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벤허(2016) & 밀정 짧은 감상

2016.09.26 15:09

귀검사 조회 수:1081

벤허(2016)


1962년판 벤허를 3번 이상은 본 것 같은데

이번 2016년판을 보고 있으려니 그 영화가 잘 기억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집에 돌아와 다시 1962년판 벤허를 봤어요

당연지사 이 글은 두 영화를 비교하는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겠지요


크게는 세 포인트 반 정도 차이가 있는데요

첫번째 종교영화로서의 정체성이 이번 2016년판에는 반감되었습니다.

두번째 메살라의 비중이 2016년판에서는 매우 커졌지요

세번째 벤허의 복수하기 전까지의 과정이 2016년판에서는 좀 짧아졌습니다.

나머지 반 포인트는.......벤허집안이 풍비박산나는 이유가 좀 달라졌죠^^


1.2번은 장점과 단점이 혼재된 변화입니다.

시대의 흐름상 종교영화 색채를 완화시키는 건 어쩜 당연한 거지만,

그럼 사실 이 영화를 다시 만드는 의미가 퇴색되는 거겠지요


메살라의 비중은 사실 62년판보다 조금 늘어난 정도인데 아무래도 줄어든 분량이

벤허쪽에 왕창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이번 영화는 벤허 vs 메살라 투톱으로 진행됩니다.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은 보이는데........문제는 바로 3번과 반포인트입니다.


노예선에 끌려가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복수를 하는 벤허의 모습이 그렇게 강렬해 보이는 건 

우리가 그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충분히 동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늘어지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62년 영화에서 보여지는

노예선 이후의 로마개선식-파티 장면과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장면들은 모두 라스트 전차장면의 통쾌함을 위한 포석이죠

이번 2016년판 영화의 전차시퀀스가 그렇게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62년판보다 별로처럼 보이는 건 그런 이유들이 작동했기 때문일겁니다.


거기에 덧붙여 반포인트.......벤허집안이 몰락하는 계기가 바뀐 것도 결론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 된 것 같아요

2016년판이 더 합리적인 것 같아도

62년판에서 주는 '우연히 닥친 불행' 같은 게 이런 고전영웅서사에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밀정


장화홍련을 전후해서 김지운감독은

그 전의 영화들(조용한 가족, 반칙왕)보다 좀 더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변신했지요

아마도 여러 이유가 있을테지만........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진 것도 나름 큰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밀정은 여러가지 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인데요  

영화외적으로는 일제강점기 시대영화의 기획적인 다양성에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어요  

물론 김지운이라는 감독에 송강호라는 배우까지 붙은게 큰 이유겠지만  

그래도 이런 톤앤매너를 가진 영화가 작금의 영화기획현실에서 들어가고.....흥행까지 성공을 한 건   

작은 기적같은 일이죠^^

      

영화자체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좀 많죠  

영화적으로는 당연히 공유 & 송강호 투톱이 되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배우자체의 아우라를 떠난 문제죠  

이 영화는 대조의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그러기 위해선 의열단이 좀 더 부각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송강호의 영화..........때문에 상대적으로 메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공유쪽의 부각이 덜 되었죠

상대적으로 그 부분이 이 영화의 차별성을 담보해주기는 합니다만

 

송강호라는 인물의 변화를 주는 포인트도 산문적이 아니라 뭔가 시적이죠^^  

자신이 그렇게나 쫓고 있지만 뭔가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 마주쳤을 때

그 순간의 정서를 정확하게 포착해내면서 이후 인물동선을 가져가지만  

그게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정서는 아니잖아요

 

열차장면도 너무 길고  

재판 이후 송강호의 변화는 너무 판타지고

송강호와 이병헌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다들 피사체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고.......기타등등

모자란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톤앤매너가 너무 좋습니다

 

 기  

박찬욱 감독의 미완프로젝트 아나키스트가 다시 리메이크 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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