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댓글로 벌어지는 의견의 충돌과 감정의 고양까지 지켜봤습니다. 


투표라는 형식 자체에 반대한다는 글도 한번 쓴적이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해야 한다면 판님의 의견대로 해보는게 어떤가 하는 글이었지만 그건 투표하자 그렇게 결정하자..라기 보다는 운영자인 듀나님이 채택해서 공지해주시면 어떤가 하는 거였죠. 


사실 이미 찬성의 흐름이 도도한 마당에 소수의견일수도 있는 반대 의견을 올리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저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싶어서 말이죠. 총대까지는 아니고 저혼자만의 의견일지라도 한번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듀나게시판은 정의되기 힘든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그게 제가 요 몇년간 쭈욱 바라본 듀나게시판의 성격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혼돈 그 자체이고 질서나 규칙이 없으면서도 묘하게 균형과 질서가 유지되는 느낌이 드는 곳이죠. 근래에 좋은 글을 보기 힘들다. 수준 높은 글이 안올라 온다.. 라는 이야기도 많고 특정회원에 대한 불만과 성토가 이어지는 것도 듀게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듀게에 지분을 주장할만한 기여도 없고 그동안 수준 높은 읽을거리를 제공하지 못한 일반 회원으로써 저는 듀게의 그런 속성이 맘에 듭니다. 어떻게 보면 극한까지 치닫는 댓글 논쟁과 수준 안되는 혹은 너무 수준 높은 글들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런 자유로움이 어찌보면 듀게의 장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이제까지의 과거는 묻어두고 앞으로 언어적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회원에 대해 제재하자는 투표가 진행중입니다. 많은 분들이 찬성 의견을 내셨구요. 저는 언어적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규칙이 생겨나는 자체가 듀게에 가져올 파장을 염려합니다. 그나마 진보에 가깝던 듀게에서 보수성을 선택하는 단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경을 긁지마라. 곱고 바른 말을 써라, 대중에게 밉보이는 의견을 내지 마라. 게시판의 룰을 따라라.. 과연 그것이 듀게에 꼭 필요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듀나게시판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한 논의이고 행동일까요? 저는 왠지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근질거리게 만듭니다. 물론 에티켓을 지키면서도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투표를 하는게 아니냐고..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규칙이라는 것은 한번 생기고 나면 최초의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파장을 미치게 마련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반대 의견을 내는거구요. 


제 생각과 글이 공허한 외침이요..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주장이고 특정인을 응원하기 위한 쉴드로 보일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지금도 제약이 많은 국가에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써 듀게만큼은 맘편하게 하고싶은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저와 생각을 같이 하는 분은 얼마나 계실지도 궁금하구요. 


불편하실수도 있는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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