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간호사님, 김동조씨, 선택

2015.06.08 10:15

겨자 조회 수:3286

 

아빠간호사님이 링크하신 글 “마스크의 도시…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 트레이더 김동조씨의 트윗을 보고 씁니다.


1. 아빠 간호사님이 올려주신 글에 대해:


아빠간호사님이 올려주신 글 중에서 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입니다. 


혜성처럼 나타나 사실확인없이 기자회견하는 지자체가 있고..



제가 미루어보건데 이 부분은 서울시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사실확인을 안했다고 하시는데 서울시 박원순시장은 보건복지부가 만든 자료에 토대해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35번 환자/의사는 질병관리센터와 세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고, 여기에서 35번 환자는 29일부터 마른 기침이 있었다고 진술합니다. 29일과 30일의 마른 기침 및 몸살 증상이 알레르기성 비염이란 것은 35번 환자의 견해입니다. 견해와 사실을 구분하시기 바랍니다.


35번 환자는 사실과 의견을 질병관리센터에 진술했고, 보건복지부는 29일부터 증상이 나타났다고 브리핑합니다. 보건복지부는 29, 30일에는 이 증상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해석되고, 31일에는 메르스 증상으로 해석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35번 환자에게 사실확인을 안한 게 아니고 견해확인을 안한 것입니다. 사실 (fact)는 29일부터 기침이라는 증상이 일어난 것이죠. 여기에 대해서 29, 30일의 기침은 알레르기성 비염 (잠복기)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옮을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35번 환자의 입장이고, 29, 30일의 기침이 메르스 증상일 수도 있으니 만전을 기하자는 게 서울시 입장으로 보입니다. 미국 CDC에 의하면 메르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 열, 숨참 입니다.

 

아빠간호사님이나 전 세계 의료진들께서 의료진 감염에 대해 품고 있는 공포심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이나마 이해합니다. 산부인과 출산할 때 어떤 환자의 갑자기 체액이 의사를 덮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환자가 혹 에이즈 같은 병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모든 산모가 아기 낳으러 오는 병원에 산전검사를 받으러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사는 이 경우 감염 위험에 노출됩니다) 또한 환자를 돌보다가 주사기에 찔리거나, 피를 뒤집어쓰거나 할 때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고 일하기 싫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방이라도 큰 종합병원은 평상시에도 몇달에 한번씩 불치병( 그리고 전염병) 앓는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온다 하더군요. 그럴 때는 의사 뿐 아니라 호송요원도 겁나서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전염병이 도는때이니 같은 의료진에 대한 안스러움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사실과 견해를 혼동하진 맙시다.


덧붙여, 중앙정부가 세시간에 걸쳐 인터뷰하고 확인하여 만든 보고서 내용에 의심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환자 인터뷰를 했어야 했다는, 김동조씨나 일부 트위터 유저들 생각이 타당한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2. 김동조씨의 트윗에 대해


그러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서울시장이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6월 3일 저녁 열한시에 당신의 부하직원이 보건복지부 주최의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는 당연히 밤 열한시보다 더 늦게 끝났겠죠. 6월 3일 한밤중이나 보고 들어왔든지 6월 4일 아침에 당신에게 보고가 들어왔는데,  부하직원이 하는 소리가 3차감염이 일어났으며 (14번->35번) 감염자인 35번 환자/의사가 확진 받기 전에 서울시내 1,565명이 모이는 집회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하니 전화를 안받고, 수동감시할거라는 입장을 밝혀옵니다. 6월 4일 여덟시에 보건복지부로 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상 (그걸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해석하든 메르스 증상이라고 해석하든) 은 29일부터 일어났고 35번 환자는30일날 재건축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6월 4일, 서울 시장인 당신에게는 두가지 길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a. 하나는 보건복지부 지침을 따라 참석한 사람들에게서 병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수동감시). 여기서 다시 세가지 경우의 수가 생깁니다. 

     a-1. 30일날의 증상이 정말 알레르기 비염이었을 경우. 이때는 무사히 넘어갈 것입니다. 

     a-2. 두번째 경우는 30일날의 증상이 메르스이고, 전파가 되었을 경우. 보건복지부가 그러라고 했다고 발표한다. 당신은 욕먹는다. 

     a-3. 세번째 경우는 30일날 증상이 메르스이고, 전파가 안되었을 경우. 무사히 넘어간다.  


b. 두번째는 사실을 미디어 앞에 밝히고 1,565명의 명단을 찾아내서 전화로 연락하여 자택에 최대 잠복기 (2주)동안 가만히 계시라고 하는 것입니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평균이 5-6일 (최소 2일, 최장 14일 추정)이기에, 6월 5일을넘어가면 30일날 접촉한 사람들 사이에서 4차 감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1,565명에게 전화를 돌리면, 결국은 미디어에 이야기가 새나갈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 길을 택하면 중앙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여기서도 세가지 경우가 생깁니다. 

     b-1. 30일날의 증상이 정말 알레르기 비염이었을 경우. 이때는 무사히 넘어갈 것입니다. 당신은 조롱거리가 됩니다. 

     b-2. 두번째 경우는 30일날의 증상이 메르스이고, 전파가 되었을 경우. 당신은 비난받습니다. 가만히 놔두었으면 괜찮았을 것을, 알렸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의 감염은 당신 책임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b-3. 세번째 경우는 30일날 증상이 메르스이고, 전파가 안되었을 경우. 당신은 조롱거리가 됩니다.  


김동조씨에게 실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김동조씨는 이렇게 트윗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김동조 ‏@hubris2015  12h12 hours ago

옳은 선택을 내리는 것은 힘들다. 대중들이 그것을 원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정치인은 특히 그렇다.

 

6월 4일로 돌아가서, 여러분이 서울시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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