그러더군요. 확실하진 않은데 아주 맛있었다고 한 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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