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3 03:14
얼떨결에 마션을 봤어요. 정말 예정에 없다가 갑자기 후닥닥 나가 그대로 영화관에 직행해 본거라 경황이 없다고 해야하나 각오? 같은게 없다고 해야하나.
영화자체는 재밌게 봤습니다. 제게는 아폴로13의 리들리옹 버전같더군요.
한 순간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무덤도 없이 즉사인 상황에 잘도 흔들림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와트니 포함 대원들을 보자니..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우주공간같은데 못나갈 인간이로구나 싶었습니다.
저라면 그 말도 못할 스트레스에 아마도 깔려죽을거에요...영화는 시작부터 뭐하나 직접 안하면 살 수가 없는 우주공간을 느끼게 합니다.
그 살벌함은 그래비티가 최고였던거 같지만 여기도 만만찮네요...와트니가 자조하면서 웃겨줘서 그렇지...와트니가 지구와 대화할 때 욕에 욕을 하는거 정말 공감되요.
죽을 고생하며 그 상황에서 간신히 연결해놨더니 뭐?이런 젠장..어쩌구저쩌구 당연하죠. 그는 최악의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는건데요.
그 스트레스는 막바지, 화성탈출계획을 나사에게서 듣고 와트니가 혼자 자조하는 부분에서 폭발합니다. 저 정말 배 찢어지게 웃었어요. 오픈카??킬킬킬킬..
아 정말 웃음이란 비참함 속에서 피어나는 거라는..얼마전 사는게 뭐라고에서 읽은 문장이 정말 정확하게 들어맞는 순간이었어요...
최악에 최악을 견뎌왔더니 저들은 내게 최악의 끝판왕을 선물했어...으허허허허ㅜㅜ아니 대체 왜그렇게 웃기던지... 극장안에 사람은 열 명 남짓인데 나혼자 미친듯이 웃어버렸네요.
그래비티를 본 이후 우주공간은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각인되버린 제게 마션은 종지부를 찍는군요. 전 갑부가 만일 된다해도 (될 일도 없겠지만서도)
우주공간따위로는 안나갈거에요. 그러고보니 와트니에게 더해가는 스트레스만 눈에 들어오던 저도 상태가 나쁜지도요. 아 그리고 눈에 들어오던 또 하나는
여자대장님의 단호함이 너무 부러웠달까. 울 엄마가 저런 사람이었으면 좋았겠다는 부모께 염치없는 생각도 잠시. ㅎㅎㅎ 대장님, 엄마같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요.
스트레스 만빵이신 분들. 마션보고 날려버리세요. 와트니만한 스트레스 겪기는 흔치 않을듯. 식물학자라면서
나중에 우주공간 서바이벌교관이 되는것도 좀 웃겼어요. 뭐.인생은 어차피 웃긴건지도요.
푸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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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본문글에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마션 정말 재밌게 봤어요. 혼자서 저기서 어떻게 버티려나…이건 우주판 로빈슨 크루소인가 했는데, 여튼 썰렁한 농담과 욕설로 스스로를 달래며 자기가 가진 지식과 기술 총 동원해가며 생존해 나가는 와트니…그리고 동료들 멋지더군요.
저도 여자 대장님 멋졌어요. 실제로 NASA에 여성으로선 우주 탐사선 단장으로 처음 임명되셨던 분이 - 그러니까 지난 2000년대 초였죠 - 현역 군인 신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 당시 계급이 대령이었던걸로) 그것도 같아서 저 캐릭터가 그 양반을 모델로 했나보다 생각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