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6.10 00:19

여은성 조회 수:1612


  1.이 소름끼치는 세상에서 잘 살기는 힘들어요. 사람들은 제가 여기는 것보다 교활하거든요. 그 자들이 나보다 교활하지 않더라도, 내가 여기는 것보다 교활하기만 하면 그들은 내 뒷통수를 칠 수도 있는 거죠. 흠. 물론 그 사람들도 어느 순간에는 눈물흘리며 영화를 보거나 주말에 그들이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바베큐 파티를 하거나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 주거나 하겠죠. 그러나 살면서 확실해진 건 내가 볼 수 있는 면은 그들의 적대감과 경쟁심 뿐이라는 거죠.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없는 내가 행복해지려면 약간의 정신승리법이 필요했어요. 강신주는 이걸 '관념의 조작'이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허상을 믿는'이라고 표현하죠. 휴. 어쨌든 이 세상은 두가지의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물체들과 인격체들이요. 내가 그들에게 절대로 뒷통수를 내보이지 않기 위해 그들을 인격체가 아닌 물체라고 여기게 됐죠. 그들이 눈물흘리며 일기를 쓰는 순간이나 어린 동생들을 위해 퇴근하며 닭강정을 사서 들어가는 걸 상상할 수 없도록요. 


 그런데 어차피 문제될 건 없어요. 내 앞에서 그들이 인격체였던 적은 없으니 물체라고 여겨 주면 딱히 그들을 나쁘게 대하는 게 아니라 그냥 대접받는 대로 대접해주는 것뿐이니까요. 이 사실을 깨닫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니 하고 한탄했죠. 물론 아주 가끔 2년에 1명정도 괜찮은 사람을 보기도 하지만...모든 실망은 기대로부터 나오니까요. 기대를 원천차단하면 실망도 원천차단되죠.



  2.한국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점에서 한가지는 좋아요. 팁 문화가 없다는 거요. 팁 문화야말로 흔히 말하는 관습법이 가장 안 좋은 형태로 자리잡은 사례라고 봐요. 애초에 음식값을 올려서 음식값에 팁을 포함시키던가 최저임금을 올리던가 하지, 엄청난 서비스가 없는 일반 식당 같은 곳에서까지 종업원의 급료를 왜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이 미국이었으면 돌아버렸을 거예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팁을 주는 건 단순히 팁을 주는 게 아니거든요. 그들과 엮인다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일이죠. 준다고 쳐도, 많이 주면 많이 줘서 고마워하고 적게 주면 적게 줘서 기분나빠하는데 뭐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갑자기 인격체와 인격체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요. 어떤 곳에선 팁을 안 주면 식당 밖까지 따라나와서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한다고 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물체이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체인 상태...호감도 없고 적대감도 없고 그런 상태가 제일 평화로운데 팁 문화가 있는 곳에선 식당에 갈때마다 기분을 잡칠 거 같아요. 



 3.그래도 지금은 아주 나쁘진 않아요. 식당에 갈 때마다 가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요. 이 모든 우연에 말이죠. 아주 최적은 아니지만 괜찮은 시기와 괜찮은 상황에 맞물려서 이렇게 된 거라는 거 말이예요. 야만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누군가 대신 죽여주고 누군가 대신 요리해 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걸요. 물론 생각할 필요 없는 모든 걸 너무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하면 정신분열증에 걸리니 요즘은 이런 감사하는 건 가끔씩만 하고 있어요. 


 

 4.휴.....


 

 5.뭐 세상 모든 일은 그런 거 같아요. 보려고 하면 보이고 안 보려 하면 안 보이죠. 감사하려고 들면 끝없이 감사할 수 없고 짜증내려면 끝없이 짜증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삼성 같은 거요. 내가 저 스타트라인에서 시작했다면 지금쯤 천하를 호령하고 있을 거 같은데 무능한 인간들은 저 스타트라인에서 시작하고서도 기껏 연기금까지 끌어들여서 주식 장난이나 치다가 외국 헤지펀드의 놀림감이나 되고 있죠. 왜 내 인생엔 페라리가 없지? 왜 내 인생엔 자가용 비행기가 없지? 왜 나는 최고급 펜트하우스를 가질 수 없지? 라는 생각이 들면 그날은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올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렇게 식당에 가서 고기를 잡는 법도, 키우는 법도, 고통 없이 죽이는 법도, 요리하는 법도 모르는데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는 나자신을 보면 평화롭기도 해요.



 6.이젠 진짜 쓸 글이 별로 없어요. 이 게시판에서요. 늘 툴툴대면서 같은 주제를 리바이벌하고 있는데 같은 말을 다른 말투로 반복만 하는 거 같네요. 태어나고 싶지 않은 세상에 태어나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되지만 다른 사람이 된 시점에서 행복의 정의가 달라진다는 말을 계속 하는 거죠.



 7.딱 다음 주면 주식의 변동폭이 30%가 돼요. 라플라스의 신이 아니라서 유동성과 레버리지가 어떻게 요동칠지는 모르겠어요. 카이지에서 이런 말이 있죠. 사람은 힘든 순간에 이기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 힘든, 긴장된 순간을 끝내버리기 위한 행동을 한다고요. 저도 요즘은 그래요. 그냥 이 긴장상태가 끝나고 어서 결판이 나는 걸 보고 싶어요. 적어도 이 감옥에서는 나가서 다른 곳으로 가겠죠. 더 행복한감옥이든 더 불행한 감옥이든. 어느 쪽이든 감옥은 감옥이지만요.


 이 항목을 쓰는 건 오늘 다음포털을 보다가 역사적인 천재들이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몰락한 특집을 봐서예요. 저 같은 자는 죽으면 죽는 거예요. 너무 하찮아서 제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죠. 그런데 역사에 이름이 남아서 죽어서도 죽지 않는 위대한 사람들조차도 거의가 결국엔 실패했어요. 그래서 늘 이 두가지만은 잊지 않으려고 해요. 카지노와 계속 게임을 하면 언젠가는 카지노가 이긴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돈을 많이 따 봐야 아직 카지노 안에 있다면 그 돈은 번 게 아니라는 것이죠. 카지노에서 딴 돈을 보따리에 넣어서 카지노 밖으로 가지고 나와야 그 돈은 내 것이 되는 거예요.





 8.그리고 다시는 카지노에 가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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