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5 15:16
<너의 이름은>
일본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고 하고, 본 사람들이 극찬을 하길래 기대를 했었는데
아쉬운 영화더군요. 물론 근래에 본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괜찮은 축에 들기는 합니다만...
우연, 생략, 비약이 넘쳐나서 구멍이 숭숭 뚫린 이야기 구조는 공감하기 어렵네요. 태클을 걸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요.
판타지일수록 그 세계를 관객에게 그럴싸하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실패.
스토리텔링 측면도 아쉽고, (대부분의 일본 애니에서 가사 들어간 노래들이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것에 반해)
심심하면 가사 들어간 노래들이 튀어나와 흡사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도 별로입니다.
- 다행스럽게도 감독의 기존 개봉작들이 보고 나서 예쁜 영상 빼고 기억나는 게 없었는데, <너의 이름은>은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있네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두 가지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기존 영화들보다 좀더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와,
도호쿠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들에게 위안이 될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 말입니다.
이 작품보다는 (스토리텔링을 보강해서 만든다는 전제 하에) 차기작이 좀더 기대됩니다.
p.s. 쓰다보니 생각나는 일본 애니 기대작 두 편 -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이번엔 걸작이겠죠?), 에반게리온 극장판 완결편(안노 히데아키, 일을 하란 말이닷!)
<패신저스>
배우와 감독의 면면을 보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기에, 아무리 해외의 혹평 소식이 들려와도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왜 혹평을 받았는지 알 것 같더군요.
일단 이 영화의 소개글은 페이크입니다. 다른 승객들보다 주인공 두 명만이 일찍 깨어나게 되고 거기에는 뭔가 숨겨진 음모가 있다는 느낌을 잔뜩 풍기지만...
크리스 프랫이 맡은 남자주인공이자 엔지니어인 짐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깨어난 건 사실이죠.
하지만 일 년 동안 혼자서 별의별 짓을 다하다가 외로움에 지친 그는 동면승객들 중 그의 눈길을 끈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여자 승객 오로라에게 홀딱 빠져 강제로 그녀를 동면에서 깨웁니다. (맙소사!)
깨어난 그녀는 우주선의 결함으로 자신이 동면에서 깨어난 줄 알고 당황하다, 선택의 여지 없이 짐과 사랑에 빠지게 되죠.
짐이 오로라에게 청혼을 하려는 순간, 얄미운(?) 안드로이드 바텐더 아서는 오로라에게 짐이 그녀를 강제로 깨웠다는 사실을 발설하고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습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닙니다.)
아, 이 무슨 예상 밖의 이야기입니까. 주인공 둘만 깨우게 한 이면에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절대 아니고,
- 엔지니어인 짐에게는 마스터 클래스에게 주어지는 특식이나 고급 커피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유추 가능한 -
<설국열차>나 <하이 라이즈>처럼 계급 격차에서 오는 갈등을 그리는 드라마도 아니고,,
짐이 오로라를 구하려다 죽었다면 <타이타닉>처럼 애절한 멜로물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것도 아니고,,,
뒤로 갈수록 영화는 도대체 어떻게 할지 모르는 채 계속 흘러갑니다.
다만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의 팬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합니다. 프랫의 샤워씬과 (뒷모습뿐이긴 하지만) 전신누드씬이 나오며,
로렌스가 몸매가 드러나는 섹시한 수영복을 입고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장면도 두세 차례 나옵니다.
너의 이름은은 끝나니까 줄거리의 구멍이 신경쓰이긴 하는데 처음 관람하는 동안은 이야기 따라가느라 그렇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일본애니 팬이라서 그런지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패신저스는 예고편을 볼때와 달리 스포일러를 읽고 속였구나! 란 말이 나오더라고요.
로렌스 피쉬번등이나 다른 사람들이 더 깨어나는 걸까요? 잘 모르겠지만 흥행이 망하는 건 확실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