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래됐어요. 마지막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잘 기억도 안 나네요. 그냥 다행이라고 느낀 순간, 불안하지만 다행이라고 느낀 순간은 드문드문 있는데요. 그래서 자주 시무룩해지고 자주 기분이 가라앉고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앞으로 긴 시간을 살아야 하는데 이제 정말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많은 걸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무기력한 기분도 들어요. 그렇게 해봤지만 결국 내가 얻은 건 별로 없다는 현실 앞에서 허무해지고요. 마음 속 많은 것이 무너진 다음 새로 시작한다는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요. 겉으론 멀쩡한 척 지내는데, 실제로도 멀쩡하기도 한 것 같은데 그냥 어쩔 때 마음이 좋지 않아요. 제가 총체적으로 불완전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갑자기 종교인이라도 된 것처럼 급하게 일상에 감사하는 척 하는데, 실은 하나도 안 감사해요. 제가 쓰고도 감사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한데 범사에 족한 마음이랄까... 왔다 갔다 해요.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너무나 많고 행복한 일은 적으니까요.


베프(라고 쓰지만 예전만은 못한.. 많은게 예전만 못해요..)가 이번에 결혼을 하는데 결혼 이야길 처음 들었을 때 제 느낌은 너무나 쓸쓸한 거예요. 친구 빼앗기는 것 같아서 서운한게 아니고 그냥 다들 정말 어디로 가버리는구나, 그런 느낌? 내 삶은 어디로도 잘 흘러가지 않는 것 같은데. 자주 보지도 않았던 사촌이 근처에 살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사 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서운했던 거랑 비슷하게... 경중을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서운하고 쓸쓸해요. 너무 오래 한 곳에서, 너무 오래 재미없게 살았는데 그 재미없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회복이 안 될 것 같은 거. 가끔은 못 견디겠다 싶은 순간이 있어요. 이런 순간도 점점 적어지다가 괜찮아질까요. 사는게 원래 힘든 거긴 한 것 같은데. 더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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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제 맞은편에 이십대 중반 아가씨가 일해요. 일하다가 어쩔 때 가끔 얼굴만 살짝 보일 때가 있는데 그 얼굴이 순간 앳되어 보이고 참 예뻐요. 빨간 립스틱도 잘 어울리고. 본인도 좋을 때라는 걸 알까요. 하긴 저도 그 나이 땐 오늘 예쁜데 집에 일찍 들어가는게 아깝다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만.


또 다른 사촌이 아기를 낳았는데 가끔 아기 사진을 보내와요. 아기가 자고 있는 사진이라든지 웃는 사진을 보면 마음이 좀 편안해져요. 아빠들이 자식 생각해서 힘내는 기분도 알 것 같고. 아직 고민의 흔적이라곤 없이 말간 아기 얼굴을 보는게 참 좋아요.


사는데 재미, 운운이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도 있는데 그냥........너무 재미가 없어요. 제가 지루한 책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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