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병원이 갑자기 모든 사건의 근원지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 병원에서 벌써 10년째 일하고 있어서 지금 쓰는 이 글이 공명정대하게 보이지 않을수는 있지만, 이 병원의 한복판에서 일하는 의사로서 언론에 알려진 내용이 상당부분 왜곡, 과장되었다는 사실은 꼭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2. 우리병원의 평소 응급실은 전쟁터를 방불케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딴병원에서 진단이 지체되고 위급해지면 사람들은 무작정 큰병원 응급실로 내원합니다.
2) 큰병원 선호 사상때문에 내원 환자수가 많다보니 입원병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외래를 보다가 이 환자는 입원이 꼭 필요하겠다 인지해도 바로 들여보낼수있는 병실이 없기에 응급실로 가도록 유도할수밖에 없습니다.
3) 이렇게 응급실에 사람들이 모이면 병실에 환자가 바로바로 입원을 해야 응급실이 한산할텐데, 이미 입원해서 치료중인 환자와 외래진료 후 입원대기인 사람들이 점유하고 있는 병실로 인해 응급실 대기중인 환자가 올라가야 하는 입원병실은 늘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응급의학과 선생님만으로는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하고 내과 전공의가 늘 상주하며 내과적 문제에 대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2008년 내과 전공의 2년차일때 응급실 파견 전공의로 근무했었고, 그 때 밥못먹고 환자 진료하며 자리 내놓으라는 보호자들과 싸우며 몸무게가 쑥쑥빠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사이 암병원이 새로 지어졌고 응급실도 새단장을 했지만, 베드가 느는만큼 환자수 또한 늘었고 결국 응급실 상황은 지금도 똑같습니다.

3. 1번 환자와 14번 환자의 내원 경로를 보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전형적인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 환자 스스로가 내원합니다.
1번 환자가 내원했을때 문진을 했던 2년차 내과 전공의는 바레인 거주 경험을 캐치하였고, 그걸 본 담당교수는 CT소견과 임상증상 중동거주력 등을 토대로 작년 NEJN에 실린 메르스를 기억해내고 첫번째 의심진단명으로 리스트를 하며 환자를 바로 격리시킵니다. 이후 확진 판정 후에는 관련 의료진을 무더기로 격리시켰고 이는 상당한 업무 마비를 초래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메르스를 진단한것이고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가가 아니라고 검사 진행을 거부했던 질병관리본부와 힘겨루기를 하며 검사 진행을 밀어부쳤습니다. 이 환자를 메르스로 의심하고 검사진행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지금 전국의 병원 각지에서 요즘 이상한 감기랑 폐렴 환자가 오네.. 하고 유야무야 지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1번 환자로 인한 피해자가 0 명이니 완벽방어에 성공을 한것이죠.

4. 문제는 14번 환자와 35번 환자입니다. 14번 환자가 27일 내원했을 당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시한 메르스 선별검사지 어떤것에도 부합하지 않았고 환자 자신도 진료한 의사도 14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었던 병원에 노출되어있었던 사실을 몰랐다가 위에 언급한 전쟁터와 같은 응급실에 이틀간이나 무방비로 노출이 된것입니다. 그 이후 응급실과 감염관리실은 대대적 비상업무에 돌입했고 순식간에 응급실 소독 및 폐쇄, 주변 환자들 일인실로 이동시키는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틀의 시간은 꽤 길었던지라 많은 감염자들을 양산하였고 지금 뭇매를 맡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35번 환자는 저도 아는 의사인데 14번환자가 응급실 내원시 평소와 같이 응급실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고 이후 증상 발생시 시행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난데없이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게 되어버렸습니다.

5. 평소 응급실에 환자가 많이 내원하는 혈액종양내과의 특성상 저 또한 응급실 노출이 있었던지라 무증상이지만 자가격리대상자가 되었습니다.

6. 지금 현실적인 문제는
1) 상당수의 의료진이 격리되어 당장 환자를 볼 의료진이 너무 부족해졌습니다.
2)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습니다.
3) 의료진격리로 인해 2 에 대해서 그들을 안심시킬 인력조차 모자랍니다.
4) 병원 감염관리실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에 제출해야하는 서류 작업에 그들의 수고가 분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7. 그런데 과연 이렇게 까지 무서워해야하는 감염증인가.. 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합니다.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언론에서 만들어낸 공포심이 문제를 눈덩이 처럼 키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포심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 원래 심폐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 노약자, 암환자 등등은 감기만 걸려도 굉장히 위독해지는경우가 많습니다.
- 이런 환자가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위독해지고 사망하는 경우는 실제로 많지만
이런 환자의 직접 사인을 인플루엔자 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 이번 메르스 양성 환자 중 사망자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메르스 때문이 아니라 원래 내과적 질환으로 인해 사망했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필 그들에게 메르스까지 감염되어 내과적 문제를 더 악화시켰을수는 있지만 위의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이를 직접 사인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즉 언론에서 말하는 "메르스 사망자"라는 표현은 근본적으로 잘못된것으로 보입니다.
- 재건축아파트 조합원 모임에 있던 1500 명 이상의 사람들을 관리하겠다... 혹시나 혹시나 그들중에 내과적 위험 요소를 가진 취약자가 근거리에 있었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정도 취약자가 병원에 안가고 조합원모임에 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관리할 인력이 서울시에 그렇게 충분히 있다면 당장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데 의료진 격리로 당장 외래도 취소하고 약처방도 못받게 된 환자들을 어떻게 어레인지 해줘야 하나에 우리와 머리를 맞대주면 좋겠습니다. 괜한 서류작업 때문에 이미 한계 상황까지 가서 일하고 있는 남아있는 의료인력 축내지말구요..
ㅡ 메르스양성자이고 증상이 있더라도 평소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메르스를 이겨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르스 사망 이라는 단어에 너무 현혹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가장 취약한곳은 병원 환자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메르스 걸리면 회복하지 못할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사람은 전염력이 없음에도, 접촉했단 이유만으로 "오버해서" 의료진 격리를 강행하고 있는것이고요. 이러한 룰을 지역사회까지 확대하는것은 지나친 처사입니다. 학교 폐쇄라니요..ㅜ

8. 이 글을 쓴 이유는 제 주변 사람들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함입니다. 이 사건은 본질을 잃고 언론 플레이와 정치싸움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듯 합니다.
- 너무 무서워 할 필요 없으며
-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은 설사 감염되더라도 큰 감기 앓은것처럼 지나갈것입니다.
- 그러나 주변에 약한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으므로 늘 개인 위생은 철저히 해주세요. 이건 인플루엔자도 마찬가지입니다.
- 일상생활하셔도 되고
- 삼성서울병원 와도 괜찮지만 지금은 의료진이 부족한 관계로 급한거아니면 나중에 오는게 나을 것입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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