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소통하고 싶어한다

2016.07.12 18:08

Kaffesaurus 조회 수:1872

나는 휴가로 어딜 가는 데 그런 걸 계획하고 돈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다. 휴가라는 것이 어렸을 때 부터 어른이 될 때 까지 생활의 일부였던 적이 없었던 게 한 원인이 아닌 가 싶다. 어렸을 때 휴가라는 걸 간 기억은 한 손을 꼽을 만큼 적다. 언젠가 켐핑가서 추위에 떨던 기억, 외가 식구들과 계곡에 간 기억, 바닷가에 간 기억 그리고 내 기억이 아닌 사진으로 본 기억이 다이다. 아버지가 편찮으시게 되면서 여행을 가지 않게 된거 같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그 뒤로도,  여행을 가는 건 우리 생활에 일상이 아니었다. 언젠가 동생도 대학 졸업여행 가는데 며칠 가는데 이렇게 돈을 많이 써야 한다니 란 생각에 그냥 별로 힘들어 하지 않고 안갔다고 했다. 


어른이 되고, 직장을 잡고 경제 사정이 나아져도 왠지 이런 쪽에 돈을 쓰지 않는 것에 익숙하니까, 이런 쪽에 얼마큼 돈을 쓰는 건, 돈이 꼭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 그 가치를 잘 몰라서 어색하다. 워낙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으면 휴가 라는 생각에 익숙해 있어서, 결혼하고도 여러 이유로 휴가때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것에도 별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또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7주나 되는 길고 긴 휴가 기간을 가지면서 무언가 기억할 것을 위해 계획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동안은 그럼에도 그저 물놀이 가는 게 전부 였는데 올해는 소위 휴가라는 걸 가기로 계획했다. 


이런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건 친구들 덕분이다. 친구들은 이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데 나는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스웨덴내에서 여행이 결고 금전적으로 만만한게 아니다. 호텔비며 기차표, 정말 보통 생활할때는 그렇게 물가가 비싸다는 생각 안하는데 움직이면 돈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여름 계획을 짤 때 친구들과 이야기 했더니 스톡홀름에 사는 헬레나가 자기 집에 오라고 했고, 고텐버그에 사는 오사는 자기는 그때 휴가로 집에 없으니 애랑 혼자 자기 아파트에서 있으라고 키를 벌써 빌려주었다. 


그래서 지난 주에 스톡홀름에 다녀왔다. 며칠 전부터 이번 주 수요일에는 스톡홀름에 간다, 헬레나 한테 간다, 며칠을 잔다, 버스타고 기차타고 지하철 타고, 가면 스칸센이랑 기술박물관 가자, 아이한테 설명했다. 아이 한테는 처음인 스톡홀름, 우리식으로 치면 민속촌과 동물원, 작은 어린이 놀이 동산이 섞인 듯한 스칸센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는 길에 나는 여러번 헬레나에게 나 정말 이거 혼자 못했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기술 박물관은 아이들이 놀수 있도록 층마다 다른 코너가 있었는데 한 시간에 딱 한 층씩 돌아본거 같다. 아이도 좋고 나도 좋고 그럼에도 굉장히 피곤했던 사진도 많이 남았고(스칸센에서 점심 먹는데 바로 옆에 한가로이 선물이 옆에서 산책하던 공작새), 장남감도 하나 더 늘었다. 


그런데 내가 마음에 두는 기억은 다른 것이다. 아이는 헬레나를 보자 살짝 안아 인사한뒤 한 손으로는 내손을 한손으로는 헬레나의 손을 잡고 걸어다녔다. 스톡홀름 센트랄에서 에스콸레이터를 보고는 무조건 타야 한다는 아이, 헬레나에게 여기 있어 올라갔다 내려올께 하고 함께 탔더니 아이가 중간 쯤에 헬레나 어디 있어요? 두리번 거렸다. 한국에 있을 때 어디를 가고 들어올 때 한국말로 할머니, 삼촌 그러면서 챙기는 아이를 보고 엄마가 얘 우리가 자기 가족이라고 챙긴다 하셨는데, 스톡홀름 있는 동안 내내 헬레나, 헬레나. 아마 헬레나는 선물이 생각에 우리 사람인가보다. 

첫날 헬레나 집에 가서 보니 정말 아파트 창문 밖으로 놀이터가 보이는데 이 놀이터에는 한 20 cm 높이의 물장난 할 수 있는 풀장 아닌 풀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첨벙 첨벙 들어가 놀더니 조금 있다 보니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에 조용히가 옆에 앉아 있기도 하고, 아이들이 뛰어 다니면 함께 거기서 뛰어 다니고.  조금 어색해 하면서 그래도 같이. 한동안 그러다가 어떤 한 사내 아이랑 공놀이를 한다. 한 한두살 정도 더 나이들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내가 이렇게 하면 네가 이렇게 받아 라고 하니까 선물이는 따라 할려고 노력했다.  두 아이가 공을 사이에 두고 뛰어 오르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아이는 다른 아이와 함께 놀고 싶어한다. 


어색한 침대라 한참 시간이 걸려 잠들은 아이를 두고 나와 차를 마시면서 헬레나와 아이 이야기를 했다. 헬레나가 나보고 누가 봐도 선물이랑 내가 가깝고 좋단다. 처음에는 아이가 행복하면 돼 라고 말했는데, 아이가 점점 커가니까 남들만큼만 했으면, 그런데 아직도 언어가 늦어서 얼만큼 이해하는 지, 무엇을 생각하는 지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헬레나가 선물이는 소통할려고 하잖아요, 타인에게 다을려고 하고요, 라고 말했다. 그렇지? 그게 보이지? 라고 대답아닌 대답을 했다. 


아이는 소통하길 원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기쁨을 나누길 원한다. 다른 아이들 보다 늦었지만 중요한 건 똑같다. 

스톡홀름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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