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6 15:52
..이 굉장히 큰 편입니다.
제 나이도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데,
아는 것도 없고...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사람들과 바베큐를 구워먹을 때 고기를 굽는 것조차도 하지 못합니다.(불판에 불을 지피는 일련의 행위를 못함은 물론이구요.)
뭐랄까...
인생을 살면서 허투루 보낸 시간이 과다하게 많아서,
그런 걸 배울 틈도 없었거든요.
이번에 교회사람들과 펜션에 1박 2일 놀러다녀 왔는데
다시 한 번 제가 얼마나 쓸모 없는 인간인지 자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애아빠들은 다 의젓한 어른이고,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는데,
그리고 저도 어렸을 적, 어른들을 보면서 저 또한 어른이 되었을 때 마찬가지로
저렇게 되리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조바심이 납니다...'어른'이 되기까지 시간도 얼마 안남았고,
그 시간동안 제가 배워야 될 수없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 보이지도 않고요.
저도 언젠가 결혼하게 되고 자녀를 가지게 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했을 때 현재는 전혀 그런 자신이 없어요...
...혼자 살아야 하나...근데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고(지금은 없지만)
다른 이유도 아닌 이 이유로 결혼을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분하기도 해요.
생활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편인데, 이걸 어떻게 커버할 수가 없어요.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이랬었고, 가족도 이 사실을 곧잘 알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어머니는 저를 가졌을 때 흡연을 했던 사실을 제게 거듭
사과하시기도 했어요. 그 탓인가 하구요.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아둔하고...
정말 지치네요. 끝없는 자학과 자괴의 터널을 언제쯤이야 빠져나올 수 있을지...
2015.09.06 15:58
2015.09.06 22:54
어떤 이상향을 정해놓고 자신을 거기에 맞추려고 하시는 군요.
유명 칼럼니스트인 서 민 교수도 자신은 서른까지는 사람구실을 못했다고 했고(사람 구실이란게 워낙 주관적이지요)
저도 서른 중반까지 사람구실을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할 줄 아는게 많아진 것도 아닌데 사람인가? 그러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재학시절 유기정학을 피하기위해 모 교수에게 D학점을 C학점으로 올려주시라고 부탁했고 그래야하는 이유로 "훌륭한 사람이 될께요" 했던 생각이 나네요. 저는 왜 그랬던 걸까요?
그래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우리 엄마도 스스로 어른이라 생각 안하십니다.
우리 외할머니도 아직 엄마를 아이처럼 대하십니다.
우리 엄마도 아직 저를 어린아이처럼 생각하십니다.
진정한 어른이라 느끼는 나이 든 사람이 있을까요.
아, 가끔 택시 타면서 장거리 요금을 낼 때 '내가 어른이 된 이유는 이런 거에 돈을 아끼지 않으려는 거야.'라고 생각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