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년 9월 6일 문유석 판사가 "남성들의 분노와 여성들의 분노"라는 글을 중앙일보에 기고했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0554913 

개인적으로 이 기고문의 핵심부분은 여기라고 봅니다. 


여성들은 능력에 맞는 기회와 임금을 달라,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직업상 불이익을 주지 말라, 때리지 말라, 용변 보는 걸 몰카로 찍지 말라, 강간하지 말라, 죽이지 말라며 분노하고 있는데 남성들은 여자는 군대 안 가냐, 더치 페이 왜 안 하냐, 왜 농담에 예민하게 구느냐, 난 안 그러는데 왜 싸잡아 욕하느냐로 분노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누군가 말했던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나 줍고 있는’ 예가 아닐까.


2. 2016년 9월 22일에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경향신문에 "혐오의 상승작용"이란 글을 기고합니다.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609222109035&code=990100

이 기고문은 작은 아들이 학교에서 겪은 모욕을 기술하면서 미러링이 과연 효용이 있겠느냐고 질문합니다. 


그 학교의 공식 교육 프로그램 중에 ‘미스 ○○○ 선발대회’라는 게 있다는데, 남학생들을 여장시키고 여학생들로 하여금 심사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 여부에 대한 본인의 의사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다행히 자기는 강제 출전당하는 ‘굴욕’을 겪지 않았지만, 강제로 ‘여장’당하며 민망해하는 친구들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단다.


중략


저 고등학교의 ‘교육 프로그램’도 미러링에 해당하지만, 역효과가 더 컸다. 질 나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쓰는 온갖 추잡한 말들을 그대로 복제해서 남자 일반에게 돌려주면, 남자들이 회개할까? 이런 행위는 오히려 여자들로 하여금 ‘폭력적인 남성성’을 내면화하게 하여 여성주의가 그토록 혐오하는 ‘폭력성’의 저변을 확대 강화하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으로는 ‘남자 중심으로 짜인 사회’가 해체되면 더 ‘인도적이고 도덕적’인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줄 수 없다. 이런 주장과 방식은 혐오를 억압하기보다는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것은 정당하다’는 태도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혐오의 정당성’이 공인되면, 여성들이 맞서 싸우기가 한결 수월해질까?


3. 이에 대해 오석태 이코노미스트가 페이스북에서 한마디 코멘트를 던집니다. 코멘트는 "이 남학생에게도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고 말해 주어야 할까?"라는 것이었죠. 


4. 학교측에서 남학생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미스 *** 선발대회에 참여하게 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의미에서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나 전우용 역사학자가 해일 이는데 조개를 줍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해일은 무엇인가 하면, 남녀평등은 자본주의 사회의 대세이며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문유석 판사가 말한 해일은 여성들의 깊은 분노, 여성들이 당하는 차별인 것 같네요. 제가 말하는 해일은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사회의 변화입니다. 


전우용씨의 아들은 미인대회를 여성이기에 쌓을 수 있는 특권적 스펙으로 보고, 여자 선생님들에게 순종했다는 것 때문에 사회가 남자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주장에 공감도 하지 못한다고 전우용씨는 서술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아들을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있게 만들려면 학교가 아니라 전우용씨가 아들을 적극적으로 교육시켜야 합니다. 제가 어떤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지 짤막하게 말씀드리죠.


5. 2010년 기준 미국에서는 여성 가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35%가 되었습니다. 여성 가장이란 남편보다 여자가 더 많이 돈을 벌 때 여성 가장 (female breadwinner)라고 정의합니다. 교육 측면에서 봤을 때 미국내 여성의 고등 교육수준은 남성과 거의 비슷하거나 넘어서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동시장 참여율이나 임금은 남자보다 더 적죠. 보통 30대 초반에 소득이 대폭 떨어집니다. (아마도 자녀 때문)


교육을 시켜서 여성을 인재로 만들었는데 이들이 집안에서 살림을 하게 되면 국가 경제적으로 봤을 때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손실이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올들어 월스트릿저널은 맥킨지의 도움을 받아 특집기사를 썼는데, 여성소득을 남성과 같이 매칭해야하고, 여성에게 더 많은 남성 멘토 (upper level manager)를 연결시켜줘야하고, 여성들에게 야심을 불어넣어줘야 한다는 대강의 내용이 통계와 함께 제시했습니다. 

http://www.mckinsey.com/global-themes/employment-and-growth/how-advancing-womens-equality-can-add-12-trillion-to-global-growth


아시다시피 WSJ는 보수매체이고, 공화당 지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수적인 WSJ가 여성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발벗고 나선 건, 이 신문이 돈냄새를 잘 맡는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신문이나 미국사회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입니다. 따라서 투자에 대해 수익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이죠. 자본주의는 힘이 세서, 교육받은 여성이 사회에서 고급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고 집에서 살림하는 것을 반기지 않습니다. 맥킨지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남녀평등이 실현되면 28조 달러가 추가성장할 거라고 예측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을 원하죠. 특히 인도의 경우 성평등이 이루어지면 엄청난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거라고 합니다. 지금 여성차별이 많아서 성장이 지체된 나라일 수록 남녀평등에서 오는 경제적 이득은 크다는 이야기죠.


현재 미국에서는 공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대개 남녀평등을 가르칩니다. 미국 초등학교 논픽션 교재를 읽어보면,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남녀를 차별한 예를 지문으로 들고 남녀차별이 왜 나쁘냐를 기술하게 합니다. 모든 학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초등학교 위인전으로 여성차별에 맞선 페미니스트 전기들을 읽힙니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역사의 반동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현재 역사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가끔 아시아 남자분들 중에서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남녀차별 발언이나 행동을 해서 직장 잡을 기회, 승진 기회를 놓치는 것을 봅니다. 지금 틴에이저들이 살아갈 사회는 글로벌 사회이고, 여권의 영향력이 큰 사회입니다. 자녀들이 글로벌 회사에서 일할 것을 기대한다면, 그들의 의식 수준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회사의 기준은 어찌됐든 한국보다는 남녀가 평등한 쪽이란 것을 기억하셔야할 겁니다.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입니다. 


그뿐 아니라 결혼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는 모르겠지만 국제 결혼시장에서 여자차별하는 남자들은 자기 가치를 크게 깎아먹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13년 NYT에서 나왔던 르뽀에서도, 여대생들이 더이상 전통적인 데이트, 결혼에 묶이지 않고 남학생들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http://www.nytimes.com/2013/07/14/fashion/sex-on-campus-she-can-play-that-game-too.html?pagewanted=all&_r=0 


이제는 그런 시대인 것이죠. 이제 여학생들은 남편감을 찾지 않고, 커리어를 위해 매진합니다. 제가 우연하게도 최근에 열혈여성들을 좀 만났습니다. 남편들이 전부 전업주부입니다. 남편들 최소 학력이 아이비리그 석사이고, 박사인 정도입니다. 남자들은 은퇴하고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살림하고 음악 연주하고 그림 그리고 혹은 학위를 하고, 여자들이 밖에 나가서 제법 큰 연봉을 벌어옵니다. 남편과 아내가 둘다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자유롭지 않으면 불가능한 관계죠. 이게 실제로 한국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앞으로는 더 많이 일어날 겁니다. 왜냐하면 문화 (특히 남녀차별적 문화)는 힘이 세지만, 자본주의와 세계화 역시 아주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해일은 일어나고 있고 이것이 추세입니다. 여자들도 이렇게 남자들 만큼 욕 잘하는데, 남자 중심으로 짜인 사회를 해체하면 더 인도적이고 도덕적인 사회가 도래하겠느냐고, 전우용씨는 묻습니다. 남녀평등한 사회가 남자들이 봤을 때 더 인도적이고 도덕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남녀평등한 사회는 지금보다 더 부유한 사회가 될 거라고 맥킨지와 보수신문 WSJ는 예상합니다. 미국은 이미 남자 중심으로 짜인 사회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경제발전하자고 아젠다를 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뒤쳐지면 국가 경쟁력 떨어집니다. 실제로 한국이 잘살려면 여성인력을 살려 써야 한다고 맥킨지 코리아가 자문을 한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수주한 리포트였죠. 이로 인해 많은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사람들이 남녀평등이 국제적으로 대세이고, 또 남녀평등이 대세여야만 한국이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속속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캔자스 대학 김창환 교수의 포스팅을 소개합니다. 

http://sovidence.tistory.com/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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