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란다

2017.01.04 23:18

칼리토 조회 수:1660

부모는 숭고한 이름인것과 동시에 힘든 직업입니다. 먹이고 재우고 똥닦아주는 생활을 7,8년쯤 하다보면 슬슬 게을러지죠. 아들 콤보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더욱 그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엄마가 힘든것과 마찬가지로 아빠도 놀고먹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리하여.. 어느 토요일 아침과 점심 사이의 잠깐쯤에.. 모자란 잠이 덮쳐와서 눈꺼풀이 천근만근.. 배고프다고 징징대는 애들한테는.. 야.. 딱 30분만.. 봐주라..라는 말을 하고 잠을 잔 저를 쉬이 비난치는 말아주십시요. 어쨌거나.. 집에 애들 거둬먹일 어른들은 마침 없었고.. 달디단 잠깐의 잠을 털고 일어나니.. 다섯살짜리 둘째는 식탁에 앉아서 뭔가를 입에 넣고 있더군요. 


이거 뭐야?? 응 형이 만들어줬어.. 옆에서는 여덟살짜리 큰 아들이 분주합니다. 둘째가 먹고 있는 걸 조금 뺏아 먹어보니..그럴싸하네요. 우리집에서는 치즈밥으로 알려진 음식입니다. 밥에 치즈 얹고 전자렌지에 돌려서 간장과 참기름, 깨소금과 강황가루(!)를 넣어 비빈 비빔밥입니다. 애들 입맛없으면 종종 해주던 솔루션인데 어느새 큰애가 그걸 동생에게 먹이고 있네요. 


그러더니.. 치즈밥에 계란을 올린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제 밥을 차려 먹습니다. 먹고 살려는 생존본능이 이렇게나 강하다니.. 역시 내아들.. 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느새 이렇게 부쩍 큰 아들들에 대한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이쁘고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가까운 미래의 언젠가에는 아빠는 저를 이해 못한다고 대들기도 하겠지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제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엄포도 놓을 것이고 술이 떡이 되어 연락도 없이 늦어서 속을 태우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어리고 약하고 말썽꾸러기에 개구쟁이인 저의 두 아들. 어쩌면 이 녀석들과 보내는 시간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보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을 보며.. 부모보다 먼저 떠난 모든 아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특히나 세월호 아이들이 다시 생각나는 밤이기도 하네요. 


아이들은 자란다.. 자라면서 변해갈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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