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단골 카페에 대한 잡담.

2015.11.19 09:36

쏘딩 조회 수:2487

구직자로서의 하루를 카페인과 함께 시작하기 위해 단골 카페에 왔습니다. 이 곳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해요.


1.
여기는 '취미로 하는 카페'에 대한 로망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 같은 곳이에요. 그리 크진 않지만 꽤나 근사한 테라스가 있고, 스피커에서는 가요 대신 재즈가 흘러나와요. 무엇보다 손님이 그렇게 많이 드는 곳이 아니라서 사장님과 알바생이 단체로 멍을 때리는 시간이 많은 곳이지요. 전체적으로 나이브한 분위기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곳입니다.


2.
사장님의 배째등따 정신은 커피에서도 드러납니다. 의외로 꽤 괜찮은 원두를 구비해놓고 드립커피만을 취급하는데, 단가가 좀 센 편이긴 하지만 1회당 2000원만 내면 무제한으로(아마도요) 리필을 해주거든요.


3.
하도 자주 와서 얼굴 도장을 찍다보니 카페에 오면 주문대신 사장님과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시시한 농담을 주고 받아요.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카드를 내밀면 물 흐르듯 결제가 진행되고, 커피가 나옵니다. 한번쯤은 꼭 '늘 먹던걸로.' 라고 시크하게 주문해보고 싶은데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4.
오늘처럼 아침 일찍 카페에 온 날이면 보통 2번 정도 리필을 해요. 카운터 앞까지 가서 리필을 부탁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요즘엔 사장님의 배려로 천원짜리 두 장을 꺼내 머그잔으로 눌러 놓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돈과 잔을 가져갑니다. 그러면 알바생이 커피를 갖다줘요. 그래서 비교적 일관되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5.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알바생이 귀엽습니다! 나름대로 친절하고 상냥한데, 출근하면 쿨 뷰티 상태로 모드 체인지를 하는지 좀처럼 웃지를 않아요. 그래서 괜히 환하게 웃는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땐 '저 여자가 과연 나한테 번호를 줄까?' 하는 궁금함에 여자분들의 번호를 묻는 게 1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있었는데, 그 시절의 호승심같은 게 아직 남아있나봐요.


6.
취업에 성공하면 연락처를 물어볼까...하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또 모르죠. 어느 날 좋은 날에 뜬금없이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늘 먹던 걸로 주시고 실례지만 연락처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저질러버릴 수도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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