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 대한 실망

2011.03.18 20:47

callas 조회 수:3356

제가 대학이란 곳에 너무 환상을 가졌다가  들어와서 그런지, 오고 나서는 거의 실망 뿐이었어요.

경직된 선후배 관계, 강압적인 과 행사 등등..

그 중에서도 최고로 실망스러웠던 것은  '교수'라는 존재에 대한 것이네요.

 

 

들어오기 전에, 저에게 교수란 존재는 지식의 상아탑의 최고봉에 앉아있는 너무나 훌륭하고 우월한 존재라서, 학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신성한 존재라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들은 그저 어떤 한 분야의 '지식'이라는 걸 계속해서 꾸준히 추구한 결과로써 얻어진 한 직책에 머무르는 인간에 지나지 않고,

절대 인격적으로 더 뛰어날 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물론 모든 교수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인격적 차원에서도 우월한 존재가 특별히 교수라는 직책과 더 많은 관련이 있는 거 같지는 않더라는 거에요.

너무 당연한 결론인데, 전 몰랐네요. ㅠㅠ

 

물론 과마다 특성이 다 다르겠지만, 특히나 저의 과의 교수들은 더 제게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일단 학생의 비판을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보수성(글쎄, 보수성인지 특성인지..)에 굉장히 놀랐어요. 전 솔직히 저같은 학부생이 짹짹 되는게 뭐 그리

큰 압박이겠나, 내가 알아봤자 뭘 얼마나 알겠나, 어차피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 내 생각을 고쳐주고 진보시켜달라, 라는 생각으로

막 이것저것 이건 이런게 아니냐, 저런게 아니냐, 잘못된게 아니냐,.. 이런식으로 따졌는데, 강사든 교수든 모두  전혀 참지 못하시고, 저한테 오히려 그런 비판을

네가 감히 뭔데!.. 라는 느낌으로 받아치거나, 아니면 그냥 얼버무리고는 다음부터 저를 미워하고 공격하는 식으로 대응하더군요.(!)

 

역사과 수업을 들었을 때는 비판과 토론이 자유롭고, 비판하면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던데, 저희 과는 완전 적군 취급으로 교수가 학생을 공격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네요.

 

 

또 교수들의 관계라는 것도 상당히 실망스러웠는데.. 글쎄, 지식으로 움직인다기보다 정말 인맥이더군요. 개차반으로 수업했고 강의평가가 계속 엉망이었던 강사였는데

현재 권위있는 교수의 마음에 들어 결국 교수가 된다거나.. 성실하긴 해도 필요한 지식을 꿰뚫는 통찰력은 없던 평범한 지식의 소유자인데,  

같은 학교 출신의 남제자에, 유학 다녀왔다는 이유로 강의 1년만에 교수가 되질 않나..

교수 임용이 인맥에 좌우된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눈앞에서 한 때라도 존경했던 교수들이 바로 그런 행태를 보이니, 정말 실망이더군요..

 

교수 실적과 교수 끼리의 경쟁 때문에 학부생들을 개고생시키는  것도 정말 구역질나더군요. 대학원생들이 교수 시다 노릇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학부생도 거기에서 자유롭진 않더라구요. 뭔가 피라미드 조직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학생들은 학점 때문에 죽어라 뭐든 하고,  교수들은 그걸 이용해서 또

위로 실적 보고를 올리고(마치 학생 경쟁처럼).. 아, 이게 당연한거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저는 너무 경쟁사회에 덜 적응한건가 봅니다.

 

사실 이런 전반적인 문제들도 실망스러웠지만, 사실 요즘에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어떤 한 특정 교수의 변화, 혹은 본성이네요.

저는 이 분이 참 객관적이고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평등한 분인줄 알았습니다. 강사로 온 시절부터 학생들을  누가 잘하건 못하건 티내지 않고 보호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셨었고 그래서 저는 참 평등의식을 철저하게 생각하시는 분이구나..하고 호감을 느꼈죠.

사실 아마 이 분의 외모가 상당히 지적이었기 때문에 아마 저는 더욱더 그런 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적인 능력이 아니라, 정말 지적 능력만으로

승부하고, 그 성과로 젊은 나이에(40살 초반) 강사-전임강사-교수 코스를 초고속으로(3년 정도?) 승진할 수 있었던 거구나.. 하고 감동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알고보니 이 분은 누구보다도 감정적이고 자기 사람을 중시해서, 내 사람, 아닌 사람을 가르는 스타일이었어요.

몇 년 전에 저더러 자기 전공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권유를 했고, 저는 교수라는 분이 그런 개인적 발언을 해주신 것에 대해 크게 감동하고 그 분을 따라갔죠. 헌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자기 사람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의 일환이었던 것 같아요. 동대학원 진학도 생각이 있다는 발언도 비슷하게 했었는데(그 땐 이 분의 특성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존경하던 때였죠) 그 후에 제가 다른 교수님이 어쩌다가 적극적으로 맡고 있는 불교동아리에 가입을 했었는데 그 걸 보시고는 기독교에 다니시던 그 교수님이 저보고 " 잘 생각해~난 기독교야"라고 하시더군요. 세상에.  자기 뒤를 따를 생각이면 종교도 다른 종교에 가입하는건 안된다는 말인가요.

 

학과장이 된 후에는 자상하게 감싸안는다는 생각을 넘어서 정말 강압적이고 전제군주같은 느낌으로 학생들을 들들 볶더군요.

물론 학과를 활성화시키고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은 알겠어요. 하지만 애들이 무슨 자기 말이라도 되는양, 계속 터치합니다. 솔직히 이제 4학년이 된 저희 학번은 1~3학년 때까지 이어지던 필참 행사와 강압적 과모임에 너무 질려있고, 또 과 특성상 4학년 때는 다들 시험공부를 해야해요. 근데 계속 문자 보내서 특강 들어라, 어디 참석해라, 이번에 시험을 볼거냐, 안 볼거냐, 뭘 할꺼냐.. 계속 간섭을 합니다. 특강이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건 알지만, 그건 그냥 개인이 판단해서 가면 될 일이에요. 왜 교수가 나서서 특강 들으라고 압력을 넣는지 모르겠고, 이번에는 도서관 특강까지 들으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교수가 직접 한 번 돌리고, 과대한테 말해서 또 돌리게 하고, 과사에서도 한 번 또 돌리게 합니다. 덕분에 이 도서관 강의 한 번에 대한 참석 권유를 도서관 것까지 합쳐서 4번이나 받은 겁니다.

물론 안가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이 분은 앞으로도 계속 특강 들어라, 뭐해라 끝도 없는 간섭을 할거고, 저는 정말 너무 스트레스가 쌓이더군요. 전공 시간에도 은연중에 자꾸 그 얘길 하고, 정말 안 오면 또 단체로 모이게 해서 혼내거든요.

정말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건지, 왜 이렇게 강압적으로 애들을 자기 맘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가고 화가 나네요.

 

이 분이 어머니처럼 사적으로 꼼꼼하게 사람 챙기는 스타일이면서도 이렇게 지나친 간섭으로 전제군주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걸 보니, 이런 스타일 자체가 사람에 대한 지배욕구가 기본적으로 강한 것이 아닌가, 뭔가 자기가 원하는대로 사람을 움직이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 넘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드네요.

저는 전공 때문에 매 주 이 분을 봐야하기에 정말 너무 짜증이 나고, 학교도 다니기 싫습니다, 요즘은..ㅠㅠ

 

교수라는 존재가 이렇게 사적으로 인격이 이상해 보이고, 그걸 학생들에게까지 여과없이 드러내고 또 괴롭히는  존재일 수도 있는 줄을 몰랐어요.

김인혜 교수일도 그렇고.. 덕분에 대학에 대해 가졌었던 큰 동경이 아주 바닥까지 떨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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