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6.08 05:48

여은성 조회 수:1108


 1.휴...일요일이 가질 않네요. 흠 그냥 뻘글을 쓸까 하는데 뭘쓸까 하다가...이름에 대해 써봐요. 여은성은 당연히 태어날 때 이름이 아니예요. 대학 때까진 진짜 이름과 여은성을 번갈아 쓰다가 더이상 어떤 집단에도 속하지 않게 됐고,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쓰던 이름은 내가 정한 거도 아닌데 뭐하러 이걸 계속 고집해야 하나? 내 이름은 내가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무조건 여은성만 쓰기로 했어요. 그래서 여은성이 진짜 이름이 되고 원래 이름은 서류상 이름이 된 거죠. 

 
 2.그래서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 있었어요. 지금 다니는 피트니스를 끊을 때도 그랬어요. 호텔사업부의 과장인가가 나와서 서류를 작성하는데...갑자기 퍼뜩 깨달았어요. 지금 이순간 쓰고 있어야 할 이름은 여은성이 아니라는 거 말이죠. 대학교 졸업 후 몇 년이나 당연한듯이 여은성이란 이름으로만 살아 와서 무심코 쓰고 있었는데...생각해 보니 이건 세금을 내야 하는 거예요. 회원권을 사면 취득세인가로 몇 퍼센트의 세금을 내야 하니까요. 즉 등록을 서류상 이름으로 해야 한다는 거죠. 

 문제는, 그순간까지 계속 아무말 안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맞다 깜빡했네요 하하 사실 제 이름은 여은성이 아닌데요 참'이러면 진짜 이상해 보일 거 같은 거예요. 이 피트니스를 다니면서 이 일이 직원들 사이에서 수군수군 이야기되면 정말 이상할 거 같았어요. ...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가야 하나 하다가...!

 흠.

 마침 전날 이곳을 둘러보러 같이 온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은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저 혼자 온 상태였고요. 그래서 갑자기 놀란 척하며 '앗 이게 뭐죠? 이건 제 이름이 아닌데...이 이름은 어제 같이 온 그 아저씨 거잖아요?'했어요. 솔직이 이건 좀 말도 안 되는 억지였지만, 여긴 호텔이니까요. 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거나 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는 사람들 천지인 곳이죠. 직원은 타임패러독스를 발견한 8대 닥터처럼 가만히 절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서 뛰쳐나간 후 한참 후에 돌아왔어요. 이미 여은성이란 이름으로 구청인가 세무서에 회원권 취득 자료를 보낸 상태여서, 그걸 모조리 다시 수정하고 왔다고 해서 미안했어요.

 
 3.3번은 뭘쓸까 하다가...운동을 다시 다니게 된 후 정말 오랜만에 공중목욕탕 욕조에 몸을 담그게 됐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 늘 궁금하던 의문이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 공중목욕탕 욕조에 들어가려면 너무 뜨거워서 발 끝부터 살금살금 들어가야 했어요. 그리고 무릎까지 들어가고 다시 한참 있다가 반만 몸을 담그고 또다시 한참 있다가 완전히 욕조에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어른들은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번에 온 몸을 욕조에 담그고 무표정한 얼굴로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른들은 뜨거운데 안 뜨거운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어른이 되어서 이 정도는 뜨겁지 않게 된 건지 늘 궁금했어요. 저도 어른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한번에 욕조 안에 들어갈 수 있는걸까? 싶었죠. 한데 어른이 된 뒤론 공중목욕탕을 잘 안 가서 알 기회가 없었죠. 가더라도 샤워 정도만 하고 나왔고요.

 그리고, 확실히 알았어요. 어렸을 때 보던 무표정한 어른들의 얼굴은 그냥 강해 보이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거였어요. 어른이 된 후에도 목욕탕 욕조 물은 미칠듯이 뜨겁더군요. 

 휴.

 한데 여기 와서도 또 궁금증이 생겼어요. 지금 말한 미칠듯이 뜨거워서 몸을 담그기 힘든 탕은 온탕이거든요. 그리고 온탕 옆에는 열탕이 있는데 거기엔 몸은커녕 손을 넣는 것조차 힘들어요. 그런데 그런 열탕에 무표정한 얼굴로 한번에 열탕에 몸을 담가버리는 할아버지들은 뭔지 궁금해요. 할아버지가 되면 저정도는 뜨겁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저것도 허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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