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걱정과 우울이 많은 사람입니다. 저를 잘 모르거나 저와 가볍게 친한 사람들은 제가 밝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심지어는 그들이 우울할때 저를 닮고 싶다고 하는 일도 아주 많습니다. 그들에게 아무리 내 스스로가 얼마나 우울하고, 지쳐있으며 

시시때때로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2.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보니 왜 사람들이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금은 알 거 같기도 하더군요. 저는 입으로는 진심을 말하지만,

얼굴과 표정은 최대한 밝은척 연기를 하는게 아주 습관이 된것 같습니다. 하지만 항상 축 처져 있는 사람을 보는건 너무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저에게 밝은 태도를 유지하는건 상대방을 위한 하나의 예의인데... 내면과 외면의 괴리감이 저를 가끔 더 우울하게 합니다. 


2.5 하지만 생각해보니, 제 시간을 평안하고 행복한 시간과 불안한고 우울한 시간으로 나누어 보면 보통 7:3 혹은 8:2 의 비율이 되는것 같습니다.

괜찮은 시간이 상대적으로는 아직 많기 때문에 저는 괜찮다고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을 만날때는 즐거워하고 있을때가 많으니까요


3. 정말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금부터 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저는 감정적으로 무너졌습니다.

가끔 너무나 지쳐있을때, 운전을 하다보면. 빨간 정지등을 향해 돌진하고 싶은 기분에 빠질때가 있습니다. 이렇게도 피곤한 하루를

또 몇십번이고 몇백번이고 살아야 한다는게 너무나도 끔찍할때가 있습니다. 금요일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괜찮고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고, 또 일을 한 뒤에 누워있는데.  

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막연히 더 할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나가서 죽고 싶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안죽은 걸 보면 죽을 용기도 없는 멍청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연속적으로 들어서

슬픔과 우울, 자기 혐오가  피드백 작용을 하며 아주 커지더군요 

몇시간이나 울다가 또 아침이되면 괜찮고 멀쩡하게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될 스스로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4. 오후 느지막히 일어나서 평안한 하루를 보내다가 습관처럼 무한도전을 보았는데. 

죽고싶거나 우울할때, 걱정이 너무 많을때, 걱정 노트를 써보라는 말을 누군가 하더군요

저는 항상 가슴에 걱정이 50개쯤은 들고 살기 때문에 그것의 실체를 확인해보고 싶어서 얼른 걱정노트를 써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장 큰 걱정 거리부터 쓰게되고, 점점 작은 걱정거리로 생각이 옮겨가게 되더라구요.


그 걱정노트를 쓰면서 놀란건.. 


제 가장 큰 걱정이 가장 먼 미래와 관련되어 있는, 현실의 문제와는 동떨어져있는 종류의 것이라는 거와..

현재의 걱정은 우습게도 가장 꼴찌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항상 품고 있는 걱정은, 그리고 그 걱정에 지친 마음은 타당한 것일까요? 

걱정노트를 쓴 뒤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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