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2 02:56
뒤늦게 봤습니다. 조용하게 보고 싶기도 하고, 이상하게 망설여지다 오늘에야 봤네요.
인상깊은 몇가지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마 보신 분들은 이미 느끼셨을 것 같기도 해요.
간단한 느낌은 잔잔하게 오래 파문을 일으키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처음은 모르겠지만, 자꾸 자꾸 떠오르는 그런 류의 영화들이 있지요.
저에게는 그런 느낌이에요.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영화만 보니 자꾸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네요.
매력적인 두 배우, 그리고 촬영, 의상, 음악 그런것들 (은 물론 공감하고) 제가 느낀 작지만 공감가는 섬세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돌아온다는 부분이에요.
기차는 원작에도 있다고 하지만,
동그랗게 돌아가(오)는 기차를 테레즈가 보고, 다시 캐롤이 보는 것을 보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또 테레즈의 남자친구가 잘 돌려보내달라는 대사도 새삼 그냥 스쳐지지가 않네요.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고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여기지만 다시 돌아가는 것.
성소수자들은 대부분 자신을 돌아보죠. 나라는 사람을 의심하고, 또 나를 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러다 좌절하기도 하고 결국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
돌아가고 돌아가야 하는 과정 같아요.
뭐 제경험이지만요.
섬세한 디테일들이 좋았습니다.
would you 라고 말할 때 상황마다 뉘양스가 다른 것도 좋았고,
어깨를 만지는 것으로 얼만큼 이사람이 좋은지,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좋았어요.
우리는 때로 말을 하지 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몸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미 먼저 말하니까요.
암튼 곰곰히 곱씹게 되네요.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던 캐롤이 맥주를 마시는 부분도 그렇구요.
의미를 과잉해석할 필요는없겠지만,
파문을 주는 영화에요.
잔잔하게 그러나 오래도록
2016.03.02 03:01
2016.03.02 03:15
생각해보니 공간과 공간을 담아내는 방식도 여운이 남아요.
어떤 캐릭터를 담아낼 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놓치기 쉽기도 한데...
엔딩에서 가장 보수적일 것같은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재회한다는 것이 희망이었을까요.
암튼 (이야기가 아닌) 영화적인 부분만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영화여서 좋네요.
키노가 아직 있었다면, 누군가는 그렇게 비평을 해줬을 것 같아요.
의미를 떠나서 그 자체로 말이죠.
여운이 남아 자꾸 주절거리게 되네요.
왜 내가 내 글에 리플을... ;
2016.03.02 08:59
글올리기를 해놓고 나서 뭔가 추가할 것이 생겼을 때 수정하는 것 보다 내 글이지만 리플로 다는 게 편해서 제 글에 리플달기 잘합니다. 막상 글도 덧글도 잘 안쓰지만.
캐롤을 보기 전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영화 보고난 직후는 음, 그래. 이랬는데 관람차님께서 쓰신 것처럼 잔잔하게 오래도록 곱씹어보게 되는 영화네요.
자꾸 누군가 신경쓰이게 되는 감정이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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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동차도 좋았습니다.
차 안에서 각각 그리고 두사람이 혹은 다른 사람과 어떤 자세로 어떤 차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고 어떻게 웅크려 있는지
그런 것도 매우 섬세하게 직조되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