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짧은 감상

2016.08.08 04:30

보들이 조회 수:2257

사실 어디다 감상평을 쓸 일도 없을 것 같았는데, 호평 일색인 가운데 제 감상이 소수의견인 것 같아 조금 남겨봅니다.  

어찌보면 대중영화로서 흥행을 위한 전형적 장치들을 성실하게 배치했고, 그걸 비교적 자연스럽게 엮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근데 제가 신파 코드나 뻔한 전개에 너무 예민해서 그런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국뽕 신파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래요.

중간에 총쏘고 그럴 때는 잠이 좀 깼는데, 전개도 느린 편이고 (높은 연령층에서는 관람하시기 좋을듯), TV 드라마를 굳이 영화관까지 와서 보는 듯한 느낌도 있고, 100억 들었다는데 땟깔이 그 정도인가 돈을 어디에 썼을까? 하는 딴생각도 들고요. 

내용 면에서는 미화나 역사 왜곡이 우려할 정도 까지는 아닌 듯하나, 개인적으로는 역시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은 배우들 연기력 보는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스포일러 많음))











- 중간에 망명하려고 탈주하는 씬 같은건 재미를 위한 픽션으로서 거부감이 없었는데, 덕혜옹주 묘사 부분은 아무래도 좀 그랬어요.    

덕혜옹주를 독립군 여전사로 환골탈태 시키지는 않았으니 딱히 왜곡은 아니라 말할 수도 있지만요. 

근데 극화를 통해 어떤 '나라를 위하는 여인상'이 또 한 명 탄생하는건 아닌가 좀 찜찜했어요. (명성황후라든가, 현 최고존엄이신 분 등의 경우가 있기에)

덕혜가 조선인 아이들에게 한글도 가르치고 그러다가,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울고 아리랑 부르는 부분이 신파의 최절정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 삶에 대해 기록 자체가 많지 않으니 생애를 자세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혜는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황녀 이상으로 보기는 어려울겁니다.

일본으로 강제 이주 후 학생 시절에 이미 몽유병, 조현병이 발병하여 자기 삶 하나도 버거웠을거고, 덕혜가 조선인을 위해 뭘 했다는건 기록도 없을 뿐더러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사정이었을거에요.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영화가 될 여지는 많은 것 같은데, '마지막 황제' 같은 걸작은 역시 자주 나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덕혜의 애국 활동 - 옛날 각하 출현 (근데 각하 정권 때의 배려로 귀국한건 참트루) - 국뽕 라인 될 수도 있었는데, 박해일의 대사(저는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습니다)로 논란은 피해간듯. 

암튼 허구로 인한 애국지사(?)의 탄생은 좀 별로 같아요. 진짜 애국지사들한테도 후손들이 잘 못하는 판에..       




- 장한이 멋진 보디가드 설정으로 나와서 약간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배우 박해일을 충분히 즐기면서 봤습니다. 

(미모가 여전하시던데..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멜로 영화 하나만.. 굽신)

하지만 이 반 허구적 인물과의 러브라인을 위해 실제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와의 부분이 많이 생략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정략결혼으로 양쪽 다 시대의 피해자이기도 했고, 결혼 후 1-2년은 사이도 좋았던 것으로 추측되고요. (덕혜옹주의 병이 호전, 딸도 태어남)      

황녀와 결혼한 일본인이니 나쁘게 묘사되기 일쑤였지만, 실제로는 당대의 엘리트로 인품도 있어서 남편으로서 나름의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더군요.

25년의 결혼생활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으니 시인으로서 남긴 '사미시라- 환상 속의 아내를 그리워하는 노래' 가 아마 관련된 유일한 기록일텐데, 내용이 참 마음아팠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상으로는 일본인 정략결혼 남편보다 어렸을 적 정혼남이랑 전개되는게 더 재미있는 쪽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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